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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강하늘, 불확실성과의 짜릿한 동행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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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강하늘, 불확실성과의 짜릿한 동행①
  • 오소영 기자
  • 승인 2015.01.05 11:3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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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0자 Tip!] 동료 김우빈이 나온 탁자 위 잡지 표지에는 "우빈아, 안녕"을 건넸고, 인터뷰 녹음기에는 "안녕하세요. 강하늘입니다"라는 인사를 남겼다. 이유를 물으니 "기자 분들에겐 녹음 파일이 많던데 헷갈릴까봐요"라는 배려있는 답이 돌아왔다.

강하늘(24·본명 김하늘)은 초면의 상대에게도 거리낌 없이 말을 건넨다. 스스로는 "아주 활발하거나 말이 많지는 않다"고 말하는 성격은 주변에 따르면 외향적이고, 말하는 내용에는 나이답지 않은 깊이가 있다. 타고나지 않은 성격의 변화는 경험의 산물이다. 학비를 위해 고등학생 때부터 시작한 수많은 파트타임은 그에게 또래보다 몇 년 빠른 생각을 앞당겨 줬고 "능력도 되지 않으면서 운이 좋아 역할을 맡은 적이 있어 부담감 때문에 열심히 할 수밖에 없었다"고 설명하는 과거의 시간은 연기에 대한 그의 태도를 만들었다.

[스포츠Q 글 오소영 ‧ 사진 노민규 기자] 드라마 '상속자들', '몬스타', '엔젤아이즈'에서 교복을 입고 고교생을 연기했던 강하늘은 '미생'에서는 앞머리를 넘겨 세우고 안경을 쓰며 회사원의 얼굴로 탈바꿈했다. 본인이 생각하는 "눈에 띄지 않는 편인 외모"의 장점으로, 그는 고교생에서 몇 년을 넘어 원 인터내셔널의 신입사원 장백기가 됐다.

 
 

"보는 사람이 공감할 수 있는 연기를 해야 하기 때문에, 늘 부담과 의심을 가지고 스스로를 다그친다"는 강하늘의 태도는 '미생'의 촬영을 마치며 개인 SNS 계정에 올린 글에서도 드러났다.

"장백기라는 사람을 만나게 되었을 때부터, 저에게 장백기는 짐이었습니다. 항상 이 표현이 맞을까 하는 의심, 불안, 걱정, 불확실성을 안고 연기했습니다."

강하늘과 불확실성과의 짜릿한 동행은 계속된다. 오는 9일부터는 연극 '해롤드 앤 모드'의 무대에 오를 예정이고 영화 '쎄시봉', '순수의 시대', '스물'의 개봉을 앞두고 있다.

◆ "'불확실성' 안고 연기한 '미생' 장백기, 악역 아닌 가장 현실적인 역"

- '미생'을 마친 간단한 소감은요.

▲ 인터넷에서 보고 책도 샀을 만큼 워낙 원작의 깊은 팬이었어요. 처음 작품이 주어졌을 때, 굉장히 행복했죠. 그런데 그 행복감이 오래 안 가고 곧 걱정이 몰려들었어요. 내가 좋아하는 작품의 이 역할을 잘 표현해낼 수 있을까, 이게 맞을까 하는 불안감이 생겼어요. 장백기 역은 원작에서 비중이 크진 않아요. 원작을 보신 분들도 잘 기억을 못 하실 거라, 이 사람을 입체적으로 표현하는 게 제 상상력과 연기력에 달리게 되는 거죠. 때문에 걱정과 부담이 많았어요.

촬영이 끝나고 나서는 시원했어요. 그런데 혼자 있는 집 -자취한지 오래돼서 집에 혼자 사는데- 에 들어가니까, 처음에 이 작품을 받았을 때의 느낌부터, 고민할 때, 그리고 끝난 지금까지가 스쳐가서 참 허했어요. 뭔가 쓱 빠져나간 느낌이고.

- 연기한 장백기에 공감, 이해는 됐나요?

▲ 어떤 역할이든 연기자의 몸 안에 있는 어느 한 부분을 증폭시켜 만드는 거라 생각해요. 물론 전 시기와 질투가 심한 편은 아니지만, 주변 사람들이 떠받들어주다 그게 무너져버렸을 때 내가 아무것도 아니라고 깨닫게 되는 열등감에 이해와 공감이 많이 갔어요. 다만, 너무 우물 안 개구리라는 거죠. '미생'이 진행되면서 세상이 넓다는 걸 점차 알아가지만. 백기에겐 세상을 알았으면 좋겠다는 말을 해주고 싶을 뿐이에요.

 

- 실제로는 질투와는 거리가 먼 성격 같은데, 본인은 실제로 그런 적이 있나요?

▲ 굉장히 많아요. 연기적인 걸로만 봐도요. 예를 들면 제가 정말 원하는 작품의 최종 오디션까지 올라갔지만, 저와 다른 사람을 두고 얘기를 하던 중 제가 인지도에서 밀려서 못 하게 됐다든지. 합격한 상대가 저보다 못한 사람이란 뜻은 아니지만, 제가 이 사람보다 뭔가가 부족하다는 걸 깨달았을 때 장백기와 비슷한 느낌이 있었던 것 같아요.

- 극중에 본인의 부족함을 알게 된 장백기가 장그래에게 괜스레 "남 일 신경 쓸 시간에 본인의 부족함이나 채워라"라고 하는 장면이 있어요. 장백기는 그 말을 하면서도 본인에게 혐오감이 들었을 것 같아요.

▲ 맞아요. 장백기가 하고 싶은 말은 아니에요. 하지만 그 상황에서 그 말을 해야 스스로 해소가 될 것 같은 거예요. 그런데 정작 말하고 나서는 스스로 나는 왜 이렇게 어리지? 생각을 하게 되는 거죠.

- 가장 성숙해 보였지만 가장 어리기도 한 모습이네요.

▲ 사람들은 각자 자신만의 갑옷을 만들고 살아요. 잘 하는 일 안에서는 갑옷일 수 있는데, 못 하는 일에 그 갑옷을 들이밀면, 그 속이 비었다는 게 티가 나게 되죠. 장백기가 그랬어요. 자기가 못 하는 부분에서까지 잘 하는 것처럼 보이려고 갑옷을 들이밀었다가, 그 안이 들통나니까 할 수 있는 일이 없는 거예요. 어리숙한 거죠.

장백기를 악역으로 생각하는 분들도 있는데, 전 한 번도 장백기를 악역으로 생각하고 연기한 적은 없었어요. 현실에서 사람을 선악으로 가를 수 없고, 모든 이는 선악의 면을 갖고 있듯 그 또한 가장 현실적인 캐릭터라고 생각했어요. 칭찬만 듣고 온 사람이 갑자기 추락했을 때 오는 자괴감이나 열등감을 표현하고 싶었어요.

◆ 실제로는 웃음 많고 밝은 성격, 표정 연기에도 노력

- 제작발표회 때 캐릭터 표현에 대한 노력으로 '안경을 쓰고 있다'고 했죠. 그땐 무슨 말일까 싶었는데, 알겠어요. 극중 얼굴과 지금의 얼굴 자체가 굉장히 다르네요.

▲ 안경을 쓰면서 달라지는 것도 있고, 장백기라는 인물이 가져야 하는 표정에 대해 많은 걱정을 했어요. 소위 말하는 고(高) 스펙 엘리트잖아요. 엘리트라고 하면 뭔가 철두철미하고 전형적인 이미지가 있는데, 가만히 있을 때도 그걸 어떻게 표현할 수 있을까에 대한 고민을 많이 했어요. 그래야 공감이 가능하니까요.

▲ tvN 드라마 '미생'의 장백기.[사진=CJ E&M 제공]
 

- 그런 노력들 덕분일 것 같은데요. '미생'의 마지막이 가까워올수록, 봐야 하는데 안 보고 싶다는 분들도 있었어요. 보면 끝나니까. 많은 사람들에게 어쩌면 '미생'이 기억에 오래 남을 '인생 드라마'가 될 것 같기도 해요.

▲ 저는 모니터 때문에 '미생'을 보겠지만(웃음) 무슨 느낌인지 알 것 같아요. 저도 그런 드라마가 있어요. '네멋대로 해라(2002)'의 마지막화를 아직 안 봤거든요. '네멋'을 보면서 정말 많이 울었고 행복했어요. 지금도 마지막회를 빼고 소장하고 있어서, 자기 전에 아무 회나 틀어놓고 보다가 자요. 사실 예전 드라마고, 들은 게 있으니까 어떤 내용으로 끝나는지는 알고 있어요. 그런데 제가 직접 보기는 싫은 거죠. 중학교 때 이 드라마가 나왔을 때는 이런 뜻이 있고 깊은 재미가 있는지는 몰랐는데 고등학교 2학년 때 다시 보고 빠졌어요. 알고보니 '네멋 폐인'이 꽤 되더라고요. 자아, 그래서, 강하늘의 인생 드라마는 '네멋'이었습니다.(웃음)

- 하하. 김원석 감독은 '미생'을 장그래(임시완 분)와 오상식(이성민 분)의 버디(buddy) 드라마라고 설명했는데, '철강팀'도 못지 않았어요. 장백기와 강해준 대리(오민석 분)의 버디물 같기도 했어요.

▲ 그렇게 됐죠. 강대리님이 워낙 연기를 잘 하고 너무 멋있어서.(웃음) 그런 의도로 시작된 건지는 모르겠지만, 많은 분들이 둘을 좋은 조합으로 봐주셔서 참 다행이에요.

- 실제 오민석씨와 강하늘씨는 둘 다 강대리, 장백기와는 전혀 다른 성격 같던데요.

▲ 오민석 선배님, 그러니까 민석이 형과 저는 둘 다 웃음이 많은 편이에요. 극 안에서는 둘 다 심각한 표정으로 계속 있자니 민망하기도 했어요.(웃음)

- 그런 것 같았어요. '미생의 밤'에서 하늘씨가 미생 2행시 '미역국고기'를 보고 웃다가 눈물까지 흘린 걸 보니.

▲ (폭소) 그거 재밌지 않나요? 그냥 미역국 생고기가 아니라, 미역국 느낌표 세 개, 생고기 느낌표 여섯 개였거든요. 미역국!!! 생고기!!!!!! 이런 거죠. 제 개그 코드가 좀 다르긴 한데, 그래도 개그 코드와 맞는 사람이 꽤 되더라고요. 저는 웃기려고 들어서 웃긴 건 별로 안 좋아해요. 그런 건 안 웃기고, 웃으면 지는 것 같아서. 자연스러운 상황 속에서 웃긴 게 좋아요.

 
 

- 어떻게 보면 영화적인 웃음 코드라고 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영화 '롤러코스터'가 생각나네요.

▲ 조금 그런 면이 있는 것 같아요. 그 영화에서 의사가 환자에게 '괜찮아요?' 하는 신 아세요? 그런 거요. 상황 속 사람은 진짜 진지한데, 웃긴 게 좋아요. 약간 블랙 코미디같은 거요.

- 주로 해외 영화에 이런 코드가 많은 편인데, 외국 영화를 많이 보는 편인가요?

▲ 거의 그래요. 그러면 안되지만, 한국 영화를 보면 저도 모르게 학구적인 자세가 돼요. 저도 모르게 분석하고, 공부처럼 보게 돼서 개인적으로는 스트레스가 좀 있어요. 스트레스를 풀려고 영화를 보는데, 보기 힘든 면이 있는 거죠. '로스트 룸(The Lost Room)'이라는 미국 드라마가 있는데, 정말 재밌고 스릴 넘치는 작품이에요. 방 하나가 통째로 사라지면서 일어나는 일들에 대한 내용이에요. 그 상상력에 놀랐어요. 시간 나시면 꼭! 보세요.

ohsoy@sportsq.co.kr

[인터뷰] 강하늘, 이 '대세'가 연극 무대로 간 까닭 에서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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