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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릭터 열전] 예쁜 척 모르는 여주인공, 황정음의 오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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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릭터 열전] 예쁜 척 모르는 여주인공, 황정음의 오리진
  • 오소영 기자
  • 승인 2015.02.27 11:2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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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Q 오소영 기자] MBC 드라마 '킬미, 힐미'의 여주인공 오리진(황정음 분)은 대부분의 로맨틱 코미디의 여주인공과는 좀 다르다. 청순가련 혹은 귀여운 모습으로 '로코'에 특화된 이들과는 달리, 예쁜 얼굴을 찌푸리며 서럽게 울고, 온 힘을 다해 막춤을 추고, 남자 주인공인 차도현(지성 분)과 격한 몸싸움을 벌이기도 한다.

▲ MBC 드라마 '킬미, 힐미' 오리진(황정음 분) [사진=방송 캡처]

◆ 7중 인격에 대응하는 '얼굴 막 쓰는' 오리진

이는 극중 해리성 인격장애를 앓는 차도현의 7개의 인격을 대하기 위함이다. 차도현의 비밀 주치의가 된 오리진은 그를 치료하기 위해 각각의 인격에 맞춤형 대우를 한다. 금방이라도 폭탄을 만들러 뛰쳐나가려는 '폭탄 전문가' 페리 박을 막기 위해 그의 관심을 돌리려 막춤을 추고, 여고생 안요나를 대할 때는 자매처럼 투닥거리고, 세상에 염세적이고 자살하고 싶어하는 안요섭에게는 다정하게 위로한다. 지성이 일곱 가지 인격을 맡듯, 황정음 또한 여러 모습을 연기하는 것이다.

환자의 치료를 위해 제 온몸을 던지는 오리진을 표현하기 위해 황정음은 화면에 자신이 어떻게 비칠지는 상관하지 않는다. 우스꽝스러운 몸 연기, 표정 연기에 시청자들은 그녀를 '얼굴 막 쓰는 여배우'라고 부른다.

어떤 상황에서든 진심을 중요하게 생각하고 자신이 망가지는 것에 개의치 않는 오리진은, 그를 연기하는 배우 황정음의 모습과 닮아있다.

▲ [사진=팬엔터테인먼트 제공]

◆ 카메라 앞 이미지 관리 대신 진심·배려하는 배우로

황정음은 걸그룹 슈가의 멤버로 데뷔했다. 새침한 인상의 걸그룹 멤버인 정음에게는 진 면모를 보여줄 기회가 크게 없었고, 그는 MBC '우리 결혼했어요'에 실제 연인 SG워너비 김용준과 출연하며 본연의 모습을 보여주기 시작했다.

'우결' 속 황정음은 '킬미힐미'의 오리진처럼 이미지 관리 대신 꾸밈없는 모습으로 임했다. 실제 연인이고 '리얼리티'를 지향하는 프로그램이라도 '우결'은 예능 프로그램이다. 방송에서 보여주고 싶은 모습만 골라 보여줄 수 있는 상황에서 황정음은 카메라를 개의치 않았다. 김용준과 다퉈 삐치기도 했고, 속상해 카메라가 없는 구석에 가 울음을 터뜨리기도 했다.

'우결'과 '지붕뚫고 하이킥'으로 인지도를 높인 후 황정음은 드라마 '지붕뚫고 하이킥', '자이언트', '내 마음이 들리니', '골든 타임' 등 수많은 드라마를 거쳤고 2013년 드라마 '비밀'에서 연기력을 크게 인정받았다. 위치가 달라지며 그에게는 분명 선택지가 주어졌을 것이다. 이전의 이미지 대신 '고고한 여배우'가 되려는 전략을 펼 수도 있었다.

그러나 황정음은 여전히 친근하고 꾸밈없는 자세를 보여주고 있다. 지난해 시청률이 높지 않았던 '끝없는 사랑' 이후 인터뷰에서는 "제가 언제부터 기대받는 배우였냐"며 웃었고, '킬미힐미' 제작발표회에서는 연인 김용준에 대해 묻는 질문에는 대답을 꺼리기보다 "요즘 싸워서 말도 안 한다. 헤어질지도 모른다"고 귀여운 투정을 늘어놨다.

투정을 부려도 사랑스러운 황정음의 이면에는 그의 꾸밈없는 진심이 묻어 있다. '우결'에서 그가 사랑스러웠던 건, 투정을 부리는 것 같아도 결국엔 연인을 배려하는 모습이 눈에 띄었기 때문이었다.

그 모습은 오리진을 연기하는 지금도 마찬가지다. '7중 인격'을 연기하며 주목받는 지성의 곁에서 묵묵하게 제 몫을 다 하고 있는 황정음은 그래서 예쁜 '척'하지 않아도 사랑스럽다.

ohsoy@sportsq.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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