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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범경기 '깜짝 스타', 더이상 '반짝 스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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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범경기 '깜짝 스타', 더이상 '반짝 스타' 아니다
  • 박상현 기자
  • 승인 2014.03.19 10:5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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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엔 서둘러 기용했다가 망쳐…지금은 1-2군 시스템으로 실패 확률 줄여

[스포츠Q 박상현 기자] 1992년 프로야구 시범경기에서는 2년 연속 홈런왕을 차지했던 장종훈(46·현 한화 코치)에 대적할 새로운 거포의 등장에 술렁였다. 바로 김홍기(46)였다.

1991년 태평양에서 프로에 데뷔한 그는 1990년 봄철 대학리그에서 홈런 10개를 치며 홈런왕을 차지했던 예비 스타였다. 입단 첫 해에는 주로 2군에 머물렀지만 28경기에서 홈런 8개를 때려내며 '2군 홈런왕'이 되기도 했다.
 
그랬던 그가 시범경기에서 홈런 5개를 때리며 장종훈과 어깨를 나란히 했다. '시범경기 깜짝 스타'의 등장이었다. 미래가 창창해보였다. 하지만 지금 그는 남해 해성고 골프과 감독으로 야구가 아닌 분야에서 재직 중이다.

이처럼 시범경기에서는 펄펄 날다가도 정작 정규시즌이 되면 부진을 면치 못하다가 아무런 관심도 받지 못한채 현역에서 은퇴하는 선수가 적지 않았다. 시범경기에서 맹활약을 펼치며 '깜짝 스타'로 등장했지만 정작 '반짝 스타'에 그치고 말았던 것이다.

◆ 시범경기 스타, 정규 시즌만 되면 약점 노출

김홍기 말고도 역대 시범경기 깜짝 스타들은 수두룩하다.

1998년에는 이경복(44·당시 해태)가 이목을 집중시켰다. 팀내 최고 타율인 0.400을 기록하며 대회 최우수선수(MVP)에 선정되며 기대를 모았다. 1989년에 입단해 프로 10년만에 빛을 보는 듯했다. 그러나 그 역시 0.138의 타율만 남긴채 1998년 시즌이 끝나자마자 자유계약선수(FA)로 풀렸고 프로선수 인생도 함께 끝났다.
 
임준혁(30·KIA)도 2004년 시범경기에서 뛰어난 활약을 보여준 투수였다. 특히 그는 포수에서 투수로 변신한 뒤 시범경기에서 6경기 연속 무실점 호투하며 새로운 스타 탄생을 기대케했다. 하지만 그가 지난해까지 남긴 기록은 95경기 출전에 7승 7패 1세이브 4홀드, 5.54의 평균자책점 뿐이다.

이들이 시범경기에서 펄펄 날다가도 정규시즌만 되면 고개를 숙인 것은 시범경기의 속성 때문이다.

감독들은 전지훈련의 성과를 시험하고 그동안 많은 출장기회를 얻지 못한 선수들에게 경험을 쌓게하기 위해 시범경기를 활용한다. 그 기회를 놓치지 않고 기대 이상으로 활약하는 선수들은 시범경기 깜짝 스타가 된다.

하지만 정규 시즌이 시작되면 시범경기에서 드러나지 않았던 약점이 노출되고 이를 보완하지 못하고 도태되는 경우가 많았다. 김홍기의 경우 시범경기가 끝나자마자 변화구에 약점을 보이며 1992년 시즌 내내 홈런 3개에 그쳤다. 그는 1993년에도 15경기만 더 뛴 뒤 유니폼을 벗었다. 그의 프로통산 홈런은 시범경기에서 때렸던 홈런과 같은 5개였다.

이경복과 임준혁 역시 약점이 노출돼 주전 경쟁에서 밀려 별다른 활약을 보여주지 못했다.

▲ [스포츠Q 노민규 기자] 넥센 강지광은 시범경기 첫 타석 홈런을 비롯해 한 경기 2개 홈런 등 각종 기록을 만들어내며 2014 프로야구 시범경기의 스타로 떠올랐다. 하지만 염경엽 감독은 강지광에게 경험을 쌓게 하기 위해 서둘러 1군에 올리기보다 2군에서 차근차근 준비시킬 계획임을 밝혔다.

◆ 시범경기 깜짝 스타, 당장은 '설익은 밥'

시범경기에서 맹활약해 스타로 떠올랐다고 해서 탄탄대로가 보장됐다고 생각하면 오산이다. 감독의 눈에 들어 1군 진입에 성공하는 것일뿐 그때부터 새로운 경쟁이 시작됨을 의미한다.

이들은 기존 주전들과 치열한 경쟁을 펼쳐야 한다. 주전들의 경쟁에서 밀리게 되면 출전 기회를 잡지 못하게 되고 결국 경기력 저하로 이어진다.
 
경기력이 떨어진 상태에서 어쩌다가 찾아온 출전 기회에서 좋은 활약을 펼치기 어려운 것은 자명한 일. 이런 악순환이 계속 되면 결국 감독과 코칭스태프의 눈 밖에 나게 되고 결국 퇴출로까지 이어지게 된다.

이런 현상이 선수층이 두껍지 못했던 1990년대부터 2000년대 중반까지는 많았다. 시범경기에서 어느정도 기량이 검증됐으니 정규시즌에서도 잘할 것이라는 기대감에 기용했다가 한계만 봤던 것이다. 결국 시범경기 깜짝 스타는 '설익은 밥'이었던 셈이다.

역시 밥을 잘 짓기 위해서는 익을 때까지 기다려주는 지혜가 필요하다. 지난해 LA 다저스 돈 매팅리 감독이 야시엘 푸이그(24)를 서둘러 미국메이저리그(MLB)에 불러오지 않은 것이 모범 사례다.
 
푸이그는 지난해 MLB 시범경기에서 27경기에 나서 58타수 30안타, 홈런 3개로 0.517의 타율을 기록하는 '크레이지 모드' 활약을 펼쳤다. 일부 언론에서는 푸이그가 MLB로 직행할 것이라는 예상을 내놨다.
 
그러나 매팅리 감독의 선택은 마이너리그행이었다. 외야에 너무나 많은 주전들이 진을 치고 있었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푸이그의 성장을 위한 조치이기도 했다. 푸이그는 마이너리그에서 꾸준히 성장했고 6월 4일 메이저리그에 올라온 이후 외야의 한 자리를 꿰찼다. 그리고 메이저리그에서도 맹활약한 푸이그는 LA 다저스의 내셔널리그 서부지구 우승을 이끌었다.

◆ 시범경기 스타, 그들은 미래다

2014 한국 야쿠르트 세븐 프로야구 시범경기에서도 강지광(24·넥센)과 최영환(22·한화) 등 시범경기 깜짝 스타가 나왔다.

강지광은 한 경기 2홈런을 때려내며 단숨에 염경엽 감독의 마음을 사로 잡았다. 최영환 역시 시속 150km에 이르는 빠른 공과 슬라이더, 커브, 체인지업을 섞어 던지며 5경기에서 5.2이닝 연속 무실점 호투를 이어가고 있다. 또 조상우(20·넥센) 역시 시속 153km의 빠른 공을 앞세워 벌써부터 야구 관계자들로부터 기대를 모으고 있다.
 
하지만 이들이 정규시즌에서도 시범경기때와 같은 활약을 보여준다는 보장은 없다. 오히려 서두르다가 실패하는 사례로 남을 수 있는 위험성이 더 크다.
 
강지광의 경우 지난 시즌까지 1군 경력은 단 한차례도 없던 선수다. 게다가 투수에서 타자로 전향한지 얼마 되지 않아 본인 스스로도 경험이 더 필요하다고 말한다.
 
이에 대해 염경엽 감독은 "외야가 포화상태라 강지광을 넣기 힘들기도 하지만 제한된 출전 기회는 그의 기량 성장에도 좋지 못하다"며 "2군에서 꾸준히 뛰며 경험을 쌓는다면 30(홈런)-30(도루)도 해낼 수 있는 재목"이라고 평가한다.

시범경기에서 깜짝 스타로 불린다는 것은 전혀 기대하지 않았던 선수라는 의미도 된다. 그런만큼 당장 잘한다고 해서 설익은 그들을 소모시킬 것이 아니라 기량이 무르익을 때까지 기다리는 현명함이 필요하다.

tankpark@sportsq.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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