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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리뷰] '배심원들' 충무로의 새 바람? '12인의 성난 사람들'의 재해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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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리뷰] '배심원들' 충무로의 새 바람? '12인의 성난 사람들'의 재해석
  • 주한별 기자
  • 승인 2019.05.17 08: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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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P&DOWN

UP
- 영화의 주인공은 '배심원', 그 특별함
- 문소리의 판사 김준겸 연기, 여성 캐릭터의 설득력
- '청년의 얼굴' 박형식

DOWN
- '사법 불신' 현실 속 낙천적 결말
- 유쾌하지만 새로움은 없다

법정 드라마의 주인공은 누구일까? 대부분의 법정 배경 영화에서 주인공은 검사 혹은 변호사, 피고인 혹은 원고인이다. 시시비비를 가리는 법의 무게는 무겁기에 법정 드라마는 장엄하고 무겁기 마련이다.

그런 '법정 영화'에 새로운 획을 그을 영화가 등장했다. 바로 '배심원들'이다. 영화 '배심원들'은 8명의 배심원들이 주인공이 되는 영화다. 지난 2008년 국내에도 도입된 배심원제(국민참여재판)은 아직까지 많은 이들에게 낯설다.

법정 드라마라는 익숙한 장르, 그러나 전혀 다른 시선으로 접근한 영화 '배심원들'은 그렇다면 어떤 영화일까?

# 국민참여재판을 아시나요? 

 

[사진 = 영화 '배심원들' 스틸컷]
[사진 = 영화 '배심원들' 스틸컷]

 

국민참여재판이란 배심원들이 동석해 진행되는 재판이다. 국내에는 2008년 배심원제가 도입됐다. 국내의 배심원제는 배심원들의 종합 의견이 권고 형식으로 재판부에 전달된다. 국민참여재판은 강제력이 있는 북미의 배심원제 보다는 보수적인 편이다.

영화 '배심원들'은 배심원제를 소재로 한 작품이다. 법의 원칙을 따르는 판사 김준겸(문소리 분)은 국내 최초의 국민참여재판의 재판장이 되고, 유무죄를 가리는 재판을 하게 된다. 배심원들은 법리적 판단을 하는 재판부보다 더 온정적인 판결을 하며 이런 배심원들의 판단은 아이러니하게도  '한 사람의 억울한 사람도 없어야 한다'는 법의 기본적인 가치에 보다 충실한 결과를 내게 된다.

'배심원들'은 영화 '12인의 성난 사람들'을 상단부분 오마주한 영화다. 지난 1957년 개봉해 이제는 고전 영화의 반열에 오른 '12명의 성난 사람들'은 배심원들이 토론과 토의를 통해 법적 판단을 내리는 과정을 담은 영화다.

영화 '12인의 성난 사람들'이 고결한 법을 대하는 일반 시민들의 자세를 진중한 태도로 그려냈다면 영화 '배심원들'은 보다 가벼운 톤으로 법의 상식을 이야기한다.

'12인의 성난 사람들'이 웅장한 클래식 같은 매력을 가지고 있다면 영화 '배심원들'은 로큰롤에 가까운 변화무쌍함으로 관객들을 울고 웃긴다. '배심원들'이 입봉작인 홍승완 감독은 신인 감독다운 재치 있는 카메라 워킹과 음악 연출로 무거울 수 있는 법정 드라마라는 장르에 인간미를 불어넣는다.

# 문소리·박형식, '여성'과 '청년'

 

[사진 = 영화 '배심원들' 스틸컷]
[사진 = 영화 '배심원들' 스틸컷]

 

'배심원들'에서 눈길을 끄는 배우는 문소리와 박형식이다.

문소리는 대한민국 최고의 배우 중 한명으로 손꼽힌다. 그가 연기하는 김준겸은 권위적인 판사이면서 동시에 여성, 비법대 출신이란 사회적인 약점을 가진 인물로 그려진다. 본래 기획 초기 남성 캐릭터였던 김준겸은 제작 과정에서 여성 캐릭터로 설정되며 새로운 힘을 얻게 됐다.

최근 한국 영화에 좋은 여성 캐릭터가 부재하다는 비판이 잇따르고 있다. '배심원들'의 김준겸은 여성 캐릭터를 대하는 충무로의 의식 변화를 엿볼 수 있는 캐릭터다. 

강인한 재판장이자 아이의 엄마, 차별과 싸워온 김준겸은 문소리의 섬세한 연기를 만나 빛날 수 있었다. 문소리는 최근 JTBC '라이프'에서 의사 오세화 역으로 이미 전문직 여성 연기를 보여준 바 있다. 문소리가 보여준 김준경은 오세화와는 또 다른 매력의 캐릭터로 그려진다.

영화에 첫 도전하는 박형식 또한 인상적이다. 

다수의 드라마에서 활약한 박형식은 '배심원들'에서 순수한 청년 권남우로 분했다. 예능 프로그램 '진짜 사나이'에서 '아기 병사'라는 별명을 얻으며 순수한 모습을 보여준 박형식은 첫 도전인 영화 '배심원들'의 순수한 권남우를 자신만의 매력으로 해석하면서 극을 이끌어간다.

'배심원들'은 문소리, 박형식 두 주연배우뿐만이 아니라 8명의 배심원들이 빛나는 영화다. 배우 윤그림, 김미경, 조진식, 김홍파, 서정연, 조한철, 조수향 등 연극·영화에서 활약한 명품 배우들이 치열한 연기를 보여주며 영화를 더욱 다채롭게 만든다.

# 무거운 현실 속 낙천적 영화, '호불호'는 여기서 갈린다

 

[사진 = 영화 '배심원들' 스틸컷]
[사진 = 영화 '배심원들' 스틸컷]

 

영화 '배심원들'은 다소 무거울 수 있는 존속살인 사건을 소재로 한 영화다. 그러나 배심원들의 좌충우돌 법정 탐방기가 그려지며 영화는 무겁기보다 유쾌한 방향으로 흘러간다.

마지막 결말 또한 낙천적이다. 권위적인 재판장 김준겸은 배심원들의 모습에 자신의 초심을 떠올리고 보다 올바른 판결을 내린다.

그러나 이러한 낙천적인 결말은 몇몇 관객들에게 '불호'가 될 수 있다. 버닝썬 게이트, 김학의 차관 성접대 등 몇몇 사회적 이슈들로 인해 사법부에 대한 국민적인 신뢰가 낮은 현실 속에서 영화 속 행복한 결말은 현실과 괴리되어있다고 느껴지기도 한다.

영화 '배심원들'의 가벼움은 이른바 '암청색 영화'라고 불리는 남성 위주의 무거운 범죄 영화들에 질린 영화 팬들에게는 반갑다. 그러나 이러한 가벼움은 현실의 문제를 외면한 동화 같은 이야기라는 비판을 피하기 힘들다.

영화 '배심원들'은 오랜만에 충무로에 등장한 기승전결이 깔끔한 상업 영화다. 캐릭터들의 합과 배우들의 연기 또한 훌륭하다. 5월 개봉 작품들 가운데 언론 시사회 당시 가장 호평이 많았던 영화기도 하다.

'어벤져스: 엔드게임'의 흥행세가 꺾이며 그 빈자리를 차지할 영화들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영화 '배심원들'이 5월 새로운 파란을 일으킬까. 오랜만에 등장한 잘 만들어진 상업 영화, '배심원들'이 비평적 성과뿐만 아니라 흥행 성적까지 얻을 수 있을지 영화 팬들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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