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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리포트] OTT 전쟁 격화(上) 봉준호 넷플릭스, 박찬욱 왓챠, 그리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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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리포트] OTT 전쟁 격화(上) 봉준호 넷플릭스, 박찬욱 왓챠, 그리고?
  • 홍영준 기자
  • 승인 2019.05.27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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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Q(큐) 홍영준 기자] "넷플릭스(Netflix)가 아니었다면 '옥자'는 지금과 다르게 이상한 영화가 됐을 수도 있다."

오는 30일 신작 '기생충'의 개봉을 앞두고 있는 봉준호 감독. 그는 2년 전 공개한 영화 '옥자'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기존 국내 투자사와 달리 넷플릭스 측은 봉준호 작품에 거의 관여하지 않았고, 따라서 다소 수위가 높은 장면들을 마음껏 연출할 수 있었다는 것.

요즘 OTT의 과감한 투자는 미디어 업계의 큰 화두다. 

소위 ‘듣보잡’ 플랫폼이 유명 연출자와 배우들을 섭외해 양질의 콘텐츠를 생산하면서 미디어 생태계의 헤게모니는 플랫폼에서 콘텐츠로 이동하고 있다.  

위기의식을 느낀 전 세계 미디어 업계는 스트리밍과 극장 상영 사이에 선을 긋고 나섰고 스티븐 스필버그에서 크리스토퍼 놀란까지 불편한 기색을 드러낸 영화인은 한둘이 아니다. 하지만 올해 아카데미가 감독상까지 안긴 걸 보면 OTT로 대표되는 스트리밍 서비스는 거스르기 힘든 대세가 됐다.

 

봉준호는 넷플릭스가 투자·제작한 '옥자'로 2017년 칸 영화제 경쟁부문에 진출했다. [사진 = 스포츠Q DB]
봉준호는 넷플릭스가 투자·제작한 '옥자'로 2017년 칸 영화제 경쟁부문에 진출했다. [사진 = 스포츠Q DB]

 

영화진흥위원회 통합전산망에 따르면 '옥자'는 국내에서 32만2656명의 관객을 모았다. 하지만 이를 두고 500억 원 투자를 받은 영화의 처참한 흥행 스코어라고 보는 사람은 거의 없을 것이다. 국내 배급사와 힘겨루기에서 패배한 '옥자'는 CJ CGV, 롯데시네마, 메가박스 3대 멀티플렉스를 제외한 전국 79개 극장, 103개 스크린에서만 관람이 가능했다.

그가 원했든 원치 않았든 봉준호 감독은 국내에 글로벌 OTT 서비스인 넷플릭스를 본격적으로 알린 주인공이다. 국내에서 가장 높은 티켓 파워를 지니고 있는 감독 중 하나인 봉준호의 '옥자'가 넷플릭스에서 독점 공개된다는 사실은 큰 화제가 됐고, 2017년 6월 당시 넷플릭스 국내 이용자는 76만명을 기록하면서 그 전달(23만명)보다 3배 이상 늘어난 바 있다. 

하지만 슈퍼 돼지 ‘옥자’의 파워는 그리 오래가지 않았다. 당시 넷플릭스는 한 달 무료 시청 서비스를 강조하며 '옥자'를 무료로 볼 수 있다고 광고했고, 무료 시청 서비스 기간이 끝난 그해 8월 넷플릭스 구독자는 다시 반 토막이 났다.

OTT 서비스의 대표주자인 넷플릭스는 최근 핫한 국내 콘텐츠를 만들어내는 주역이 되고 있다. 지난달 18일 넷플릭스는 8부작 드라마 '첫사랑은 처음이라서'를 전체 공개했다. 새롭게 떠오르는 첫사랑의 아이콘 정채연을 비롯해 지수, 진영, 최리, 강태오, 홍지윤 등 라이징 스타들을 모은 이 드라마는 젊은 층을 중심으로 높은 관심을 받았다.

OTT가 뭐기에 영화를 극장이 아닌 안방에서 개봉하고, 드라마를 TV 채널에서 시청하지 않는 것도 모자라 시즌 통째로 몰아서 볼 수 있는 걸까.

# OTT 서비스가 뭐지? 

OTT는 '오버 더 톱(Over The Top)'의 약자다. 셋톱박스를 의미하는 '톱'을 넘어 인터넷만 연결되어 있다면 어디서나 영상 콘텐츠를 시청할 수 있다는 뜻을 지녔다.

대표적인 글로벌 서비스로는 앞서 언급한 넷플릭스가 첫 손에 꼽힌다. 1997년 DVD 대여 서비스로 출발한 넷플릭스는 2010년 월정액 기반 스트리밍 서비스를 제공하기 시작하며 대표적인 OTT 사업자로 자리매김했다. 넷플릭스는 전 세계에서 가장 많은 구독자를 확보한 업체로 무려 1억3700만 명이 이들의 콘텐츠를 소비하고 있다.

OTT의 대명사가 됐지만 넷플릭스의 국내 입지는 여전히 좁다. LG유플러스와 손잡고 성장에 가속을 붙인 가운데 가입자 130만 명을 확보했지만 경쟁 업체에 비하면 여전히 뒤처지고 있다는 인상을 지우기 어렵다. 

이는 국내 OTT사업자와 비교하면 확연히 드러난다. 옥수수(OKSUSU)는 946만명, 푹(POOQ)은 400만명의 가입자를 확보해 넷플릭스에 비해 각각 7배, 3배 이상의 구독자를 지니고 있다. 게다가 옥수수와 푹은 또 다른 도약을 위해 준비 중이다. 올해 안으로 둘이 힘을 합쳐 이른바 'OTT 연합군'을 형성할 것이 확실시 되는 상황이다. 이를 고려하면 넷플릭스는 둘을 합친 가입자의 10분의 1 정도만 확보한 셈이다.

 

지난 3월 20일 서울 용산 CGV에서 진행된 드라마 '리틀 드러머 걸: 감독판' 언론 시사회 기자간담회에 참석한 박찬욱 감독. 박찬욱 감독은 OTT 서비스인 왓챠플레이를 통해 감독판을 공개했다. [사진 = 스포츠Q DB]
지난 3월 20일 서울 용산 CGV에서 진행된 드라마 '리틀 드러머 걸: 감독판' 언론 시사회 기자간담회에 참석한 박찬욱 감독. 박찬욱 감독은 OTT 서비스인 왓챠플레이를 통해 감독판을 공개했다. [사진 = 스포츠Q DB]

 

# 넷플릭스, 국내 OTT에 맥 못 추는 이유는? 

국내 OTT 서비스가 글로벌 1위 기업에 비교 우위를 점하고 있는 가장 큰 이유는 텔레비전 채널에서 흔히 접할 수 있는 친숙한 콘텐츠 확보에 있다. 

독점 콘텐츠를 앞세운 글로벌 OTT와 다르게 국내 OTT는 지상파 콘텐츠를 중심으로 소비되는 경향이 짙다. KBS, SBS, MBC 지상파 3사가 설립한 '콘텐츠연합플랫폼'이 운영하는 온라인 동영상 플랫폼 '푹'은 국내에서 가장 인지도가 높은 OTT 서비스 업체 중 하나다. 2012년 서비스를 시작해 80여 프리미엄 채널과 20만이 넘는 VOD, 9000편 이상의 영화를 제공한다. 

푹은 광고보다는 유료가입자 월정액 중심으로 성장했으며 지난해 9월 기준 월 사용시간이 가장 긴 서비스로 조사됐다.

티빙의 경우엔 케이블 채널로 친숙한 CJ ENM 자체 콘텐츠를 내세워 가입자를 확보하고 있다. 2016년 1월 CJ ENM이 티빙 사업을 헬로비전으로부터 양수받으면서 서비스를 시작했고, 지난해 6월에는 '프로듀스48'을 시작으로 국내 콘텐츠 사업자 최초로 글로벌 실시간 방송 서비스를 선보였다. CJ ENM 자체 콘텐츠를 직접 유통하면서 광고 및 유료가입상품 판매를 통해 매출을 끌어올리고 있다.

푹과 티빙이 지상파와 케이블 TV를 대표하는 영상 콘텐츠를 앞세웠다면  SK, KT, LG는 이동통신 가입자를 중심으로 자체 모바일 동영상 서비스를 제공하며 경쟁력을 키워가고 있다.

SK 브로드밴드의 자체 모바일 동영상 서비스 플랫폼 옥수수는 지난해 9월 기준으로 국내 최대 사용자수를 확보한 OTT 플랫폼이다. 현재 100개 이상의 실시간 채널과 영화, 방송, VOD, 클립 그리고 오리지널 드라마와 실시간 채팅 서비스를 제공한다. 

KT가 운영하는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 플랫폼 '올레 TV 모바일'도 100개 이상의 실시간 채널과 영화, 드라마 다시보기 등을 제공한다는 점은 비슷하다. 다만 경쟁력 확보를 위해 아프리카 TV 서비스나 키즈 콘텐츠를 제공하고 CGV 극장과 제휴 등으로 서비스를 다양화했다. 

LG 유플러스가 운영하는 온라인 동영상 플랫폼 'LG 유플러스 비디오포털'의 경우도 비슷하다. 120여 실시간 채널에 아프리카 TV, 그리고 팟캐스트 플랫폼 '팟빵'과 제휴를 맺어 라인업을 강화했다. 여기에 LG 유플러스 IPTV를 통해 넷플릭스 콘텐츠를 제공하는 독점 제휴까지 맺어 경쟁력을 더욱 키웠다.

거대 기업들 사이에서 살아남은 국내 벤처 기업 OTT도 있다.

영화 정보 어플리케이션 왓챠에서 시작된 왓챠 플레이는 5만 편 이상의 영화, 드라마, 애니메이션을 무제한으로 감상할 수 있다는 강점을 앞세운 스타트업 OTT 서비스다. 사용자의 실제 관람 평가를 기록하고 분석해 영화를 추천한다는 매력 포인트가 영화 팬들의 관심도를 높였다. 

왓챠는 대중적인 콘텐츠를 다수 확보했다. 편안하고 친숙하지만 다른 OTT 플랫폼에서 쉽게 접할 수 없는 영상들을 즐길 수 있다는 강점을 지녔다. 지난해 100억 원 가까운 매출을 올린 이 회사는 올해에도 구글플레이 엔터테인먼트 부분에서 4월 기준 국내 최고 매출 1위를 기록했다. 꾸준한 성장을 바탕으로 올해 하반기에는 일본 진출도 앞두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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