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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현 탈락, '흙신' 나달 격려에 담긴 의미 [US오픈 테니스대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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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현 탈락, '흙신' 나달 격려에 담긴 의미 [US오픈 테니스대회]
  • 김의겸 기자
  • 승인 2019.09.01 15:3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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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Q(큐) 김의겸 기자] 한국 테니스 간판 세계랭킹 170위 정현(23·제네시스 후원)이 ‘흙신’ 라파엘 나달(2위·스페인)을 맞아 분투했지만 US오픈 테니스대회(총상금 5700만 달러·690억 원) 3회전에서 탈락했다.

정현은 1일(한국시간) 미국 뉴욕에서 열린 남자 단식 3회전에서 나달에게 0-3(3-6 4-6 2-6)으로 졌다.

2017년 프랑스오픈(3회전), 2018년 호주오픈(4강)에 이어 개인 통산 세 번째로 메이저 대회 단식 3회전까지 오른 정현은 이형택(43·은퇴)이 보유한 US오픈 남자 단식 한국 선수 최고성적(16강·2000, 2007년)에 도전했지만 나달의 벽을 넘기엔 역부족이었다.

나달은 경기를 마친 뒤 정현을 향해 “건강을 유지한다면 어떤 상대를 만나도 좋은 경기를 할 수 있는 선수”라며 “나도 부상을 경험해 봤지만 부상을 이겨낸다는 것은 매우 힘든 과정”이라는 격려의 말을 남겼다.

▲ 정현(왼쪽)과 나달이 경기를 마친 뒤 악수를 하고 있다. [사진=USA투데이스포츠/연합뉴스]

정현은 이번 대회 3회전 진출로 상금 16만3000달러(1억9600만 원)를 획득함과 동시에 내주 발표될 세계랭킹에서도 140위 안팎까지 상승할 것으로 기대된다.

정현은 2010, 2013, 2017년 US오픈에서 총 세 차례 우승한 톱랭커 나달에 고전했다. 서브에이스 5-4로 앞섰지만 나달의 서브게임을 한 번도 브레이크하지 못한 반면 자신의 서브게임을 브레이크 당하며 분위기를 내줬다.

허를 찌르는 샷들도 코스가 좋을 때면 번번이 조금씩 코트를 벗어나며 반등하는데 어려움을 겪었다. 실책 37-26, 공격 성공횟수 20-28 등 여러 지표에서 실력차가 드러났다.

하지만 이번 대회는 정현이 5개월 공백을 딛고 부활의 신호탄을 쏴올렸다는 점에서 고무적이다. 지난 2월 이후 7월 말 청두 챌린저에서 복귀하기 전까지 허리 부상으로 재활에 힘 써왔다. 부상 이후 처음 출전한 메이저 대회에서 예선 3연승은 물론 본선에서도 2연속 역전승을 거두며 3회전까지 진출, 재기의 발판을 마련한 셈.

경기가 끝나고 정현은 “많은 팬 분이 현장에서 응원해주셨고 또 늦은 시간에 TV로 지켜봐 주신 것을 잘 알고 있지만 원하는 결과를 가져오지 못해 실망스럽고 죄송하게 생각한다”고 아쉬워했다.

▲ 정현은 긴 공백기 이후 처음 나선 메이저 대회에서 3회전까지 오르며 재기의 발판을 마련했다. [테니스코리아/연합뉴스]

그러면서도 “전체적으로 아쉬운 점도 있지만 그래도 부상 없이 경기할 수 있어서 좋게 생각하고 있다. 아직 시간이 더 필요하지만 그래도 공백기 이후 출전한 대회치고는 칭찬할만하다고 생각한다”고 스스로에게 어느 정도는 합격점을 줬다.

나달 역시 “(정현은) 건강을 유지한다면 어떤 상대를 만나도 좋은 경기력을 보일 수 있는 선수다. 나도 부상을 경험해 봤지만 부상을 이겨낸다는 것은 매우 힘든 과정”이라며 응원의 메시지를 보냈다.

그는 또 “이번 대회가 정현에게 큰 의미가 될 수 있을 것”이라며 “앞으로 정현이 부상 없이 선수 생활을 이어가기를 바란다”고도 덧붙였다.

정현은 2017년 당시 21세 이하 톱랭커들만 출전한 프로남자테니스(ATP) 넥스트 제너레이션(Next Gen) 파이널에서 우승하고, 이듬해 호주오픈 4강에 오르며 잠재력을 뽐냈다. 이후 발바닥과 허리 부상으로 오랫동안 고전했던 만큼 나달로서도 재능있는 기대주가 부상 없이 제 기량을 꾸준히 발휘할 수 있길 응원한 셈이다.

정현이 US오픈을 통해 다시 날아오를 수 있는 가능성을 보여준 만큼 앞으로 남은 시즌 경기일정에 관심이 모아질 수밖에 없다. 권순우(90위·CJ제일제당 후원)와 함께 어디까지 도약할 수 있을지 테니스팬들의 시선이 쏠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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