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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스토피아 시대 집어삼킨 차량액션 '매드맥스: 분노의 도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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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스토피아 시대 집어삼킨 차량액션 '매드맥스: 분노의 도로'
  • 용원중 기자
  • 승인 2015.05.12 06:1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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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리뷰] 30년 만에 부활한 '매드맥스'...격이 다른 액션 여전사 샤를리즈 테런

[스포츠Q 용원중기자] 핵전쟁으로 지구가 멸망한 22세기, 얼마 남지 않은 물과 기름을 차지한 독재자 임모탄 조는 살아남은 소수의 인류가 모인 동굴도시 시타델을 지배한다. 아내와 딸을 잃은 뒤 트라우마에 시달리며 사막을 떠돌던 맥스(톰 하디)는 임모탄의 부하들에게 납치돼 수혈주머니 노예로 갇힌다. 임모탄의 폭정에 반발한 사령관 퓨리오사(샤를리즈 테런)는 임모탄의 아내 5명을 빼돌려 녹색의 땅을 향해 질주한다. 이에 임모탄의 전사들과 신인류 눅스(니콜라스 홀트)는 맥스를 앞세워 퓨리오사의 뒤를 쫓는다.

▲ 여성 사령관 퓨리오사 역의 샤를리즈 테런(아래 왼쪽)과 맥스 역 톰 하디(오른쪽)

1979년 시작한 조지 밀러의 ‘매드맥스’ 3부작은 핵전쟁으로 폐허가 된 아포칼립스(세상의 종말)를 본격적으로 그려 이후 암울한 미래상을 그린 작품들에 지대한 영향을 끼쳤다. 광기와 살벌한 생존경쟁이 지배하는 사회를 배경으로 주인공 맥스의 약탈자·무법자들에 대한 고독한 투쟁을 담은 ‘매드맥스’는 염세적인 디스토피아 정서가 당시 세기말 분위기와 맞물리며 문화적 화인을 강렬히 찍었다. 또한 호주 황무지에서 이뤄진 카 레이싱과 B급 액션, SF, 신성 멜 깁슨의 등장으로 영화사에 한 획을 그었다.

30년 만에 원작자 조지 밀러는 연출, 각본, 제작을 맡아 ‘매드맥스’를 재난 블록버스터로 부활시켰다.

타락한 미래사회는 전편에 비해 지배-피지배 계급의 권력구조 면에서 훨씬 정교해졌다. 불모의 환경에서 번영을 꿈꾸는 임모탄은 교활하고도 철저하게 인류를 지배한다. 사상 주입을 통해 워보이들을 자동차 군단에 투입하는가 하면, 여성들을 씨받이와 우유받이로 노예취급 한다. 퓨리오사는 억압받는 이들과 노예로 몰락한 여성을 해방시키기 위한 저항세력으로써 소수 권력층과 대립관계를 선명하게 구축한다. 홀로 떠돌면서도 인간적 가치를 그리워하는 맥스는 점차 퓨리오사와 소통하며 대의를 위한 투쟁에 동참한다.

단순명료한 스토리 라인에 입체감을 불어넣는 절대 요인은 차량 액션이다. 영화 시작부터 끝날 때까지 거의 2시간 내내 이어지는 일명 ‘도로전쟁’은 장엄한 록 콘서트 현장에 있는 듯한 느낌을 제공한다. 맥스와 퓨리오사 일행이 모는 대형 전투트럭 워리그와 이들을 쫓는 시타델 자동차 군단의 폭주와 충돌, 연신 터지는 폭발과 8기통 엔진의 굉음, 차량 위를 기고 공중을 가로지르는 전사들, 토네이도급 모래폭풍, 하드코어 로큰롤 사운드가 한데 뒤엉키며 불협화음의 교향시가 스크린에 펼쳐진다.

 

150대의 차량이 동원돼 나미비아 사막에서 진행된 도로전쟁 장면은 액션 현장의 다양한 각도를 잡아내는 엣지 암 시스템을 동원, 강렬하면서 혁신적인 장면을 만들어냈다. 여기에 프레임 속도를 늦추고 핸드헬드 카메라를 이용해 사실감을 높인다. 앞으로 당분간 이 정도 클래스의 차량 액션 장면이 탄생하기는 힘들지 않을까 싶다.

‘다크나이트 라이즈’의 히어로로 낯익은 영국배우 톰 하디는 멜 깁슨이 생각나지 않는 맥스를 만들어내는데 성공한다. 이중적 매력뿐만 아니라 외톨이 떠돌이에서 점차 믿음직한 남성으로 성장하는 면모를 잘 살려냈다.

톰 하디의 호연에도 이 영화의 실질적 주인공은 샤를리즈 테런이지 않을까. 삭발에 외팔이인 철의 여인 퓨리오사를 맡아 강인하면서도 슬픔과 아픔을 간직한 복합적 캐릭터를 창조한다. 액션 여전사는 많았으나 이토록 깊이 있는 내면연기와 눈빛을 쏜 여배우는 없었다. 러닝타임 2시간. 15세 이상 관람가. 5월14일 개봉.

goolis@sportsq.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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