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D. 2024-04-26 18:41 (금)
뮤지컬 '팬텀' 카이 "류정한 노련함, 박효신 대중적 솔 어필"[인터뷰]
상태바
뮤지컬 '팬텀' 카이 "류정한 노련함, 박효신 대중적 솔 어필"[인터뷰]
  • 용원중 기자
  • 승인 2015.05.14 18:56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스포츠Q 용원중기자] 팝페라 테너 카이(34·정기열)가 유령으로 초여름 공연가를 호령하고 있다. 국내 초연되는 대작 뮤지컬 ‘팬텀’(7월26일까지 충무아트홀 대극장)에서 타이틀 롤 팬텀(유령)을 맡아 자신만의 특장점을 십분 살리고 있는 카이를 만났다. 단정한 이미지에서 벗어나 반보씩 캐릭터를 확장하는 중이다.

◆ 국내 초연 뮤지컬 ‘팬텀’서 비운의 유령 열연

‘팬텀’은 프랑스 소설가 가스통 르루의 원작 추리소설 ‘오페라의 유령’을 바탕으로 1991년 미국에서 초연됐다. 19세기 파리 오페라하우스를 배경으로 지하 세계에 숨어 사는 팬텀과 여가수 크리스틴의 사랑을 기품 있는 음악에 담아낸 명작이다.

 

앤드루 로이드 웨버의 세계 4대 뮤지컬 ‘오페라의 유령’(1987)보다 뒤늦게 나왔으나 팬텀의 유년기와 베일에 싸인 과거, 여주인공 크리스틴과의 러브라인이 강조된 특징을 보인다. ‘오페라의 유령’과 마찬가지로 고난도 클래식 창법을 요구하는 웅장한 넘버들이 줄을 이어 웬만한 배우는 소화하기가 힘들다.

‘오페라의 유령’ 속 팬텀은 총 20분에 등장하면서 압도적인 존재감을 과시하면 되지만, ‘팬텀’에서 1막과 2막에 걸쳐 쉴 새 없이 모습을 내비치며 격정적인 연기와 열창을 한다. 특히 천정을 뚫어버릴 듯 폭발적인 고음과 풍부한 성량을 쏟아내야 하는 팬텀 역은 서울대 성악과 출신에 2007년 동아콩쿠르 성악 부문 3위, 2009년 오사카 국제음악콩쿠르 성악 부문 3위를 차지했던 카이에겐 안성맞춤 배역이다.

“관객이 보시는 것보다 더 힘들어요. 숨이 턱까지 차올라서 더 이상은 못 뛸 것 같을 즈음 공연이 끝나요. 체력적으로 힘들죠. 음악은 뮤지컬을 넘어선 오페레타 수준이고요. 지나치게 클래식 분위기가 아닐까 우려했는데 국내 공연을 위해 4곡이 새로 추가됐는데 가요 느낌이 물씬 풍겨서 밸런스를 맞추게 된 것 같아요.”

▲ 뮤지컬 '팬텀'에서 크리스틴(김순영)과 2중창을 부르는 팬텀(카이) [사진=EMK뮤지컬컴퍼니 제공]

팬텀이 부르는 ‘그 어디에’와 ‘너는 내 아들’은 카이의 마음을 절로 움직일 정도로 아름답다. 가장 마음에 드는 곡은 2막 초반 지하세계 수로에 배를 타고 나오면서 부르는 ‘그대의 음악이 없다면’이다. 에릭(팬텀의 본명)의 멜랑콜리한 심경을 세밀하게 보여주는데다 팬텀의 정체성을 잘 드러내기 때문이다.

◆ ‘팬텀’ 이어 ‘오페라의 유령’ ‘러브 네버 다이즈’ 잇따라 출연 희망

이번 공연에서 팬텀은 뮤지컬 배우 류정한과 가수 박효신이 카이와 번갈아가며 소화하고 있다. 개성이 다른 배우들이다보니 팬텀의 색깔도 조금씩 결을 달리 한다.

“‘오페라의 유령’에서 팬텀 역을 많이 하셨던 류정한 선배가 18년차 배우답게 노련한 주축 역할을 해주세요. 17년차 가수인 박효신씨는 대중음악적 솔을 맛깔나게 표현하고 있고요. 뮤지컬 경력 5년에 불과한 저는 클래시컬한 팬텀을 만들어내고 있죠.”

 

연출을 맡은 브로드웨이 스타 로버트 요한슨은 풍부한 감성과 섬세함, 디테일에 강한 연출가라 카이와 코드가 잘 맞는다. 요한슨 연출은 카이에게 “나쁜 남자가 될 필요는 없다. 다만 팬텀의 매력을 보여주기만 하면 된다”고 요구했다. 자꾸 보여주려 드는 강박을 내려놓으라는 배려로 받아 들였다. 카이는 살인을 저지르기도 하는 팬텀을 ‘나쁜 남자’가 아닌 ‘절박하고 외로운, 연민 가는 남자’로 부각시키려 애를 쓰고 있다. 류정한, 박효신과 조금은 다른 모습이기도 하다.

뮤지컬 남자배우라면 누구나 선망하는 유령을 꿰찬 카이는 일명 ‘팬텀 3부작’ 달성 포부를 당당히 밝힌다. ‘팬텀’에 이어 웨버의 ‘오페라의 유령’과 2탄인 ‘러브 네버 다이즈’까지 말이다.

“‘오페라의 유령’은 오랜 뮤지컬 역사와 두터운 팬층을 자랑하는 일본에서 도전해보고 싶어요. 현재 연륜이 오래된 배우가 줄곧 팬텀을 하고 있다니 젊은 패기의 팬텀을 현지 팬들에게 보여주고 싶어서예요. ‘러브 네버 다이즈’는 영국 웨스트엔드에서 관람한 적이 있는데 성악 발성이 기초가 되는 캐릭터다보니 욕심이 나고요.”

◆ 창작뮤지컬 ‘아리랑’에선 일제 앞잡이 양치성으로 악역 변신

세계적인 소프라노 조수미의 투어에 동행하며 혜성처럼 떠오른 카이는 콘서트와 음반 발표 활동을 꾸준히 이어가다 2011년 오디뮤지컬컴퍼니 신춘수 대표에게 발탁돼 남성 2인극 ‘스토리 오브 마이 라이프’로 뮤지컬 데뷔했다. 대사 많고 연극적 요소가 강한 작품으로 신고식을 치른 이후 ‘두 도시 이야기’ ‘드라큘라‘ ‘마리 앙투아네트’의 주역을 연이어 맡아오고 있다.

 

숨 고를 새도 없이 대형 창작뮤지컬 ‘아리랑’(7월16일~9월5일 LG아트센터)의 일제 앞잡이 양치성으로 변신한다. 안재욱 서범석 김우형 윤공주 임혜영 김성녀 등이 출연하는 '아리랑'은 일제강점기, 파란의 시대를 살아냈던 민초들의 삶과 사랑, 그리고 투쟁의 역사를 담아낸 작품이다.

“광복 70주년을 기념해 만들어지는 작품이라 조심스럽고 마음이 절로 진중해져요. 일제 강점기 시대를 다룬다는 건 꼭 필요한 작업이겠죠. 가슴 속에 분노와 응어리가 가득한 양치성은 분명 파렴치한이지만 그렇게 될 수밖에 없었던 이유와 내면의 갈등을 잘 그려내고 싶어요. 팬텀이 선악의 양면성을 지닌 캐릭터라면 양치성은 선명한 악역이라 또 다른 도전이 될 것 같아요. 눈빛과 억양에서 악랄함을 묻혀내고, 전라도 사투리 등 시골사람의 면모를 보여주는 것도 기존과 달라서 짜릿해요.”

◆ "내 나이 서른넷, 불안한 행복에 휩싸여"

크로스오버 가수로 시작해 라디오 DJ를 거쳐 무대 배우로써 차곡차곡 행보를 이어가는 카이는 “혼자보다 함께 뭔가를 하는 걸 좋아한다”며 “아름다움이란 목적을 가진 사람들과 작업하는 현재의 생활이 만족스럽다”고 말한다.

“신기하게도 꼭 하고 싶었던 캐릭터를 연달아 하고 있어요. 뮤지컬이든 음반작업이든 제 마음을 울리는 대본이고 노래인가, 내가 재미있어할 만한가를 따져요. 그 기준에만 맞춰지면 가리지 않고 참여하죠.”

 

올해 나이 서른넷이다. 요즘을 “불안한 행복”이라고 표현한다. 시작이기 때문에 불안하고, 갈 길이 멀어서 불안하단다.

“스스로에 대한 확신이 강하면 발전이 없는 것 같아요. 예술의 시작은 의구심이자 결핍, 불안감 아닐까요. 그런 게 제겐 행복으로 다가와요.”

[취재후기] 평소 등산, 걷기, 운동을 즐긴다. 뮤지컬 마니아라 틈만 나면 공연을 챙겨보는 데 공을 들인다. 자신에 대한 평가를 해달라는 말에 “재미없는 남자”라고 가볍게 촌평한다. 영락없는 교회오빠 이미지인데 마인드는 흔히들 얘기하는 '모범적'과는 거리가 있어 보인다.

goolis@sportsq.co.kr

도전과 열정, 위로와 영감 그리고 스포츠큐(Q)


주요기사
포토Q