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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로·화해 썰어넣은 '착하지 않은 여자들'표 김치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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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로·화해 썰어넣은 '착하지 않은 여자들'표 김치찜
  • 오소영 기자
  • 승인 2015.05.14 23:4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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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KBS 2TV '착하지 않은 여자들' 마지막회

[스포츠Q 오소영 기자] '착하지 않은 여자들'에 주 소재로 등장한 것은 음식이었다. 북촌 한옥을 배경으로 '안국동 강 선생' 강순옥(김혜자 분)은 한식 요리법을 가르쳤고, 박은실(이미도 분)은 그의 요리를 배우는 수제자였다.

극중 인물들에게 '착않여' 속 음식은 다양한 의미를 지녔다. 김철희(이순재 분)는 모든 기억을 잃었지만 아내 순옥의 냉면 맛만은 기억하고 있었고, 강 선생의 수제자가 되고싶은 박은실에게는 욕망의 대상이었고, 장모란(장미희 분)에게 까칠하게 대하는 것처럼 보이는 순옥이 그를 위해 도시락을 싸 주는 것은 따뜻한 마음을 에둘러 전하는 모습이었다.

▲ 14일 KBS 2TV '착하지 않은 여자들'은 음식이 주요 소재로 쓰인 드라마다. 14일 마지막회에서는 '김치찜'이 주 음식으로 등장했다. [사진=방송 캡처]

14일 방송한 '착않여' 마지막회에서는 수제자 자리를 놓고 음식 솜씨로 대결을 벌이는 김현숙(채시라 분)과 박은실의 모습이 그려졌다. 대결 주제는 '상처받은 친구를 위로하고 싶을 때'였다. 박은실은 해물찜을, 김현숙은 김치찜을 만들었다.

박은실은 "위로하기 위해서 그 사람의 자존감을 살려주려 했다. 이 요리에 '넌 귀한 사람이다. 힘내'라는 마음을 담았다. 전복, 해삼 등 좋은 재료를 동원했다"고 설명했다.

김현숙은 "내가 위로받았던 밥상을 떠올려봤다. 내 인생에서 가장 힘들던 시절이었다. 며칠간 방안에 틀어박혀 굶었을 때 엄마가 해 준 요리다. 집의 신 김치와 돼지고기를 썰어넣어 찜을 해서 밥과 함께 갖다 주셨다"고 말했다.

그는 "그때 음식이 내게 '괜찮아, 힘내. 나는 네 편이야'라고 말을 건다는 느낌을 처음 받았다. 근사하기보단 따뜻한 게 좋을 것 같았다"며 김치찜을 소개했다.

김현숙의 김치찜을 맛본 박은실은 "평범한 김치찜이다"고 담담한 척 평가했으나 어렸을 때의 기억을 떠올리며 눈물을 쏟아내고 말았다.

▲ 14일 방송한 '착하지 않은 여자들' 마지막회 [사진=방송 캡처]

이후 김현숙은 과거 악연으로 엮였던 나말년(서이숙 분)을 만나 도시락을 건넸다. 현숙은 고교시절 담임교사 말년의 미움을 사, 그의 오해로 퇴학까지 당한 과거가 있다. 이후 두 사람은 악연을 이어갔지만, 점차 사이를 좁혀가고 있었다.

현숙은 "먹으면 힘나는 마술 도시락이다"며 자신이 힘을 얻은 김치찜이 담긴 도시락을 내놨다. 자신이 힘을 얻은 음식을 원수같았던 상대에게 전하며 화해를 시도했다.

과거 현숙을 '썩은 가지'라고 칭하며 "잘라내야 한다"고 표현했던 말년은 "미안하다. 야생 잡초를 썩은 가지로 잘못 봤다"고 답했다. 살갑진 않았으나 그 나름대로의 사과였다.

세상에 영원한 적은 없다는 것. '착하지 않은 여자들' 마지막회에 등장한 김치찜은 이 드라마가 전하는 메시지인 화해와 위로가 집약된 음식이었다.

ohsoy@sportsq.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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