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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든스타 릴레이] (15) 주효만, 30년만 다시 찾은 꿈 '연기' (上)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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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든스타 릴레이] (15) 주효만, 30년만 다시 찾은 꿈 '연기' (上)
  • 오소영 기자
  • 승인 2015.05.23 11:0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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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짧은 시간 안에 매회 하나의 작품을 완성하는 사람들'. 2002년 시작해 올해로 14년째를 맞는 장수 프로그램 '신비한TV 서프라이즈'를 대표로, '실화극장 그날', '기막힌 이야기-실제상황' 등은 실화를 재구성해 극으로 보여주는 프로그램이다. 배우는 역에 따라 얼굴을 바꾸는 이들이지만, 특히 이들 프로그램에서는 매회 새로운 역을 맡는 '만능'이 된다. 스포츠Q는 숨은 별빛들, 즉 '히든스타'들의 이야기를 담은 릴레이 인터뷰를 싣는다.

 

[스포츠Q 글 오소영 · 사진 노민규 기자] 배우 주효만(69)의 휴대전화 사진첩에는 추억이 그득했다. 드라마 '장밋빛 인생'에서 故 최진실의 난폭한 아버지를 연기했을 때, '엄마가 뿔났다'에서 김혜자의 오빠 역을 맡았을 때, 모 증권 광고모델로서 촬영한 CF가 강남 한복판 대형 전광판에 상영되며 많은 사람들에 얼굴을 알렸을 때. 수 년 전 촬영현장도 어제처럼 생생하게 기억했다. 여기에는 30년만에 다시 '연기'라는 꿈을 찾은 그의 이야기가 이유가 된 듯했다.

◆ 30년만 다시 찾은 연기의 꿈, 한 풀듯 연기

주효만이 걸어온 연기의 길은 좀 특이하다. 최주봉, 선우용여, 故 남성훈 등 동기들과 함께 중앙대학교 연극학과에서 수학했다. 여러 연극 무대에 서며 연기를 배웠으나 배우의 길을 본격적으로 걷는 데는 30년이 걸렸다. 과거 연예인에 대한 사회적 인식이 좋지 않아 집안의 반대가 심했던 까닭이다. 그는 시멘트 회사에서 30년간 일했다.

"회사를 다니면서도 방송, 연극을 보면서 '연기를 하고 있어야 할 사람이 엉뚱하게 여기 있구나' 생각이 들었죠. 연기를 못 한 게 늘 한으로 남아 있었어요. 30년이 지나니 동기들은 스타들이 됐죠. 일을 그만둔 후로는 배우 에이전시에 내 상황을 설명하고 연기를 시작하게 됐어요."

 

당시는 KBS '긴급구조 119', MBC '경찰청 사람들', '이야기속으로'와 같은 사건, 일화 재구성 프로그램들이 인기리에 방송되고 있었다. 공채 탤런트 출신이 아닌 경우 드라마 출연 장벽이 높았기에 주효만은 재구성 프로그램을 시작으로 방송에 발을 들이게 됐다.

◆ '재연배우들은 연기자 노조에서 나가라' 압박까지 받았던 과거

현재는 공채 탤런트의 영향력이 과거에 비해 많이 약해졌고, 공채 출신들도 재구성 프로그램에 출연하기 때문에 이 프로그램을 '재연'이라고 부르는 경우가 적어졌다. 그러나 과거 당했던 설움은 말로 하지 못할 정도였다.

"공채 배우들은 자부심이 대단하고 감독들도 차별을 해서 '재연배우'라고 낙인을 찍었죠. '너희가 무슨 배우냐'고 모멸감을 심하게 줬어요. 연기자 노동조합에서는 '재연 프로그램에 출연하는 사람들은 노조에서 탈퇴시켜 버리겠다'는 압박까지 했었으니까요."

연기를 정통으로 배웠고 경험도 많지만 유명세가 적다는 이유, 그리고 '재연'을 한다는 시선을 견디기 힘들었다.

"너무 자존심이 상하고 대우를 못 받다보니 '돈만 생긴다면 재구성 프로그램에 나가지 않아야겠다'고 생각했죠. '재연배우'라는 말을 흔히들 했지만 듣는 사람으로서는 좌절과 회의감이 크거든요. 그런데 사실 모든 연기는 재연이예요. 대본에 나와있는 상황을 보여주는 거니까요. 그럼에도 유명세를 이유로 '재연'과 '연기'를 나누는 것이 우습고 속상하더군요."

그는 점차 경험을 쌓고 역할을 늘려가며 다양한 드라마, 영화, 광고 등에 출연했다.

▲ 'ㅎ' 증권 광고에서는 클로즈업 숏이 담겨 널리 얼굴을 알리기도 했다. [사진=주효만 제공]

◆ 30년 회사생활 후 시작한 연기인생, 잊지 못할 창피한 순간 있죠

30년 회사생활 후 시작한 연기인생. 경험과 연기력을 쌓으며 그를 찾는 전화가 줄을 이었고, 까다롭기로 소문난 감독에게도 인정받으며 뿌듯함도 느꼈다. 그러나 그중에는 아주 부끄러웠던 기억도 있다고 했다. 2003년 드라마 '무인시대' 촬영으로, 벌써 12년 전 일이지만 그는 상황을 아주 생생하게 설명했다.

"촬영지인 경북 문경으로 가는 버스 안에서 대본을 받았어요. 다른 보조출연자들이 자는 와중에, 혼자만 불을 켜고 대사를 외우면서 갔죠. 그런데 외울 분량이 너무 많았고, 집중이 도무지 안 됐어요. 긴장으로 잠도 못 자고 갔는데, 결국은 한 문장도 못 외웠던 거죠."

게다가 도착하자마자 촬영한 첫 장면이었다. 긴 대사에, 오열하며 하소연하는 장면으로, 연기력을 요하는 촬영이었다. NG가 나기 시작했으나 여전히 머릿속은 백지였다. 결국 감독은 특단의 조치를 내렸다.

▲ 드라마 '무인시대' 촬영 [사진=주효만 제공]

"큰 용지에 대사를 모조리 적어서 보고 연기를 했죠. 50여명의 보조출연자들이 다 보고 있는 앞에서 그걸 보고 연기하는데, 말로 할 수 없이 창피했어요. 다행히 드라마에는 전혀 보고 한 것 같지 않게 자연스럽게 나왔더군요.

그 다음주에도 촬영이 있었는데 그땐 완벽히 외워서 연기했죠. 그러니 '이렇게 잘 하시는데 왜 그러셨냐'고 하더라고요. 차마 말을 못 했는데, 사실 그런 사정이 있었다고, 미안했다고 연출을 맡았던 김성근 감독에게 지금도 사과하고 싶어요."

ohsoy@sportsq.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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