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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춘에게 길을 얻다, '풍문으로 들었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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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춘에게 길을 얻다, '풍문으로 들었소'
  • 용원중 기자
  • 승인 2015.05.31 09: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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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준 고아성 김권 장소연, 견고한 체제에 반격...희망의 메시지 던져

[스포츠Q 용원중기자] 2회 만을 남겨놓은 SBS 월화드라마 ‘풍문으로 들었소’(극본 정성주·연출 안판석)가 일그러진 우리 사회의 자화상을 촘촘하게 그려내며 청춘에게서 길을 얻고 있다.

사회 풍자 블랙코미디 장르를 내세웠던 ‘풍문으로 들었소’는 갑을세태와 최상류 계층의 허위의식을 코믹하게 풍자하는 극으로 출발했다. 열아홉 커플 서봄(고아성)- 한인상(이준)의 출산과 결혼을 둘러싼 소동극으로 출발한 드라마는 후반부로 올수록 우리 사회의 근원적인 문제를 직시하고 있다. 그리고 청춘에게서 희망을 찾고 있다.

극중 대법관, 총리, 장관 등 정부 요직에 있던 인사들을 고문 변호사로 영입, 총리 후보자까지 내정하는 대형 로펌 한송을 축으로 구축되는 권력의 이너서클 묘사는 섬뜩하기까지 하다. 이런 정계-법조계 커넥션은 총리, 장관 청문회에서 숱하게 봐왔던 전관예우, 고액 수임료, 회전문 인사 논란을 떠오르게 한다.

 

막강 영향력의 법무법인 한송 대표 한정호(유준상) 주도 하에 이뤄져온 해외 페이퍼 컴퍼니 설립을 비롯한 탈세를 통한 부의 축적, 정치인·법조인 관리를 통한 권력 지분 챙기기 행태는 불법·탈법의 온상으로 전락해버린 법무법인의 모습을 생생하게 그려낸다. 한정호의 아내 최연희(유호정)가 핵심 멤버인 상류층 사교클럽의 고급정보 교환 및 투자행태에서도 ‘준법’은 거추장스럽다. 한정호 집안의 비서, 집사, 가정부, 가정교사, 보모들과의 고용관계에서도 철저한 갑을관계가 관통한다.

한정호의 선대에서부터 형성된 부와 권력을 창출하고 유지하는 ‘경영 논리’는 그대로다. 그런데 이 시스템에 파열음을 내는 건 내부에서의 변화 움직임이며, 순수한 청춘들이다. 이 드라마엔 자존감을 지키기 위해 신분상승의 유혹을 외면한 서민가정 출신 서봄, 아내와 아들을 지키기 위해 어마어마한 상속자 신분을 내팽개친 한인상의 지고지순한 ‘멜로’만 존재하진 않는다.

인상과의 정략결혼 추진에 “진정한 사랑을 해본 적이나 있느냐. 인상-봄이나 자신을 우습게 보지 말라”며 엄마 지영라(백지연)과 연희를 통렬히 비판하는 장현수(정유진), 패배를 알면서도 씩씩하게 한송을 상대로 다윗과 골리앗의 싸움을 벌이는 초보 변호사 윤제훈(김권)과 비서실 조사원 민주영(장소연), 인권을 주장하며 부모에게도 할 말 다하는 한이지(박소영), 인상과 봄의 선택을 지지하며 사직서를 내는 사법고시 과외선생 경태(허정도) 등은 세상물정 모르는 ‘철딱서니 없는 것’들이 아니다. 악습의 고리를 끊고, 변화를 추동하는 새 물결로 다가온다.

이런 의미에서 노회한 비서 '왕언니' 양재화(길해연)가 한정호에게 “세상이 바뀌고 있다. 한송을 좋아하지 않는 이들, 대표님을 무서워하지 않는 사람들이 생겨나고 있다”란 조언은 의미심장하다.

‘풍문으로 들었소’는 해학의 웃음과 후련함의 세태 풍자극의 틀을 훌쩍 뛰어넘어, 우리 사회의 모순을 진지하게 파헤치며 조심스레 대안을 제시한다. 정성주 작가와 안판석 PD의 진화한 역량이 확인된다. 미국 워싱턴 정계에서 권력을 둘러싸고 벌어지는 화제의 정치 스릴러 드라마 ‘하우스 오브 카드’와 ‘맞짱’을 뜰만한 작품이다.

goolis@sportsq.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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