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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농구 새 길 열어갈 숙명여고 이다영-최민주의 쌍무지개 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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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농구 새 길 열어갈 숙명여고 이다영-최민주의 쌍무지개 꿈
  • 박상현 기자
  • 승인 2015.06.04 10:4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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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추어 명가를 찾아서 (10) ] (下) 숙명여고 다문화가정 선수 듀오, 가드·포워드 차세대 기대주

[스포츠Q 박상현 기자] 한국 스포츠에도 다문화가정 선수가 점점 늘어나고 있다. 귀화 선수와 다문화가정 선수가 대표팀에 뽑히기도 한다. 지난해 인천 아시안게임에서 남자 농구 금메달을 따냈던 문태종(41·고양 오리온스)도 대표적인 다문화가정 선수다. 또 지난 1일 울리 슈틸리케 감독이 이끄는 한국 축구대표팀에도 강수일(28·제주)이 발탁됐다.

여자농구에서는 고등학교에서 다문화가정 선수가 기량을 발전시키고 있는 사례가 많다. 박종천 부천 하나외환 감독은 "최근 고등학교에서 육성되고 있는 다문화가정 선수들이 여자농구의 인기와 발전을 이끌어낼 것"이라고 내다봤다.

현존하는 국내 여자농구 팀 가운데 가장 오래된 숙명여고에는 2명의 다문화가정 선수가 있다. 가드 이다영(18)과 포워드 최민주(16)는 농구 명문에서 꿈을 키워가고 있다. 모두 미래가 기대된다는 평가여서 각급 대표팀에서도 이들을 볼 수 있을지 관심이 모아진다.

▲ [스포츠Q 노민규 기자] 숙명여고에는 중국인 어머니를 둔 이다영(왼쪽)과 아버지가 스위스인인 최민주 등 2명의 다문화가정 선수가 있다. 이들의 꿈은 태극마크를 달고 한국 대표팀에서 뛰는 것이다.

◆ 중국인 어머니의 전폭 지지, 슛·리바운드 뛰어난 단신 가드 이다영

이다영의 어머니는 중국인이다. 키가 크고 싶어서 원주 단관초등학교 5학년 때부터 농구를 시작한 이다영은 서울 신길초등학교로 전학해 본격적인 '농구 유학'을 시작했다. 숙명여중을 거쳤으니 벌써 원주에 있는 가족들과 떨어져 지낸지 7년이 됐다. 중학생 때는 가족과 떨어져 지내 크게 외로움을 느끼기도 했지만 지금은 너무나 원했던 농구를 하며 꿈을 키워가고 있기에 향수병도 사라졌다.

1남 1녀의 막내인 이다영은 부모의 전폭 지지를 받았다. 이다영은 다문화가정 출신인 것을 알면서도 친구들이 스스럼없이 대해줘 밝게 자라날 수 있었다.

하지만 아쉽게 이다영의 꿈 하나는 이뤄지지 않았다. 키가 크고 싶어서 농구를 시작했는데 164cm밖에 되지 않는다. 병원에서 성장판 검사를 했는데 얼마 크지 않을 것이라는 진단을 받아 키에 대해서는 이미 마음을 접었다.

대신 100m를 12초대에 끊는 빠른 스피드와 슛 감각을 자신의 장기로 삼고 있다. 빠른 스피드와 돌파력은 현역 시절 '탱크 가드'로 불렸던 김지윤 인천 신한은행 코치를 많이 닮았다는 평가다. 숙명여중에서 뛰었을 때 양희연(38) 코치로부터 들은 말이란다.

현재 숙명여고의 1번(포인트 가드)을 보고 있는 이다영은 득점력과 함께 작은 키에 맞지 않는 리바운드 능력까지 갖추고 있다. 그러나 너무 공격 욕심이 강해 어시스트가 적고 리딩 능력이 떨어진다는 지적도 있다.

이다영은 "키가 작아 무게중심이 아래에 있기 때문에 드리블 능력만큼은 그 누구에게도 뒤지지 않는다"며 "하지만 아직 프로에 나가기에는 준비가 덜 된 것 같아 대학에 먼저 가기로 했다. 대학 4년 동안 꾸준히 준비하다 보면 프로(WKBL)도 가고 대표팀 꿈도 이룰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또 이다영은 "공격 욕심이 많긴 하지만 포인트 가드로서 최대한 제 역할을 하려고 한다. 1번도 보고 2번(슈팅 가드)도 볼 수 있을 것 같다"며 "심성영(23·청주 KB스타즈) 언니가 내 롤 모델이다. 언니도 나처럼 키(162cm)가 작지만 WKBL에서 경쟁력을 유지하고 있다. 나도 그렇게 될 수 있다는 자신감이 있다"고 환하게 웃었다.

▲ [스포츠Q 노민규 기자] 최민주가 숙명여고 윤덕주 체육관에서 훈련에 참가하고 있다. 이다영은 경기 도중 왼쪽 팔목이 골절돼 훈련에서 제외됐다.

◆ 스위스 아버지를 둔 최민주, 벌써 178cm '대형 장신 포워드 예감'

1학년생 최민주(16)은 아버지가 스위스인인 다문화 가정에서 태어났다. 농구 시작은 늦었다. 취미로 했던 농구를 선일여중 2학년 때 시작해 이제 갓 3년차가 됐다. 처음에는 어머니의 반대가 심했지만 아버지의 적극적인 찬성을 등에 업고 선수로서 발을 내딛었다.

방지윤 코치가 말하는 최민주의 장점은 일단 키가 크다는 것. 아직 1학년생인데 벌써 178cm나 된다. 성장판이 아직 열려 있어 더 클 가능성이 있다. 체력이 약하기 때문에 4번(파워 포워드)으로 뛰기 어렵지만 3번(스몰 포워드)으로 활약할 경우 장신 3번으로 발전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다만 경험이 적다보니 자신있게 공을 던지지 못한다. 방지윤 코치도 "4, 5개월 지켜본 결과 기량이 몰라보게 성장했지만 아직 포워드로는 득점력이 떨어진다"며 "못해도 좋으니까 자신감을 갖고 던지라고 주문한다. 아직 어리니까 성장할 시간은 충분하다"고 말했다.

최민주는 "농구를 시작한지 얼마 되지 않아 경험이 부족하고 농구를 보는 시야도 아직 트이지 않은 것 같다"며 "키가 큰 것은 장점이라고 생각하지만 아직 체력도 달리고 상대 선수와 몸싸움을 하면 밀리는 경우가 많다. 60kg 내외의 체중인데 웨이트 트레이닝을 통해 65kg까지 늘린다면 몸싸움을 자신있게 할 수 있을 것 같다"고 강조했다.

최민주의 롤 모델은 김정은(28·부천 하나외환)이다. 경기가 풀리지 않을 때 해결사의 면모를 보여주는 것을 닮고 싶어서다. 지난 시즌 하나외환에서 뛰었던 외국인 선수 엘리사 토마스 역시 최민주가 좋아하는 선수 가운데 한 명이다.

최민주는 "아직 1학년이니까 궂은 일을 많이 하면서 기본기를 쌓고 싶다"며 "내년, 내후년에 욕심을 내서 더욱 자신감있게 경기를 하고 싶다. 청소년 대표가 되고 싶다는 욕심도 있다"고 각오를 다졌다.

tankpark@sportsq.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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