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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년만에 돌아온 삐삐밴드 "카메라에 침뱉는 게 '파격'이었나요?"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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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년만에 돌아온 삐삐밴드 "카메라에 침뱉는 게 '파격'이었나요?" [인터뷰]
  • 오소영 기자
  • 승인 2015.06.12 10:2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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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Q 오소영 기자] '딸기', '안녕하세요' 등 신선하고 실험적인 음악으로 화제가 됐던 삐삐밴드가 18년만 데뷔 20주년 기념앨범 'pppb'를 발표했다. 삐삐밴드로 활동한 것은 불과 3년이지만 20년 가량이 흐른 지금도 이들의 존재감은 잊히지 않았다. 빨강머리에 트레이닝복 차림, 카메라에 침을 뱉고 "딸기가 좋아"를 외치는 강렬한 모습은 대중에 여전히 남아있다.

팀 활동 중단 후로는 각자의 분야서 활동해왔다. 이윤정은 스타일리스트 활동과 함께 남편 이현준과 함께하는 퍼포먼스팀 EE로, 달파란은 일렉트로닉 및 영화음악('도둑들', '내 연애의 기억', '황해' 등) 분야에서 입지를 굳혔다. 박현준은 원더버드 3호선 버터플라이, 모노톤즈 등을 통해 밴드로 활동했다. 이들이 인터뷰 중 가장 많이 한 표현은 "재밌다"였다. "재밌을 것 같아" 음악을 했고, 신예 자이언티와 타이틀곡을 작업한 것도 "재밌는 것 같아서"였다.

이번 기념 앨범에서도 이들만의 독특한 음악세계는 계속 이어간다. 선공개곡 'ㅈㄱㅈㄱ'은 1990년대 시도한 키치적이고 아방가르드한 펑크 음악이며, 타이틀곡 '오버 앤 오버'는 일렉트로닉 작법을 진화시킨 것에 가사로는 위로를 담았다. 이밖에도 '아이 필 러브(i feel rove)', '로보트 가나다 라마바' 등 다양한 감성과 주제의 곡으로 구성했다.

오랜만에 기념 앨범을 낸 만큼, 삐삐밴드는 공연도 이어갈 예정이다. 다음은 오랜만에 취재진을 만난 삐삐밴드와의 인터뷰.

▲ 삐삐밴드 [사진=팝뮤직 제공]

- 그동안의 근황. 재결성 이유는.

▲ 달파란=삐삐밴드 당시 매니저였던 김 대표가 작년에 연락을 줬다. 데뷔 20주년 기념으로 공연해보는 게 어떻겠냐는 제의였다. 당시 3년 활동했던 건 계약기간 때문이었고, 별다른 중단 이유는 따로 없었다. 이후로는 각자의 영역에서 활동했다.

- 삐삐밴드는 당시 파격적인 행보로 화제가 됐다. 

▲달파란=바라보시는 분들이 해석하시는건데, 어떠한 거대한 생각로 활동했던 건 아니다. 다만 당시만 해도 음악이 획일적이었다. 보다 음악이 다양해졌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이윤정= 파격을 지향한 적은 없다. 사실 왜 신기해 하는지도 모르겠다. 이렇게 만나보면 평범하지 않나.(웃음) 기획사에서 아이돌을 만들어 나오다보니 우리가 일반적이지 않은 것처럼 보일 수 있겠지만. 보다 다양한 아티스트들이 나오면 특이하다는 말도 안 나오지 않을까.

- 당시 흔하지 않았던 빨간 머리염색, 카메라에 침을 뱉는다든가 하는 모습은 어떤 이유였나.

▲ 달파란=특별한 이유가 있던 건 아니고, 방송 출연을 한다는 것 자체가 퍼포먼스를 하는 쇼라고 생각했다. 우리나라에선 연예인의 행동이나 쇼적인 것들을 너무 과도하게 받아들이는 것 같다. 픽션과 논픽션을 구분하지 못하는 느낌이 있다.

이윤정=다만 이런 건 있다. 당시는 방송을 우습게 본다는 이유에서 염색머리, 트레이닝복 차림이 안 되던 때였는데 이런 (금지사항을) 뚫었다고 생각하기도 한다. 레게, 염색머리같은 것이 청소년에게 나쁜 영향을 미친다는 이유로 여러 명이 와서 하지 말라는 부탁을 하기도 했고, 트레이닝복을 입고 방송에 나갔다가 예의가 아니라고 혼나기도 했다. 국내에 그런 새빨간 머리염색약을 팔지도 않아서 외국에서 사 온 약으로 머리를 물들였다.

▲ 삐삐밴드 [사진=팝뮤직 제공]

- 삐삐밴드는 다른 가수들과는 다른 모습이었다.

▲ 이윤정= 라이브를 할 때 내 마음대로 멜로디와 가사를 바꾸면서 마음대로 불렀는데, 멤버들도 못 알아차릴 때가 있었다. 누가 컨트롤하지 않았기 때문에 마음대로 공연했던 것 같은데 덕분에 내가 가야 할 길을 잘 잡았다. 당시 같이 활동한 가수들과 얘기해보니 자신의 노래를 듣기 싫다고 하더라. 어디에서든 같은 노래에 맞춰 립싱크를 해서 그렇단 거였는데, 이런 면에서 다행이란 생각도 들었다.

▲달파란= 재밌었다. 그렇게 어렵지 않은 음악을 가지고 대중과 소통하면서 뭔가를 해볼 수 있었다는 자체가 재밌는 경험이었다.

- 이번 20주년 앨범은 어떤 내용을 담아 작업했나. 보도자료엔 '우리 주변의 소외계층이 느끼는 쓸쓸함'과 같은 내용이 실려 있다. 

▲ 달파란=보도자료니까.(웃음) 그런 의미가 아예 없진 않은데 심각하게 얘기하려는 건 아니다. 대중음악이 너무 심각하면 안 되는데, 그래도 이 정도의 얘기는 해야하지 않을까 싶다. 이번 앨범에도 특별한 콘셉트나 메시지는 없다. 오랜만에 만난 기념으로 편히 작업한 거지. 다만 살면서 느끼는 것들에 대해 좀더 쓰게 됐다.

- 삐삐밴드는 예전의 흐름을 이어가나.

▲ 이윤정= 삐삐밴드의 성향은 사람들이 정해놓은 이미지지 우리가 정한 갇힌 이미지는 없다. 가능성을 충분히 열어두고 할 수 있는 건 다 해보려 한다. 장르와는 상관없이, 멤버들이 영화음악을 하기도 하는만큼 여러 군데에 마음이 열려 있어서 여러 시도를 많이 할 것 같다.

달파란= 삐삐밴드의 특징은 음악적인 높은 숙련도를 요구하진 않는다는 점이다. 나는 시나위로 19살 때 활동을 시작했다. 고등학교 때부터 음악 연주를 했는데, 당시 분위기는 연주자끼리 누가 더 고도의 테크닉을 구사하느냐 같은 거였다. 개인적으로 이런 데 짜증이 좀 났다. 음악을 얼마든지 다른 식으로 표현할 수 있단 생각으로 삐삐밴드를 시작하게 된 거였다.

▲ 삐삐밴드 [사진=팝뮤직 제공]

- 자유분방한 모습이 인상깊게 남아있다보니, 이윤정은 아이를 키우는 지금은 어떤 엄마인지 궁금하다.

▲ 이윤정= 멋진 엄마다.(웃음) 아이가 어린이집을 다니는데, 남자아이들은 머리를 기르면 안 된다거나 남자는 하늘색, 여자는 분홍색이라는 생각 등이 은연중에 주입되는 것 같다. 내 머리(투블럭 컷 스타일)를 보고도 "엄마는 왜 대머리야?" 이런 걸 물어본다. 그래서 "여자도 머리가 짧아도 된다"는 식으로 대답해주지만, 이걸 말하는 사람이 나밖에 없다는 게 쉽진 않더라. 그래도 엄마가 난데 어떡하겠나. 다행히 남편도 비슷한 생각이다. 조금 다를 수 있을지언정 마음을 열고 재밌게 살면 좋겠다.

- 달파란의 경우는 영화음악 작업을 하고 있는데, 영화음악만의 매력이 있나.

▲ 달파란= 장선우 감독(영화 '꽃잎', '나쁜 영화', '거짓말' 등) 때문에 시작하게 됐다. 2집 '나쁜 영화'라는 수록곡이 있었는데, 이 제목으로 영화를 만들고 싶다고 음악을 해보라고 했다. 아무생각없이 시작했고 그땐 영화음악이라는 것도 모르는 상태에서 해 보라니까 해 본 거였다. 장 감독님과 몇 편을 작업하게 됐고 조금씩 알려지면서 짧은 음악들과는 다르다보니 영화음악이 주는 매력이 있다. 음악으로 내러티브를 만들고 감정을 살리는 작업 자체가 재밌다. 이 작업을 시작하면서 영화도 많이 보고 자세하게 보기 시작했다. 좋은 영화를 보면서 나 또한 풍성해졌다.

▲ 삐삐밴드 [사진=팝뮤직 제공]

- 당신들에게 '삐삐밴드'의 의미는.

▲ 달파란= 뭐라고 한 마디로 정의하기 힘들다. 당시엔 생각이 많은 편이 아니었는데, 지나고보니 여러 해석이 달리고, 내가 삐삐밴드를 새롭게 해석하게 되면서 오히려 공부가 됐다.

이윤정= 멤버들은 이미 음악활동을 많이 하다가 나와 하게 된 건데, 나는 확 뒤바뀌어버린 경우다. 내게 삐삐밴드는 희로애락을 다 담고 꼬리표처럼 날 쫓아온 것 같다. 스타일리스트를 15년 했고 삐삐밴드를 3년 정도 했는데도. 여전히 그렇게 기억되는 걸 보면 그렇다.

ohsoy@sportsq.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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