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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개월만에 여자월드컵 기적 일군 윤덕여 감독의 리더십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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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개월만에 여자월드컵 기적 일군 윤덕여 감독의 리더십은?
  • 박상현 기자
  • 승인 2015.06.22 16:2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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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자함으로 선수들과 간격 좁혀…U-17 월드컵 우승 최덕주 감독과 닮은 꼴

[스포츠Q 박상현 기자] 한국 여자축구대표팀의 월드컵 16강 기적에는 윤덕여(54) 감독의 헌신과 노력도 무시할 수 없다. 맏언니 김정미(31·인천 현대제철)과도 23년 나이차가 나는 윤덕여 감독은 선수들을 자상함과 인자함으로 감싸며 한국 여자축구의 새로운 역사를 썼다.

한국 여자축구대표팀이 22일(한국시간) 캐나다 몬트리올 올림픽 스타디움에서 열린 프랑스와 2015 국제축구연맹(FIFA) 여자월드컵 16강전에서 0-3으로 완패했지만 브라질, 코스타리카, 스페인과 함께 치른 E조에서 2위를 차지하며 16강에 오른 것 하나만으로도 윤덕여 감독의 지도력이 다시 조명받게 됐다.

한국 여자축구대표팀이 내심 16강이라는 목표를 노리긴 했지만 이는 남자축구의 16강 목표와는 차원이 다르다. 남자축구는 K리그라는 프로리그가 있고 뛰어난 선수들을 해외에 내보내는가 하면 유소년 클럽이 정착되는 등 체계를 갖추고 있지만 여자축구는 초등학교부터 실업까지 모두 통틀어봤자 2014년 현재 등록 선수가 1705명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16강에 오른 것 하나만으로도 기적이다.

▲ 윤덕여 한국 여자축구대표팀 감독(왼쪽에서 네번째)이 22일(한국시간) 캐나다 몬트리올 올림픽 스타디움에서 열린 프랑스와 여자월드컵 16강전 전반이 끝난 뒤 전가을(왼쪽부터), 이금민, 조소현과 함께 그라운드를 나오며 조언을 하고 있다. [사진=대한축구협회 제공]

윤덕여 감독이 여자대표팀 지휘봉을 잡은 것은 2012년 12월 27일이었다. 이전까지 윤 감독은 여자축구를 단 한번도 지도한 경험이 없었다. 최인철 인천 현대제철 감독 등 WK리그에서 활약하고 있는 지도자가 있었지만 대한축구협회가 윤 감독을 선임하면서 '낙하산 논란'까지 있었다.

하지만 윤 감독은 WK리그 경기장이면 언제나 나타나 선수들의 일거수일투족을 살폈고 기량과 몸상태까지 점검했다. 그 결과 강유미(24·화천 KSPO)라는 새로운 대표팀 선수를 발굴, 이번 월드컵 최고의 히트 상품으로 만들어냈다.

또 윤 감독은 20대 초반부터 30대의 김정미까지 모두 자상함과 인자함으로 아우르는 리더십을 발휘하며 팀을 하나로 묶는데 성공했다. 훈련 때는 엄격한 모습을 보여주기도 하지만 평소에는 항상 인자한 미소를 띠며 여자 선수들과 간격을 좁혔다.

윤덕여 감독과 선수가 끈끈함으로 묶여있다는 것은 전가을(27·현대제철)의 골 장면에서도 잘 드러났다. 코스타리카전에서 역전골을 넣은 전가을이 곧바로 윤덕여 감독에게 달려가 포옹했다. 이는 2002년 한일월드컵 포르투갈전 당시 박지성이 골을 넣은 뒤 거스 히딩크 감독에게 달려가 안기는 모습을 연상하게 했다.

여기에 윤덕여 감독은 지소연(24·첼시 레이디스)의 미래를 위해 한 번 지면 그대로 끝인 프랑스와 16강전에 제외시키는 과감한 모습을 보여주기도 했다. 역시 선수 한 명, 한 명에 대한 자상함과 인자함이 없으면 절대 할 수 없는 일이다.

이런 모습은 2010년 FIFA 17세 이하(U-17) 여자월드컵 당시 최덕주(55) 감독과도 상당 부분 닮아있다. 최덕주 감독 역시 30년 이상 나이차가 나는 선수들을 인자함과 자상함으로 아우르며 우승이라는 대위업을 달성했다.

당시 최 감독은 너무나 부드러운 리더십이라는 평가로 어린 선수들을 제대로 이끌 수 있겠느냐는 걱정어린 시선이 있었지만 실수가 있더라도 이를 감싸는 리더십으로 FIFA 주관대회 첫 우승을 일궈냈다.

윤덕여 감독은 그동안 각급 대표팀은 물론이고 프로나 실업팀 사령탑도 맡은 적이 없다. 경남 창단 당시 2005년부터 2009년까지 수석코치를 맡은 것이 가장 높은 자리였다. 하지만 윤 감독은 한국 여자축구의 사상 첫 16강 진출 위업을 이뤄내며 뒤늦게 지도자로서 인정을 받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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