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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디레이블탐방] (24) 시와, 70년대 한국형 포크의 맥 '작가주의 선율 완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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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디레이블탐방] (24) 시와, 70년대 한국형 포크의 맥 '작가주의 선율 완성'
  • 박영웅 기자
  • 승인 2015.06.27 10:5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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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Q 글 박영웅 · 사진 노민규 기자] 도전의 가치를 중시하는 스포츠Q가 마련한 '인디레이블 탐방' 24번째 주인공은 70년대 우리나라를 주름잡던 포크 음악의 성향을 그대로 보여주고 있는 싱어송라이터 시와다.

1970년대 우리나라 음악계를 주름잡았던 장르가 있다. '청바지와 통기타'로 상징되던 포크송이다. 양희은, 윤형주, 송창식 등 현재도 최고의 국내 포크 가수로 인정받는 이들이 신을 주도하는 시절이었다.

이들의 '포크'는 단순히 미국식 정통 포크를 그대로 들여온 음악이 아니었다. 우리의 문화와 정서를 포크라는 장르에 그대로 녹여내 '한국형 포크송'이라는 새로운 장르로 발전시킨 음악이었다. 하지만 현재 '한국형 포크'는 쉽게 찾아보기 힘들다. 비록 '7080문화'라는 이름으로 빈약하게나마 명맥은 유지하고 있지만, 음악적으로 발전된 형태의 '한국형 포크'가 잘 나타나질 않고 있다.

이런 척박한 분위기에서 70년대 정통 한국형 포크의 감성을 담고 이를 발전시키고 있는 싱어송라이터가 있다. 바로 '시와'다.

 

◆ 시와의 '한국형 포크'는 이렇다

시와의 음악은 한국적 정서가 강하게 들어가 있는 포크 음악이다. 누가 들어도 70~80년대 유행하던 국내 포크 음악의 영향을 크게 받은 느낌이다.

"그동안 저는 '내 스타일의 음악'을 추구했어요. 그러나 이번 앨범 작업에서는 좀 달랐어요. 영향받은 뮤지션이 없다고 생각했지만, 이번 음반을 작업하면서 70~80년대 포크가 제 음악의 뿌리였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어릴 적 주변 어른들과 친척들이 들었던 국내 포크 음악들이 무의식에 남아 있고 이것이 제 음에서 묻어나온 것 같아요."

 

◆ 시와의 음악적 감성 그리고 차별성

시와의 음악에서 또 하나 주목할 부분은 곡들이 매우 절제된 감성을 보여준다는 부분이다. 얼핏 처음 음악을 듣는 사람은 '곡 속에서 시간이 정체돼 있다'는 느낌마저 든다. 최근 인디신에서 대세로 자리를 잡고 있는 일반 어쿠스틱 밴드들의 '리듬의 폭발성'과는 전혀 다른 느낌을 지니고 있다.

"시간이 정체된 느낌을 받는다는 분들이 많으세요. 제 생각도 같아요. 제 곡들에는 저만의 '음악적 고집'이 크게 작용을 해요. 전 강한 비트의 곡보다는 저만의 스타일. 제가 추구하려는 절제되고 시간이 멈춰 있는 듯한 음악적 감성이 항상 우선이에요. 그래서 시와 만의 음악이 탄생하는 것 같아요."

이 외에도 시와는 자신의 곡의 감성이 다른 어쿠스틱 곡들과는 또 다른 차별성이 있다는 점도 덧붙여 설명했다.

"특히 제 곡은 듣는 사람에게 말을 건네는 방식에서 다른 곡들과 차이가 있어요. 쉽게 말해 '내가 너에게 이런 말을 해줄게'가 아닌 '내가 당신이 된 것처럼 노래를 하겠다'라는 1인칭 주인공 시점 같은 감성을 지니고 있는 거죠. 이런 부분이 잘 나타난 부분이 절제된 비트와 은유적 표현으로 이루어진 저만의 가사라고 봐요."

 

◆ 시와, 교사라는 직업을 버리고 선택한 '뮤지션의 길'

이처럼 시와의 음악은 '사람들에게 자신만의 스타일로 감동을 주고 이야기하겠다'는 의지가 뚜렷하다. 보통 음악인으로서는 쉽게 시도하기 힘든 '모험'이나 다름없다. 하지만 시와의 이런 자세는 남들도 부러워하는 직업인 '교사'를 포기한 부분을 보면 제대로 이해가 간다. 그래서 그의 뮤지션이 된 상세한 과정이 궁금해졌다.

"고교 시절부터 공부를 열심히 하는 학생으로 살고 있었죠. 하지만 이화여대 특수교육과를 입학하고 나서 노래하는 동아리에 가입했고 그곳에서 공연을 기획하고 무대를 연출하면서 노래를 부르는 일을 했죠. 그때 음악이 재미있다는 걸 안 것 같아요."

"하지만 음악을 업으로 삼을 만큼 재능이 있다고는 생각지 못했죠. 그래서 임용고시 준비를 했고 교사가 됐어요. 직장생활을 쭉 이어가기 시작했죠. 제가 노래를 부르는 직업을 한다는 것은 꿈도 못 꾸던 시절이었죠. 그러나 우연히 계기가 됐어요."

"특수교육교사가 정신지체아들을 가르치는 직업인 만큼 음악치료에 관심을 두게 됐고 제가 직접 음악을 만들어 아이들에게 들려주기 시작했죠. 그러니 아이들의 마음이 열리기 시작했어요. 음악이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 힘이 있다는 걸 그때 알게 됐죠. 이후 막연히 홍대 무대에 오르며 노래를 했어요. 결국 지난 2007년에 첫 싱글 앨범이 나왔고, 2010년까지 교사 일과 노래를 병행하다가 2011년에는 본격적인 전업가수가 된 거죠."

 

◆ 시와 음악의 결정체 '머무름 없이 이어지다'

교사를 버리고 '진짜 가수'가 된 시와는 총 2장의 정규앨범과 6장의 비정규 앨범을 발매했다. 이중 지난해 10월 발매한 세 번째 정규 앨범 '머무름 없이 이어지다'는 시와의 음악 인생의 '결정체'나 다름없는 작품이다.

"이 앨범은 수시로 만든 곡들이 쌓여 완성된 만큼 제 살아온 시간이 노래에 그대로 녹여져 있어요. 그래서 음반을 완성하고 나서 제목을 고민하다 시간이라는 의미를 담고 싶었고 '과거, 현재, 미래가 머무름 없이 연속된다'는 시간의 사전적 의미를 제목으로 결정했어요."

이렇게 '머무름 없이 이어지다'는 시와의 음악인으로서 살아온 인생을 노래로 담았다. 콘셉트를 잡고 앨범을 만들지 않는 그의 스타일답게 전곡 모두 즉흥적이고 연구적인 자세가 돋보이는 곡들로 채워져 있다.

클래식 선율과 포크를 결합한 첫 곡 '가까이'부터 시와 특유의 느린 박자와 멜로디 흐름이 돋보이는 '나의 전부', 이전 음악 스타일과는 다른 경쾌한 비트의 타이틀곡 '서두르지 않을래', 70년대 스타일의 한국형 포크멜로디에 충실한 '생각도 못 했어', 자신의 감정을 직설화법으로 표현한 '당부' 등 그의 철학이 담긴 총 10곡으로 앨범이 구성돼 있다. 이중 시와는 대중들이 이 앨범에서만큼은 반드시 들어야 하는 곡을 직접 선별해줬다.

 

"우선 타이틀곡 '서두르지 않을래'는 제가 그동안 해왔던 곡들과는 다르게 경쾌한 4분의 3박자 왈츠곡이에요. 누군가를 좋아하는 느낌을 담은 곡인 만큼 밝은 분위기가 가득 차 있죠. 대중에게 쉽게 다가갈 수 있는 곡인 만큼 이 노래를 가장 먼저 추천하고 싶어요."

"타이틀곡을 제외하고서는 '어젯밤에서야'를 꼭 추천합니다. 이 음반 전체의 모티브를 잡아준 곡이에요. 특이 이 곡의 편곡은 저의 기존 스타일을 뒤집은 방식으로 이뤄졌죠. 그동안 통기타로만 만들어온 제 노래에 피아노와 현악기를 집어넣는 시도를 했습니다. 이 곡을 중심으로 사실상 앨범 전체에는 콘트라베이스 같은 현악기와 피아노 소리, 통기타 리듬이 함께 들어간 곡들이 많이 탄생하게 된 거죠."

"마지막으로 대중들에게 앨범과 관련해 당부하고 싶은 것이 있어요. 저는 곡을 만들 때 목소리와 가사가 잘 들리게 노력해요. 대중들에게 위안이 되는 노래를 만들고 싶다는 생각에서죠. 살다 보면 기쁘고 행복한 순간도 있고 슬픈 순간도 있습니다. 특히 슬픈 순간에는 좌절하지 마세요. 이 앨범이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길 바랍니다."

 

◆ 시와 그의 음악적 목표

시와는 자신의 음악적 목표에 대해 두 가지 방향을 제시했다. 하나는 '대중성', 또 다른 하나는 영원히 노래하겠다는 '의지'였다.

"음악적 목표라고 거창하게 말할 자신은 아직 없어요. 다만 앞으로는 제 노래를 '확실하게 누군가에게 들려주고 싶다'는 감성으로 만들고 싶어요. 지금까지 제 노래들은 나 자신이 주인공이었고 제 이야기를 푸는 곡들이 대부분이었어요. 하지만 앞으로는 남들에게 들려주는 대중성을 갖춘 음악을 만들고 싶어요."

"또 다른 하나는 할머니가 돼서도 노래를 하고 싶어요."

[취재 후기] 시와는 이 시대 대중들의 '감성의 대변자'가 될 수 있는 역량을 갖춘 뮤지션이었다. 그가 하는 말과 생각 모두는 고차원적인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었다. 이런 감성이 음악으로 탄생해 대중들에게 들려지는 것은 어쩌면 우리들의 축복 아닐까? 시와의 음악은 자극이 난무하는 이 시대에 숨겨진 보석 같은 작품들이 분명했다.

 

 

■ 시와는 누구?

이화여대 특수교육과를 졸업하고 교사로서 인생을 살다 가수로 전향한 싱어송라이터다. 그는 현재 인디신에서 두꺼운 마니아 층을 확보한 포크 가수로 자리를 잡고 있다. 특히 독립영화 OST 음악감독으로도 이름을 알리며 영화음악 분야에서도 알아주는 뮤지션으로 통하고 있다.

■ 왜 시와

"원래 가수가 되면 공연을 하고 싶은 장소가 있었어요. 그곳이 홍대에 있던 클럽 시와예요. 아쉽게도 그곳은 문을 닫았지만 전 이 이름을 제 가수 명으로 삼으면서 영원히 시와를 가질 수 있게 됐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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