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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챌린지 2015] (35) 뜨거운 형제 이승준-동준, 뭉쳤노라 그리고 마지막에 웃겠노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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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챌린지 2015] (35) 뜨거운 형제 이승준-동준, 뭉쳤노라 그리고 마지막에 웃겠노라!
  • 박상현 기자
  • 승인 2015.07.08 10:5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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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년 만에 처음 한 팀서 어깨동무, 서울 SK 장신 포워드 주축…평가 절하, 우승으로 씻는다

[200자 Tip!] 우리 주위에는 한국인과 외국인이 결혼하고 그 자녀들이 사회에 진출, 한국인으로서 살아가는 경우가 많다. 한때는 외국인이었지만 지금은 어엿한 한국인으로 살아가는 이승준(37)-동준(35·이상 서울 SK) 형제도 그렇다. 이들은 어엿한 한국 국적의 대한민국인으로 한국프로노우 KBL에서 처음으로 같은 팀에서 뛰는 형제라는 색다른 기록을 세우게 됐다.

[용인=스포츠Q 글 박상현·사진 노민규 기자] KBL에서 형제 선수의 시초는 조상현 고양 오리온스 코치와 조동현(이상 39) 부산 KT 감독이었다. 박성배(41) 춘천 우리은행 코치와 박성훈(36) 형제도 있었다. 또 현재 문태종(40·고양 오리온스)-태영(37·서울 삼성) 형제가 이승준-동준 형제와 함께 KBL 코트를 누빈다.

그러나 형제가 같은 팀에서 뛴 것은 삼성에서 활약한 박성배-성훈 형제가 유일했다. 이승준-동준 형제 역시 KBL에서 함께 뛰면서도 같은 팀 일원이 되지 못했다. 두 선수의 신체조건과 스타일이 비슷하기 때문에 감독들이 둘을 동시에 보유할 필요가 없었다.

▲ 대학 졸업 이후 늘 다른 팀에서 뛰었던 이승준(오른쪽)-동준 형제가 서울 SK에서 함께 뛰게 됐다. KBL 무대에서 공격력은 좋지만 수비력은 떨어진다는 평가를 받았던 형제의 마지막 미션은 팀을 챔피언에 올려놓는 것이다.

지난 시즌이 끝난 뒤 SK가 트레이드를 통해 삼성에서 이동준을 데려온데 이어 원주 동부에서 자유계약선수(FA)로 풀린 이승준과 계약하면서 비로소 형제가 뭉칠 수 있었다. 형 이승준이 시애틀 퍼시픽대학교를 졸업한 2001년 이후 14년 만이었다.

"어렸을 때부터 집 앞마당에서 농구를 함께 하고 배우면서 자랐어요. 그런데 대학교 이후로는 같은 팀에서 뛰었던 적이 없었어요. 2004년에 룩셈부르크 리그에서 함께 뛴 적은 있지만 같은 팀은 아니었어요. 선수 막바지에 와서 같은 팀에서 뭉치니까 서로 의지가 되네요." (이승준)

"룩셈부르크 리그를 제외하면 같은 나라에서 뛴 것도 그렇게 많지 않았어요. 제가 먼저 한국에 들어왔을 때도 형은 브라질이나 필리핀 등 다른 나라에서 프로로 뛰었고요. 나중에 한국에 들어왔을 때도 서로 같은 팀이었던 적이 없었는데 드디어 형과 뭉치게 됐네요."(이동준)

◆ 이승준-이동준, SK의 장신 포워드 농구를 부탁해

경기도 용인 양지체육관에서 SK의 붉은 유니폼을 입고 나타난 두 형제는 같은 팀에서 함께 뛰게 된 소감부터 얘기했다. 형제가 같은 종목 선수로 뛰는 경우는 종종 있지만 이상하리만치 같은 팀에서 뛰는 것은 흔한 일이 아니기 때문에 감회가 남달랐다.

먼저 SK 유니폼을 입은 것은 이동준이었다. 형 이승준이 FA로 풀린 뒤 내심 SK에서 함께 뛰면 어떨까 생각했다고 한다. 물론 희망에 불과했다.

"감독님께 지나가는 얘기로 형을 영입하면 어떻겠느냐고 말씀드리긴 했지만 이뤄질 것이라고는 별로 기대는 안했어요. 형을 영입했다는 소식을 듣자마자 '와우'하고 환호성을 질렀죠.(웃음) 그런데 나중에 알고보니 이미 형을 데려오는 것을 오래 전부터 생각하고 계셨더라고요." (이동준)

▲ 아킬레스건 부상 때문에 2014~2015 시즌 단 한 경기도 뛰지 못했던 이승준은 이제 SK에서 동생 이동준과 함께 장신 포워드진을 구성하게 됐다.

최부경이 상무에 입대하면서 장신 포워드 자리 하나가 비게 되자 문경은 감독이 두 선수를 선택하면서 형제가 SK에서 조우할 수 있게 됐다. 30대 중반에 들어선 두 선수가 40분 풀타임을 소화하기 힘들다고 봤을 때 번갈아 가면서 새 시즌엔 최부경의 자리를 메울 것으로 보인다. 또 두 선수의 영입으로 박상오가 KT로 이적했기 때문에 두 선수의 역할은 더욱 중요해졌다.

"부경이가 잠시 빠지게 되면서 우리가 왔다는 것을 잘 알고 있어요. 그동안 부경이가 SK에서 전술적으로 중요한 역할을 해왔는기 때문에 책임감도 큽니다. 그동안 한국에서 좋은 성적을 내지 못했기 때문에 제대로 한번 뛰어보려고요." (이승준)

SK는 이승준과 이동준을 영입하면서 김민수, 박승리와 함께 장신 포워드진을 보유할 수 있게 됐다. SK는 앞선 1번(포인트가드)과 2번(슈팅가드) 못지 않게 3번(스몰포워드)과 4번(파워포워드)의 역할이 중요한 팀이다. 공격력은 물론이고 드롭존 등 다양한 수비 전술을 구사할 줄 알아야 한다. 드롭존 수비는 만년 하위팀이었던 SK를 상위권으로 끌어올린 원동력이다.

"다른 팀에서 상대해본 SK는 수비 뚫기가 참 힘든 팀입니다. 이젠 어떻게 수비를 해야할지 고민하고 있어요. 아직 배우는 단계지만 형과 나 때문에 수비가 허술해졌다는 얘기는 듣지 말아야죠. 감독님과 전희철 코치님이 친절하게 가르쳐주시지만 이번 시즌은 좀 빨리 (9월에) 시작해서 시간이 촉박해요. 그래도 잘 적응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이동준)

▲ 트레이드를 통해 형보다 먼저 SK로 들어온 이동준은 형과 함께 뛰고 싶다는 바람을 이뤘다. KBL에서 여덟 시즌을 뛰면서 플레이오프에 단 한 차례만 진출했던 이동준은 SK에서 밑거름이 되겠다는 각오다.

◆ 스타 의식은 버린지 오래, 이젠 SK의 한 부분이 된다

처음 SK가 지난달 이들 형제를 영입했을 때 팬들은 고개를 갸우뚱했다. 둘을 동시에 영입할 필요가 있느냐는 주장과 그동안 두 선수가 있던 팀들의 성적이 좋지 않았다는 의견이 나왔다.

이승준은 다섯 시즌을 뛰면서 플레이오프에 나간 것은 2009~2010 시즌과 2010~2011 시즌, 단 두 차례뿐이었다. 2006년 귀화를 선택해 연세대에서 잠시 뛰다가 국내 선수 드래프트로 KBL에 진출한 이동준 역시 여덟 시즌을 활약했지만 플레이오프는 2012~2013 시즌뿐이다. 모두 공격은 좋지만 스피드가 빠르지 않고 수비력도 떨어진다는 평가가 따라다녔다.

"그동안 소속팀에서 열심히 뛰긴 했지만 정작 성적은 좋지 못했어요. 팬들이 우리 형제에 대한 평가가 박하다는 것은 어떻게 보면 당연한 일 같아요. 어쩌면 내가 모든 것을 다해야 한다는 생각이 있었기 때문에 오히려 잘 안됐다고 생각해요. SK는 좋은 팀이기 때문에 내가 모든 것을 책임진다는 그런 생각은 하지 않으려고요. 철저하게 팀의 일부분이 돼 뛰어야 할 것 같아요. 이제 나이도 적지 않으니 오랜 시간을 뛰어야 한다는 그런 욕심도 없어요." (이동준)

"다쳤던 아킬레스건은 다 나았어요. 경기 감각이 문제이긴 하지만 이전부터 몸을 만들어왔고 SK에서 훈련을 하면서 서서히 컨디션도 끌어올리고 있어요. 내가 팀의 중심이 되어야 한다는 생각은 이제 더이상 하지 않아요. SK에 김선형이나 김민수 등 좋은 선수가 많기 때문에 내가 공격을 이끌어야 한다는 생각은 하지 않아요. 감독님이 어떤 것을 원하는지를 알고 그에 맞춰서 뛰어야죠." (이승준)

▲ 이승준(오른쪽)-동준 형제는 KBL 무대에서 맹활약했지만 팀을 좋은 성적으로 이끌지 못해 팬들로부터 저평가를 받아왔다. 이제 형제는 현역 생활 막바지에서 우승 트로피를 바라고 있다.

또 그동안 KBL에서 팀 성적이 좋지 않았기 때문에 유난히 우승 트로피에 대한 갈증이 상당하다. 문태종-태영 형제는 소속팀에서 맹활약하며 정규리그 우승 또는 챔피언결정전 우승 같은 큰 성과를 냈기 때문에 늘 비교대상이 된다. 이승준-동준은 비교되는 것에 대해 크게 신경쓰지 않는다고는 하지만 그래도 우승 트로피 없이 현역을 그대로 마감할 수는 없다고 말한다.

"오직 우승 하나만 보고 있어요. SK가 정규리그 우승을 차지한 적은 있었으니 이제는 포스트시즌에서 진정한 챔피언이 되어야죠. 나와 동생이 공격에서 빛을 발해 스타가 되는 것은 의미가 없어요. 앞으로 SK에서 뛰면서 오직 바라보는 것은 팀의 우승 뿐입니다. 돌아오는 시즌에 SK가 챔피언이 된다면 당장 은퇴해도 여한이 없을 것 같아요." (이승준)

◆ 외국인 산드린 형제에서 한국인 이승준-동준 형제로

이승준-동준 형제는 혼혈 귀화 선수들이다. 귀화 전 에릭 산드린과 다니엘 산드린이라는 미국인이었다. 하지만 동생인 이동준이 먼저 한국에 들어와 귀화를 선택했고 김태술(전주 KCC)이 전체 1순위로 뽑혔던 2007년 신인 드래프트를 통해 KBL 무대에 발을 내딛었다.

형인 이승준의 길은 약간 달랐다. 귀화하기 전인 2007~2008 시즌 울산 모비스에서 외국인 선수로 활약했다. 귀화를 결심하고 전태풍(전주 KCC) 등과 함께 귀화 혼혈선수로 KBL 무대에 다시 뛰어들었다. 이후 이승준은 2010년 광저우 아시안게임에 출전하는 등 태극마크를 달기도 했다.

"미국 국적을 완전히 버리고 한국인이 되고 나니까 재미있는 일도 많았어요. 부모님을 만나려고 미국에 가게 되면 공항에서 늘 미국 시민권자 줄에 섰었는데 이제는 외국인 줄에서 입국 심사를 받아야 하잖아요. 우리 외모를 보고 왜 외국인 줄에 서느냐는 얘기도 많이 들었어요. 예전에는 미국 입국했을 때 상당히 어색하기도 했었는데 지금은 많이 적응이 됐어요.(웃음)" (이승준)

▲ 이승준(오른쪽)-동준 형제는 KBL 무대, 아니 한국 스포츠에서 대표적인 귀화 선수들이다. 미국인 산드린 형제였던 이들은 미국 국적을 과감하게 포기하고 한국인의 길을 선택했다. 이승준은 광저우 아시안게임에도 뛰었다.

처음 두 형제가 한국에 귀화한다고 결심했을 때 반대가 적지 않았다. 무엇보다도 부모의 반대가 가장 컸다. 자신의 선수생활을 위해 구태여 미국 국적을 포기할 이유가 있느냐는 것이다. 그러나 국적은 바뀌어도 자신들의 정체성은 변하지 않는다는 굳은 의지로 한국 국적을 선택했다.

"어머니나 외삼촌 등 외가 식구들이 미국 시민권자가 되셨지만 한국인이 아니신 것은 아니잖아요. 우리도 마찬가지로 한국 국적을 취득했기 때문에 한국인이긴 하지만 그렇다고 미국인이 아니라고 볼 수는 없어요. 국적은 상관이 없는 것 같아요. '코리안-아메리칸'이든 '아메리칸-코리안'이든 그건 중요하지 않아요. 우리가 어떤 사람인 것이 중요한 거죠." (이동준)

"농구에서도 마찬가지로 우리가 귀화혼혈선수이기 때문에 어떤 활약을 특별히 해줘야 한다는 것은 없는 것 같아요. 신체조건이나 갖고 있는 기량에 따라 어떻게 뛰어야 하는 것이 달리지는 것 뿐이지 특별히 이렇게 해야 한다는 것은 아닌 것 같아요. 그저 팀의 우승을 위해서 뛰는 거죠." (이승준)

이제 두 형제는 현역의 막바지에서 새로운 도전을 시작하게 됐다. 자신을 죽이고 팀을 살려 결과적으로 자신들도 사는 길을 선택한 것이다. SK라는 새로운 유니폼을 입으면서 각오도 다시 했다. 이승준-동준 형제의 2015~2016 시즌 도전이 어떤 모습으로 표출될지 지켜보는 것도 새로운 흥밋거리가 될 수 있겠다.

▲ 형 이승준(오른쪽)의 대학 졸업 후 14년 만에 다시 한 팀에서 뭉치게 된 형제는 같이 뛴다는 것 하나만으로도 즐겁다. 이제 그 즐거움과 우승에 대한 간절함을 챔피언으로 승화시키기를 바라고 있다.

[취재후기] 두 형제 선수는 자신들의 소속팀이 그동안 좋은 성적을 올리지 못했다는 것에 대해 부담을 느끼는 듯 했다. 그렇기 때문에 더욱 자신들이 죽어야 팀이 산다고 생각하고 있다. 그러나 공격력이 좋은 선수들을 구태여 죽일 필요는 없지 않을까. 늘 따라다녔던 수비가 약하다는 평가만 바꿔 놓으면 될 일이다. 두 선수가 새로운 각오로 도전을 시작한만큼 팬들도 이들에 대한 시선을 새롭게 바꿔야 하지 않을까. 이전에 보여줬던 활약을 기준으로 성급하게 판단하는 것보다 오는 9월 시작되는 새 시즌에 어떤 활약을 보여주고 SK가 어떤 성적을 올리느냐에 따라 재평가가 이뤄져야 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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