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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챌린지 2015] (33) 여자월드컵 16강 주역 조소현, 더 큰 미래 위해 거침없이 하이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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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챌린지 2015] (33) 여자월드컵 16강 주역 조소현, 더 큰 미래 위해 거침없이 하이킥!
  • 박상현 기자
  • 승인 2015.06.30 10:4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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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진출·올림픽 첫 본선 진출, 아직 이룰게 많다…러브콜 있지만 최고 독일서 뛰고파"

[200자 Tip!] 한국 여자축구는 국제축구연맹(FIFA) 여자월드컵에서 첫 승과 함께 사상 최초의 16강 진출을 이뤄내며 경쟁력과 가능성을 확인했다. 특히 스페인전에서 극적인 동점골을 넣은 '캡틴' 조소현(27·인천 현대제철)은 이번 대회에서 수비형 미드필더로 공수에서 맹활약, 높은 평가를 받아 해외진출에 자신감을 찾았다. '여자월드컵 방학'이 끝나고 WK리그가 재개된 29일 인천 청라지구의 현대제철 선수단 숙소에서 조소현을 만났다.

[인천=스포츠Q 글 박상현·사진 최대성 기자] 여자월드컵에서 목표를 달성한 한국 여자축구대표팀 선수들이 금의환향한지도 어느덧 닷새가 흘렀다. 선수들은 시차적응을 할 새도 없이 소속팀으로 돌아가 WK리그를 준비해왔다. 그라운드에서 금발을 휘날리며 상대 공격수를 꽁꽁 묶었던 조소현 역시 곧바로 소속팀 현대제철에 합류, WK리그에 복귀했다.

▲ 조소현은 캐나다 여자월드컵을 통해 한국 여자축구의 중원 사령관으로 자리를 확고히 했다. 하지만 여자월드컵 16강은 최종 목표가 아닌 과정에 불과했다. 조소현은 해외 진출과 올림픽 본선 진출 등 더 큰 과제를 앞두고 있다.

조소현의 분위기는 불과 닷새 만에 크게 달라졌다. 길었던 머리카락이 단발로 바뀌었다. 여자가 머리카락을 자르면 심경 변화가 있다는 것이라던데. 그러나 조소현은 별 것 아니라는 듯 "탈색했더니 머리카락이 많이 상해 잘랐어요. 자른 게 더 예쁘지 않나요"라며 환하게 웃었다.

심경의 변화는 없을지라도 조소현은 여자월드컵 전과 후는 확실히 변했다. 여자축구를 보는 사람들의 시선도 많이 달라졌고 팬들도 확실히 많아졌다. 동네 주민들도 "우리 아파트에 여자축구 선수가 살고 있었네"라며 알아보기 시작했다.

◆ 가슴 졸였던 여자월드컵, 경험 부족을 깨달았다

한국이 12년 만에 나선 두 번째 여자월드컵을 통해 조소현에게 많은 별명이 생겼다. 긴 금발을 휘날리는 모습에 애니메이션 '겨울왕국'의 주인공 엘사를 본따 '그라운드의 엘사'라는 애칭이 붙었다. 때마침 엘사의 마법처럼 상대 공격수들을 꽁꽁 얼어붙게 만들어 그 별명이 딱 어울렸다. 또 수비형 미드필더로 상대 공격을 저지한다며 '진공청소기'라는 별명도 얻었다.

"기왕이면 '그라운드의 엘사'가 더 좋은 것 같네요. 머리색 때문에 그런 별명이 붙여졌나 하는 생각이 들었지만 상대 공격수들을 묶어놓는다는 글을 팬들이 많이 써주셨더라고요. 좋게 봐주셨으니 좀 더 어필이 되지 않았나 싶어요. 진공청소기라는 별명은 몸싸움에 능숙하고 힘에서 밀리지 않으니까 붙여진 것 같은데 사실 우리나라 선수들끼리나 그렇지, 다른 나라 선수들과 직접 맞부딪혀보니 꼭 그렇지는 않더라고요."

여기에 러시아전부터는 '여자 기성용'라는 찬사까지 받았다. 수비형 미드필더로서 상대 공격을 일차 저지해주고 공수 조율을 완벽하게 했다는 평가였다.

"그런 평가는 영광이죠. 하지만 아직 부족하다고 생각해요. 이미 기성용(스완지) 선수는 해외에서 뛰어난 모습을 보여주고 인정받는 선수잖아요. 저는 아직 멀었죠."

조소현이 처음 경험한 여자월드컵 4경기는 가슴 졸임에 연속이었다. 월드컵 직전 평가전을 몇 차례 치르긴 했지만 막상 본선 결전은 또 달랐다. 미국과 평가전에서 0-0으로 비긴 것은 나름 자신감이 붙는 계기가 됐지만 월드컵 4경기에서 8골을 내줬다. 경기당 2골을 내줬다.

"미국전을 실점없이 끝내며 자신감을 찾긴 했지만 솔직히 말하면 다같이 수비하고 다같이 공격하는 것이었거든요. 하지만 월드컵 실전에서는 공격 따로, 수비 따로가 됐어요. 공격수가 수비할 때 어느 위치에 있어야 유리한지에 대한 경험이 많지가 않았어요. 그러는 바람에 위기 극복 능력이 부족했던 것 같아요."

▲ 조소현은 스페인전 후반전 시작과 함께 상대 선수들의 체력이 급격하게 떨어지는 것을 느끼고 몰아붙이면 이길 수 이길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그 예감은 적중했다.

자신뿐 아니라 대표팀 선수 모두가 A매치 경험이 부족하다는 것을 느낀 순간은 바로 첫판 브라질전이었다. 특히 조소현은 자신이 페널티킥을 내주는 장면에서 A매치 경험의 중요성을 인식했다.

"아무리 생각해도 제 파울이 아니거든요. 저는 막으려다가 발을 빼는 과정이었고 상대 선수는 발을 오히려 들이밀어 넘어졌고요. 하지만 주심은 페널티킥을 불더라고요. 발을 뺐기 때문에 오히려 브라질 선수의 시뮬레이션 액션을 생각했는데 그게 아니더라고요. 제가 주심을 너무 믿었고 브라질 선수가 주심을 속였다는 점에서는 그가 영리한 거죠. 그런 게 경험인 것 같아요. 다음에 다시 맞붙으면 좀 더 영리하게 경기를 할 수 있을 것 같아요."

◆  해외 진출·올림픽 본선행, 아직 이룰 것이 더 많은 나이

조소현에게 잊을 수 없는 순간은 바로 스페인전 동점골이었다. 전반에 경기가 풀리지 않으면서 선제골을 내주고 끌려가면서 분위기는 최악으로 치달았다. 때마침 전반이 끝난 뒤 윤덕여 감독은 "이런 식으로 끝낼 것이냐. 내가 생각하기엔 우리가 해왔던 훈련이라면 여기서 끝나서는 안된다"고 주의를 주면서 선수들이 정신을 번쩍 차렸다.

그러나 해외 언론의 반응은 달랐다. 미국 ESPN은 당시 상황에 대해 "한국이 전반에 선제골을 내줬지만 스페인 선수들이 지치기를 기다리며 침착하게 경기를 풀어갔다"고 보도했다. 조소현은 전반에 경기가 풀리지 않은 것은 맞지만 ESPN의 보도도 크게 틀린 것은 아니라고 했다.

"이상하게 스페인 선수들이 후반 초반부터 체력이 뚝 떨어지더라구요. 우리가 침착하게 경기를 풀어간다면 되겠다 싶었어요. 그런 과정에서 동점골이 나오고 역전골이 나와 이길 수 있었던 거죠."

조소현의 동점골은 강유미(24·화천 KSPO)의 크로스로 폭발했다. 그러나 조소현은 언론이나 팬들이 말한 것처럼 강유미의 어시스트가 '택배 크로스'는 아니었다고 웃었다.

▲ 조소현은 허리에서 상대 공격수를 꽁꽁 묶는 '진공청소기' 역할을 수행했다. 월드컵에서는 상대 선수를 얼어붙게 만드는 것 같다며 그의 긴 금발에 빗대 '그라운드의 엘사'라는 별명을 얻기도 했다.

"유미의 크로스가 좀 길었어요. 유미한테도 '야, 네 크로스 좀 길었더라'고 얘기해주며 함께 웃었어요. 약간 뒤로 가서 체공시간을 오래 가져가야겠다는 생각부터 했죠. 어떻게 해서든 공에 머리를 대기라도 해야한다는 생각뿐이었어요. 골이 되는 순간 기쁘기도 했지만 드디어 따라붙었다는 생각에 자신감이 생겼어요. 그 과정에서 행운의 역전골이 나왔고 마지막 프리킥 위기도 이겨낼 수 있었던 거죠. 그 때는 골대도 우리 편이었던 것 같아요."

프랑스와 16강전은 아쉽게 완패했지만 조소현으로서는 많은 것을 깨닫고 좀 더 큰 목표를 세울 수 있는 계기가 됐다. 조소현에게 이번 월드컵은 더 큰 목표를 향한 시작점이었다.

"월드컵보다 더 크고 중요한 대회가 바로 올림픽이에요. 올림픽에 나갈 수 있는 아시아 팀은 단 둘뿐이잖아요. 일본이 이변이 없는 한 일본이 한 장을 가져간다고 봤을 때 중국, 북한, 호주 등과 경쟁을 해야하죠. 만만치 않은 싸움이에요."

◆ 미래에 대한 준비도 착실, 결혼도 빠르면 올해 안에

조소현의 또 다른 꿈은 바로 해외진출이다. 수원FMC에서 2년 정도 뛴 뒤 해외리그로 나가겠다는 목표가 있었지만 2010년 현대제철로 이적한 뒤 그 꿈이 다소 늦춰졌다. 이미 캐나다 여자월드컵을 치르기도 전에 박은선(29)이 뛰고 있는 러시아 로시얀카으로부터도 이적 제의를 받기도 했다. 그러나 조소현은 '가려면 독일'이라는 생각이다.

"미국, 잉글랜드, 러시아에서 관심이 있다는 얘기를 듣긴 했지만 그래도 간다면 독일로 가고 싶어요. 독일이 FIFA 랭킹 1위이기도 하고 몸싸움과 빠른 스피드가 적절하게 혼합된 최고의 리그이기 때문에 제가 배울 점도 많은 것 같아요. 여자 선수들은 해외리그에 나가더라도 대우가 좋지 않아 투잡을 하기도 하지만 그것을 감수하면서라도 꼭 독일리그에서 뛰어보고 싶어요."

지난달 월드컵 출정식 당시 조소현을 향해 사회자의 다소 짓궂은 질문이 들어왔다. 당시 사회를 본 박문성 해설위원은 "월드컵이 끝난 뒤 조소현 선수에게 좋은 소식이 있을 것"이라며 결혼 소식이 있을 것임을 암시했다.

"(웃음) 당시 그 일 때문에 기자분들이 저를 보기만 하면 결혼 얘기를 하네요. 신랑이 일반인이라 구체적으로 말하기는 어렵지만 저보다 네살 많은 회사원이에요. 동네에서 함께 공을 차다가 만나 사귄지 2년 지났고요. 이르면 올해 안, 늦어도 내년에는 결혼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신혼여행은 국내를 생각하고 있는데 스위스 같은 나라도 나쁘지 않은 것 같아요."

▲ 조소현은 벌써 미래 계획을 세워놓고 있다. 해외 진출과 함께 영어권 국가에서 스포츠 마케팅을 공부하겠다는 목표까지 세워놓았다. 또 올해나 내년에 4년 연상의 회사원과 결혼도 계획하고 있다.

조소현은 결혼을 하더라도 축구를 그만 둘 생각이 전혀 없다. 결혼한 뒤에도 선수로 계속 뛰면서 미래 준비도 함께 진행하려 한다. 이미 조소현은 10년 뒤 계획까지 짜놓았다. 그 계획을 현실로 이뤄내기 위해 영어공부를 게을리 하지 않는다.

"선수 말년이 되면 영어권 국가에서 뛰고 싶어요. 그 나라에서 뛰면서 스포츠 마케팅 공부를 하려고요. 스포츠 마케팅 공부를 한 뒤에는 대한축구협회든 FIFA든 아니면 여자축구 조직이든 제 능력을 발휘할 수 있는 곳에서 한국 여자축구의 발전을 위해 일해보고 싶어요."

조소현은 월드컵을 치르기 위해 떠났을 때와 끝마치고 돌아왔을 때 공항 풍경이 확 달라진 것에 대해 놀라움을 금치 못했단다. 그러나 공항에서 보여줬던 열기가 WK리그로 이어졌으면 하는 소망을 잊지 않았다. 상대 선수를 꽁꽁 얼려버리는 그라운드의 엘사도 경기장은 후끈 달아오르기를 간절히 바랐다.

[취재후기] 조소현이 2019년 프랑스 여자월드컵에서도 뛸 수 있을까. 조소현은 가능성을 반반이라고 내다봤다. 이유는 간단했다. 나이가 서른이 넘는데 지금처럼 잘 뛸 수 있을지 모르겠다는 것이었다. 이 때문에 조소현은 해외진출과 올림픽 출전에 모든 것을 쏟아붓고 있었다. 현재 조소현의 당면 과제는 오는 8월 중국에서 열리는 동아시안컵이다. 동아시아 지역 대회라고 하지만 한국을 비롯 일본, 북한, 중국 등 아시아 최고의 팀들이 모인다. 조소현은 "아시안게임에서 북한에 아쉽게 졌던 것도 설욕해야겠지만 이번에도 일본을 또 이겨보고 싶다"고 말한다. 일본이 2년 전 패배를 설욕하기 위해 적극적으로 달려들 것이고 결국 이번 한일전이 제대로 된 '진검승부'가 될 것이기 때문이다. 올림픽 본선 진출을 위한 기선 제압을 위해서라도 일본을 반드시 꺾어야 한다고 다짐했다. 이를 위해 쉴 틈도 없이 다시 축구화 끈을 질끈 매고 그라운드로 달려가고 있다.

▲ 조소현은 이미 오래 전부터 미국, 잉글랜드, 러시아 등 해외 구단으로부터 러브콜을 받아왔다. 하지만 그가 눈여겨보고 있는 리그는 세계 최고로 꼽히는 독일 리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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