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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디레이블탐방] (26) '포크 신성' 권나무 "깨끗한 마음이 가장 무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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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디레이블탐방] (26) '포크 신성' 권나무 "깨끗한 마음이 가장 무섭다"
  • 오소영 기자
  • 승인 2015.07.10 11:3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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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Q 오소영 기자] 도전의 가치를 중시하는 스포츠Q가 마련한 '인디레이블 탐방' 26번째 주인공은 포크 신의 신성 권나무다.

푸근한 경남 사투리 억양이 인상적인 가수 권나무(본명 권경렬)는 짧은 시간 내에 크게 성장한 싱어송라이터 중 한 명이다. "그림같은 노래" "정통 포크의 신성"(EBS '스페이스 공감'), "진짜에 가까운 음악"('한국대중음악상') 이라는 평을 들은 권나무의 음악은 섬세한 감성을 표현한 아름다운 가사, 어쿠스틱 기타 선율 위 얹는 담담한 목소리로 깊은 울림을 준다.

권나무의 일주일은 독특하다. 평일에는 충남 서천의 작은 초등학교의 교사로 아이들을 가르치고, 주말에는 기타를 메고 다양한 지역의 관객 앞에서 공연한다. 주말의 인터뷰 후, 평일에 전화를 걸었을 땐 그는 하루의 수업을 마치고 반 아이들과 방과 후를 맞이하고 있었다. 수화기 너머로 아이들의 재잘거림이 전해져 왔다.

▲ [사진=권나무 제공]

◆ 김광석 '나무'에서 따 온 이름, 나무처럼 담백하고 곧은 노래

권나무라는 이름은 홍대에서 음악을 시작할 때쯤, '홍대에 가니 예명을 지어보자'라는 풋풋한 생각에서 지었다. 당시 꽂혀있던 노래 김광석의 '나무'에서 따 온 이름을 지금까지 사용하게 됐다. 이름 앞에 붙인 표현은 '음악가'다. '뮤지션'이나 '아티스트'가 아닌 '음악가'는 오랜만에 듣는 단어다. '음악가 권나무'는 그의 예명처럼 자극없이 스며든다.

"사진찍는 사람에게 '뭐하는 사람이냐'고 물었을 때 '포토그래퍼'라고 대답하는 경우는 얼마 없지 않을까요? '사진찍는 사람이다'고 말하는 것처럼, 저 역시 음악을 하는 사람이라는 점에서 그렇게 붙였어요. '뮤지션'은 좀 낯설어요. 왠지 대단하고 거창해서 저와는 어울리지 않는 것 같아서요."

권나무는 대학교에 입학하며 본격적으로 밴드생활을 했다. 메탈리카, 너바나의 음악을 들으며 해 나갔던 밴드에서 권나무는 노래만 하는 싱어였다. 록 밴드에서 지금의 포크 가수로 변하게 된 것은 특별한 이유가 아닌 환경의 차이 때문이었다. 졸업 후 하나의 밴드를 갖추기는 어려운 상황이었고, 권나무에게 있었던 건 어쿠스틱 기타 하나였다.

"비유하자면, 쇠를 깎아 장난감을 만들던 사람이 쇠가 없는 상황에서 그 대신 나무를 깎은 것과 비슷한 거예요. 저도 제게 있는 기타로 곡을 쓰고 연주하다보니 지금의 음악을 하게 됐어요."

자신의 유년시절을 풀어낸 '어릴 때', '강 건넌 불구경만 하다가 청춘을 허비하고, 세상이 지운 빚을 갚다 내 빛을 잃는다'는 가사의 '이건 편협한 사고' 등. 권나무는 자신이 표현하고 싶은 느낌과 말하고 싶은 이야기를 하나씩 풀어내기 시작했다.

자유롭게 빚어낸 그의 곡들은 흔한 고음, 기교가 없이 담백하다. 또한 얽매인 틀도 없다. 그 중 한 예는 곡의 길이다. 대부분 가요는 3분 30초 이내지만, 권나무의 데뷔앨범 '그림'의 대표곡인 '어릴 때'의 경우 6분 27초다.

"제가 하는 노래에는 어떤 특별한 이유 같은 것은 없어요. 이렇게 긴 곡을 만들고 나니, 음악을 하는 한 형님께선 '성공은 3분 30초에 달렸다'는 말씀을 해 주시기도 했어요. 그래야 CF에도 쓰이고 다른 데도 쉽게 쓰인다는 거죠. 그런데 사실 그런 것들에 대해서는 전혀 생각해본 적이 없고, 그냥 마음가는 대로 할 뿐이에요. 작업한 곡 중에는 18분짜리도 있는걸요."

▲ [사진=권나무 제공]

◆ 대중 앞 서며 책임감 커져, "모든 무대는 영광의 자리"

"그저 내 얘기를 하는 것뿐"이라는 권나무의 노래에 사람들은 "덕분에 위로가 됐다"는 감상을 내놓는다. 권나무의 노래는 1970~80년대 포크 세대를 포함해 다양한 세대로부터 사랑받고 있다.

모든 창작이 그렇듯, 권나무 또한 혼자만의 방에서 기타를 치며 곡을 만들기 시작했다. 이후 홍대 부근에서 공연하다 우연히 도전한 '헬로루키'에 선정되며 이름이 본격적으로 알려졌다. 인터뷰를 위해 만난 서울레코드페어 현장에서도 권나무의 음반을 현장 구매한 이들이 꽤 됐다. 이처럼 그의 음악을 찾는 이들이 늘고, 상을 받으면서는 책임감이 커졌다.

"어떤 분이 이렇게 표현하셨어요. '자신의 음악이 널리 알려지는 건, 혼자 갖고 놀던 테니스공이 담장을 넘어가게 된 것과 같다'고요. 공이 통통 튀다 다시 돌아오는 것처럼, 권나무의 음악에 대한 사람들의 평가는 제게 영향을 미쳐요. 방구석에서 혼자 음악하던 사람인데, 많은 분들이 관심을 표해주시니 신기하고 감사해요. 사람이 살면서 이런 느낌을 얼마나 받을 수 있겠어요."

이런 생각을 바탕으로 권나무는 "모든 무대를 '영광스러운 자리'라고 생각하고 정성껏 준비한다"고 했다.

이는 노래뿐 아니라 수업에서도 마찬가지다. 권나무는 "어쩌다 미숙한 준비로 제대로 된 수업을 하지 못했다는 생각이 들면, 그날 밤엔 미안함에 잠이 오지 않는다"고 했다. 권나무의 트위터에는 공연 영상, 반 아이들이 그린 그림이 게시돼 있는 등 음악과 교육에 대한 애정이 드러나 있다. 성격이 달라 보이는 두 가지 일을 하는 데 어려움은 없을까. 권나무는 겸손한 답을 했다.

"물론 쉽지는 않아요. 그런데 감히 이를 '감당하기 어렵다'거나 '힘들다'고 하는 건 건방진 것 같아요. 다들 겪을 어려움이니까요. 저는 단지 최선을 다할 뿐이고, 일의 균형을 맞추지 못한다고 생각이 들 땐 과감히 그만둬야죠."

여기에는 체력 관리도 중요하다. 현재 근무하는 초등학교는 아이들이 많지 않아 소규모지만, 그만큼 교사 수도 적어 퇴근 후에도 일감이 많은 편이다. 보통은 집으로 돌아오면 밤 10시쯤이 된다. 여기에 주말엔 공연까지 이어지니 체력 관리가 필수다. 이 때문에 평일엔 맥주 한 잔도 하지 않는다.

▲ 가수 권나무는 주중엔 초등학교 교사로, 주말은 다양한 지역을 다니며 공연한다. [사진=권나무 제공]

◆ 진심어린 이메일 소통에 "깨끗한 마음으로 음악을 해야겠다"

권나무를 취재하며 특이했던 것은, 그가 그의 음악을 듣는 이들과 활발히 소통한다는 점이었다. 무대에서는 관객과 늘 눈을 맞추고, 트위터, 페이스북에서의 소통은 물론 이메일도 주고받는다.

"저에게 궁금한 것이 있거나 의견을 나누고 싶으신 분들이 계셨는데, SNS는 너무 한정된 공간이란 생각이 들었어요. 제 이메일주소를 SNS에 남겼더니, 꾸준히 메일을 쓰시는 분들이 계세요. '나무씨의 곡을 듣고 내 경험에 비춰보게 됐다. 어떤 상황에서 쓴 곡인지 궁금하다'는 등 내용을 보내주세요. 진심어린 글이 많아요. 이런 소통을 통해서 저와 듣는 분들 간의 어떤 유대감이 커진 것 같아요. 굳이 제가 공연에서 곡에 대해 설명하지 않아도 듣는 분들은 이해하시는 거예요."

진심어린 메일만큼 권나무 또한 성심성의껏 답장을 쓴다. 그는 "무대보다 메일 답장 쓰는 데 더 정성을 들이는 것 같기도 하다"며 웃었다. 이번 여름에는 이메일을 통해 공연을 부탁해 온 제주의 책방에도 찾아가 공연할 예정이다.

"깨끗한 마음으로 쓰신 글을 보며 마음을 다잡고, 답장을 쓰면서는 제 곡에 대해 좀더 생각하게 돼요. 막말로 제가 쓰레기같은 곡을 쓰면 어떻게 그분들을 볼 수 있겠어요. 사실 저는 늘 제 마음가는대로 하는 편이라서, 저를 신경쓰이게 하는 건 이 분들밖에 없는 거예요. '좋은 부담감'이죠."

이는 평소 아이들을 가르칠 때도 같은 생각이다.

"아이들을 가르칠 때도 똑같아요. 아이들은 항상 제게 모든 걸 열어놓고 깨끗한 눈으로 절 보고 있거든요. 이런 무게를 느끼면서 소통하고 있죠."

권나무는 앞으로 어떤 음악으로 찾아올까.

"지금 부르는 곡 중에선 10년 전 작업한 노래들도 많아요. 그 내용은 지금의 저와는 굉장히 다른 면이 많아요. 예전엔 사랑이 전부였을 때도 있었고, 삶을 제약하는 것들에 대한 거부감이 많았죠. 지금은 보다 여유가 생겼고 주변을 돌보게 됐어요. 제 이야기를 할 뿐인데, 이렇게 보여지는 변화가 신기해요. 앞으로도 어떤 내용이 됐든, 제 얘기를 저의 방식으로 하고 싶어요."

권나무는 올 겨울 발매를 목표로 새 앨범을 준비 중이다. 집 옥상에서 햇살을 쬐면서 혹은 서천의 바다를 마주하고 기타줄을 퉁긴다. 서천 바닷가를 걷다보면 권나무를 만날 수 있을지도 모를 일이다.

▲ [사진=권나무 제공]

▲ 음악가 권나무는?

2014년 1집 앨범 '그림'으로 데뷔. 2014년 'EBS 스페이스 공감' 5월의 헬로루키, 2015년 제12회 한국대중음악상 최우수 포크 노래상 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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