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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훈훈함 가득', SK 퓨처스리그 홈경기 현장속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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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훈훈함 가득', SK 퓨처스리그 홈경기 현장속으로
  • 민기홍 기자
  • 승인 2014.04.17 10:4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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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려운 환경 속에도 유쾌함 잃지 않아

[300자 Tip!] 2014 프로야구 등록선수는 총 597명이다. 평균 연봉은 1억638만원. 연봉 15억원을 받는 김태균, 4년 75억의 FA 대박 계약을 한 강민호같은 톱스타도 있지만 대부분의 선수들은 3000만원 미만의 연봉을 받으며 힘든 생활을 하고 있다. 한화와 SK간의 경기가 열린 인천 송도의 퓨처스리그(2군리그) 현장을 찾았다. 무겁기만 할 것이라는 예상과는 달리 훈훈함과 유쾌함이 공존했다.

[인천=스포츠Q 글 민기홍 · 사진 최대성 기자] 지난 16일 퓨처스리그 한화-SK전이 열린 인천 송도 LNG스포츠타운 야구장. 오전 10시 경기장에 들어서니 홈팀인 SK 선수들이 타격훈련에 매진하며 구슬땀을 흘리고 있다. 박경완 2군 감독은 1루 덕아웃 앞에서 날카로운 눈으로 선수들을 주시하고 있다.

▲ 경기 전 선수들이 단거리 달리기 훈련을 하고 있다.

안치용, 김상현, 임훈 등 1군에서도 쉽게 볼 수 있는 선수들이 눈에 띄었다. 대졸 신인으로 개막 엔트리에 들었던 박민호, 2007~2008 시즌 SK 벌떼마운드에서 한몫을 담당했던 이한진 등 잠시나마 팬들에게 얼굴을 알렸던 선수들도 보였다.

◆ 발길 닫는 곳이 곧 라커룸, 가족같은 선수들 

▲ 덕아웃 근처든 어디든 옷을 갈아입는 곳이 곧 라커룸이다.

모든 곳이 라커룸이나 다름없었다. 선수들이 옷을 갈아입는 장소는 따로 정해져있지 않았다. 1루 관중석 스탠드 아래의 공간과 경기장 중앙 귀빈석, 1루 덕아웃 근처 등이 곧 라커룸이었다. 선수들은 경기에 돌입하기 전 강한 훈련으로 더러워진 트레이닝복을 벗고 깨끗한 유니폼으로 갈아입었다.

11시30분이 넘어서자 하나둘 선수 대기실로 모여들어 식사를 시작했다. 쟁반에 밥을 받아들고 하나둘 자리를 찾아 흩어졌다. 탁자 자리가 넉넉지 않아 바닥에 옹기종기 모여앉아 숟가락을 들기도 했다. 전날 있었던 1군 경기, 곧 등판할 상대 선발투수 등에 대해 서로 이야기하며 식사를 마쳤다.

▲ SK 퓨처스 선수들이 바닥에 앉아 이야기 꽃을 피우며 점심식사를 하고 있다.

함께 고생하는 선수들은 서로를 막역하게 대했다. 선후배간도 스스럼없이 오래된 친구처럼 짓궂은 농담과 개인적인 이야기들을 주고받았다. 비장하기만 하고 어두운 분위기일 것이라는 예상과는 달리 선수들은 밝은 표정과 웃는 모습으로 경기를 준비하고 있었다.

경기 중간 교체된 선수들끼리는 플레이 하나하나에 대해 서로 지적하고 보완할 사항을 전달했다. 선배들은 고졸 신인 이승진이 마운드에서 내려오자 격한 격려로 프로 첫 데뷔를 진심으로 축하해주기도 했다.

▲ 1루 관중석 밑의 공간은 선수들이 옷을 갈아입기도 하고 잠시 쉬기도 하는 공간이다.

◆ 멀티플레이어, 모두가 스스로 척척

▲ 퓨처스 선수들은 1인다역을 소화해야 한다. 훈련 준비도 스스로 한다.

모든 훈련 과정을 선수들 스스로 준비했다. 경기 시작이 임박하자 이날 경기에 나서지 않을 투수조 선수들은 더욱 분주해졌다. 한 명은 기록원, 한 명은 배트보이, 또 한 명은 전광판 조작원으로 변신했다.

본부 중앙 뒤쪽에 자리한 선수는 스피드건으로 매 투구의 스피드를 기록했다. 선수마다 어떤 구질의 공을 몇 개나 던졌는지 상세히 기록하고 있었다. 덕아웃에서 경기 중간마다 넘어온 선수는 마운드에 올라선 투수의 상태를 들어 벤치에 전달했다.

전광판 조작과 배트보이를 하는 선수들도 능수능란하게 임무를 수행했다. 퓨처스 선수들에게는 익숙한 일. 어떤 잡음도 없이 경기가 매끄럽게 진행됐다.

▲ 훈련을 마친 후 피칭머신에 연결했던 와이어를 정리하는 것도 선수들의 일이다.

어린 선수들일수록 파울볼이 났을 경우에는 잽싸게 그 공을 찾으러 가야 했다. 퓨처스리그의 모든 선수들은 때로는 기록원으로, 배트 보이로, 전광판 조작원으로 1인 다역을 수행하고 있었다.

◆ 퓨처스를 지켜주는 팬, “제2의 김성현 나올 것” 

“거의 매일 오는 것 같아요.”

이날 오전 송도는 짙은 안개가 낀데다 바람마저 날카롭게 불었다. 쌀쌀한 날씨임에도 SK 팬북을 든 여성팬은 도심에서 멀찌감치 떨어진 LNG 야구장을 찾았다.

인천 문학동에서 경기장을 찾았다는 문진(25)씨는 자신이 김성현의 팬클럽장이라고 밝혔다. 김성현은 오랜 2군 생활을 거쳐 현재 1군 주전 유격수로 발돋움했다.

▲ 김성현의 열성팬인 문진씨는 SK 퓨처스리그 구장을 자주 찾는다. 그는 '제2의 김성현'이 누가 될지 주목하고 있다.

그는 “김성현을 보기 위해 오래 전부터 퓨처스리그를 찾기 시작했다”고 전하며 “김성현으로 인해 자연스레 SK도 함께 좋아지더라”고 구단에 대한 애정을 보여줬다. 이어 “김성현은 1군으로 떠났지만 또 누가 ‘제2의 김성현’이 될지 모르는 것”이라며 송도 퓨처스리그 경기를 앞으로도 자주 찾을 것임을 다짐했다.

그는 쌀쌀한 날씨에도 불구하고 추위를 참으며 끝까지 자리를 지킨 채 경기를 지켜봤다.

◆ “지도할 맛 난다”, 강혁·김상진 코치 

강혁(40) 코치는 올시즌부터 SK 퓨처스 타격코치로 새 삶을 시작했다. 신일고 시절부터 타격에서 뛰어난 재능을 보이며 ‘천재’ 소리를 들었던 그는 인천 남구에서 리틀야구단 감독으로 재직하다 다시 프로 무대로 돌아왔다.

그는 1999년 입단 당시 계약금으로만 5억7000만원을 받았던 엘리트 선수였다. 타격에 일가견이 있는 그에게 프로 지도자로서 어려운 점은 없는지 물었다.

그는 먼저 “아직 선수들이 내 욕심만큼 따라주지는 않는다”고 웃으며 답변했다. 그러면서 “2군 선수들이라 그런지 자세면에서 다소 아쉽다”며 “프로다운 성숙한 자세를 갖춰줄 것”을 주문했다.

그러나 “좋은 자질을 갖춘 선수들이 많다”며 김도현, 오상철, 박철우, 김기현 등을 지목했다. 그는 “이런 선수들을 보면 지도자로서 가르칠 맛이 난다”며 열의를 보였다.

▲ SK 퓨처스 포수 이윤재가 파울 플라이를 잡기 위해 마스크를 벗진채 타구를 따라잡고 있다.

현역 시절 OB에서 특급에이스로 활약했던 김상진(44) 투수코치 역시 희망을 이야기했다. 그는 “야구붐이 일어 이제 2군 경기도 전파를 탄다”며 선수들이 보다 열정을 갖고 야구에 임해주기를 당부했다.

이어 "가르쳤던 선수들이 1군에 올라가 자리를 잡아줄 때 가장 뿌듯하다"는 말로 코치 생활의 보람을 표현했다. 경기 후 그는 투수조를 불러모아 직접 펑고를 쳐주며 또 하나의 작품을 만들기 위한 세심한 지도를 시작했다.

[취재 후기] ‘1군에 입성하고야 말겠다’는 비장한 목표 속에서 함께 고생하고 있는 선수들간의 의리와 우정이 묻어나왔다. 많은 이야기를 나눈 선수들에게 ‘언젠가 반드시 문학에서 보자’는 덕담을 건넸다. ‘퓨처스’라는 단어처럼 SK의 미래를, 한국야구의 미래를 이끌어갈 그들을 1군 무대에서 조명할 그날을 기다려본다.

sportsfactory@sportsq.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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