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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디레이블탐방] (27) 페이션츠 '펑크록' 한계를 뛰어넘다! 재력·실력 다가진 그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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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디레이블탐방] (27) 페이션츠 '펑크록' 한계를 뛰어넘다! 재력·실력 다가진 그들
  • 박영웅 기자
  • 승인 2015.07.15 12:0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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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Q 글 박영웅 · 사진 이상민 기자] 도전의 가치를 중시하는 스포츠Q가 마련한 '인디레이블 탐방' 27번째 아티스트는 그들만의 새로운 펑크를 지향하는 인디신 밴드 페이션츠다.

펑크의 역사는 다른 록음악에 비해 짧은 편이다. 70년대 영국 밴드 섹스피스톨즈와 클래시 등으로 인해 꽃을 피운 펑크는 이후 90년대 밴드 그린데이로 인해 '모던펑크'로의 진화를 할 수 있었다.

하지만 '모던펑크'의 등장 이후 펑크는 제대로 된 진화를 하고 있다고 말하기는 쉽지 않다. 그린데이 이후 이들을 능가하는 밴드나 음악은 나오 질 않는 모습이다.

 

이런 현상에는 그럴 만한 이유가 있다. 펑크라는 장르의 한계성 때문이다. 펑크의 사전적 특징은 '강렬하면서도 단순한 코드와 빠른 리듬'이다. 이 같은 특징은 '폭발성'이라는 장점을 가지고 있지만 '진화'에는 취약한 면을 드러낸다.

워낙 구조적으로 '단순하다'는 약점 때문에 음악을 통한 새로운 시도가 쉽지 않다. 곡이 대부분 똑같이 들리는 듯한 느낌을 주는 것이 펑크다. 그만큼 펑크는 새로운 멜로디와 스타일을 쉽게 뽑기는 힘든 음악이다.

하지만 이런 힘겨운 약점을 이겨내고 인디신에서 '펑크의 진화'를 이뤄내고 있는 국내 밴드가 있다. 바로 '그들만의 펑크'를 지향하는 페이션츠(조수민(베이스, 보컬), 이재혁(드럼, 코러스), 권혁장(키보드, 코러스))이다.

◆ 페이션츠의 인디신 펑크는 '하이브리드 펑크입니다'

페이션츠의 펑크를 듣고 있으면 확실히 '다르다'는 생각이 먼저 든다. 정통펑크와는 대비되는 그들만의 색을 그대로 드러내고 있기 때문이다. 반주나 사용되는 악기, 멜로디의 느낌 등이 '펑크의 범주'를 넘고 있다. 자칫 처음 듣는 사람들은 이들의 음악이 펑크인지 모던록인지 구분하기가 힘들기도 하다. 페이션츠의 장르가 궁금했다.

"굳이 장르를 물어보면 '하이브리드 펑크'라고 말해요. 이유는 두 가지예요. 정통 펑크에 고무돼서 밴드를 시작했고 유지해왔죠, 하지만 정통 펑크밴드라는 이미지로 고정되는 게 싫었죠. 사람들이 우리를 상자에 담아버리는 게 너무 싫었어요. 결국, 관습화된 펑크와 구분을 짓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그래서 우리의 펑크는 '하이브리드 펑크'라고 스스로 부르고 있습니다.

"솔직히 우리의 펑크록이 진정한 펑크라고 생각합니다. 펑크는 규정이 없다고 생각합니다. 자칫 모던록처럼 들릴 수 있는 펑크를 하는 우리가 진짜 펑크밴드인 것이죠. "(조수민)

 

◆ 펑크의 한계를 이겨내는 인디신의 희망 페이션츠

페이션츠는 '모던펑크의 한계'를 우리만의 펑크로 이겨내겠다는 의지가 매우 강하다. 이들은 확실히 90년대 모던펑크의 진화를 가져온 그린데이를 넘을 수 있는 음악적 힘이 느껴진다.

"그린데이의 모던펑크를 넘는 다음 세대의 펑크를 하고 싶어요. 펑크는 신선하고, 솔직하고, 자유로운 에너지라고 생각해요. 우린 신선함을 유지하기 위해서 항상 노력하죠. 펑크록의 전통은 지키지만, 규칙은 깨버리고 싶어요. 그래서 우리는 음악을 만들 때 참고하는 밴드가 없어요. 우리만의 느낌과 생각 의지로만 우리의 색이 담긴 펑크를 완성하죠."

"펑크라는 음악에 피아노 소리라든지 많은 악기의 소리를 가미하기도 하는 등 그동안 펑크 밴드들이 시도하지 않은 새로운 느낌을 넣으려고 항상 노력해요. 이것이 단순한 음악적인 구조를 가진 펑크의 한계를 넘는 우리만의 방법이라고 생각해요." (조수민)

◆ 페이션츠 만의 '진화한 펑크'를 고스란히 담은 앨범 '18'

페이션츠의 '진화한 펑크'는 지난 4월 30일 발매된 정규 2집 앨범 '18'을 들으면 정확하게 확인할 수 있다. 그동안 펑크 밴드들이 시도하지 않은 음악적인 특성은 물론이고 한국적 정서부터 대중성까지 모든 장점을 긁어모았다는 느낌이 강한 작품이다.

"이번 앨범은 제목 '18'부터 우리의 색을 담으려고 노력했죠. '18'이라는 문구는 중의적인 표현이에요. 펑크에 충실한 반항적인 제목이죠. 하지만 제목과 다르게 앨범은 무척 밝아요. 최근 사회 분위기가 여러 사건 사고로 시기적으로 안 좋은 상황입니다. 이런 분위기에서 비판은 살리고 사운드는 밝게 가는 앨범을 만들고 싶었어요. 이런 의지가 반영된 작품이 '18'이죠."'

 

그렇다면 전작과 비교해서 이번 앨범 18이 가진 특징은 무엇일까? 페이션츠는 '새로운 시도'와 '팬들과의 소통'이라고 설명했다.

""전작은 우리만의 색을 살리고 우리만의 음악을 하겠다는 의지가 강했다면 이번에는 대중과의 소통을 초점으로 맞췄어요. 예전에는 전자제품을 만들어서 설명서를 넣어주지 않은 느낌이라면 이번 앨범은 작은 가이드북을 넣어준 느낌이죠."

"하지만 이번 앨범이 완전히 대중적으로 갔다고는 볼 수 없어요. 시도한 것뿐이죠. 다시 설명하면 무대 위에서 공연을 할 때 대중들과 확실히 같이 놀겠다는 의지가 들어가 있는 겁니다. 의도해서 대중적인 음악을 만들거나 하지는 않았다는 겁니다."

"너무 의도해서 대중성을 쫓다 보면 오히려 이것이 독이 돼 돌아온다고 생각해요. 의도하지 않은 우리만의 음악을 대중들 스스로가 좋아하게 만드는 것이 진정한 대중성 아닐까요?"

 

실제로 앨범을 들어보면 이들의 주장이 허언이 아니라는 사실을 느낄 수 있다. 단순한 펑크밴드로 인식하고 앨범을 들었다가 전혀 들어보지 못한 펑크 음악들을 경험하며 놀라운 세계로 빠져드는 분위기가 형성된다.

총 10곡을 듣는 동안 듣는이는 새로운 경험을 몇 차례나 경험할 수 있다. 기존의 펑크 음악에서는 쉽게 들을 수 없던 피아노 반주가 돋보이는 'Let`s Drive, Let`s Go!'를 시작으로 로큰롤 밴드라는 착각을 불러일으키는 '즐거운 생활', 한국적 멜로디를 살린 충격의 타이틀곡 '18세기', 이들이 말하는 하이브리드 펑크의 교과서와 같은 곡 'Hybrid Future'(하이브리드 퓨처), 앨범 전체적인 분위기를 한 번에 담아낸 'R.I.P', 정통펑크의 느낌에 충실한 '재의 아이들' 등이 오목조목 연결돼 하나의 작품을 완성하고 있다.

그렇다면 멤버들은 어떤 곡을 대중들에게 추천하고 싶을까? 이들은 각자 이번 앨범에서 대중들이 들어주길 바라는 곡들을 추천했다.

조수민 "이번 앨범의 모든 노래가 다 좋지만 저는 '18세기'를 추천해요. 이 곡은 한국적 정서를 담기 위해 노력했어요. 한국적 음계를 펑크에 접목했죠. 2014년 영국투어 직전 완성한 곡이죠. 국외에서 공연하는 만큼 한국적 정서를 담은 우리만의 펑크를 보여주겠다는 의지가 담긴 곡이에요."

이재혁 "저는 R.I.P에 애착이 갑니다. 내용도 내용이지만 무척 경쾌한 사운드를 보여주고 있어요. 이번 앨범의 전체적인 줄거리에서 가장 중요한 곡이라고 말할 수 있어요."

권혁장 "'즐거운 생활'을 추천하고 싶어요. 하이틴적인 밝은 느낌 속에서도 펑크다움을 가장 살린 곡이라고 하고 싶어요. 파티의 느낌을 주고 싶었는데 이 곡이 특히 의도에 가장 맞아 떨어진 것 같아요."

 

◆ 페이션츠의 인디신 역사

이처럼 새로운 시도와 도전을 이어온 페이션츠는 이번 새 정규 앨범 '18'을 발매한 올해 결성 '10주년'를 맡게 됐다. 10년이면 강산도 변하는 법. 지난 2005년 결성된 페이션츠의 탄생기를 들어봤다.

"부모님들이 유명한 화가세요. 그래서 90년대 후반에 미국으로 나가셨어요. 제가 십 대였죠. 저는 미국으로 같이 가자는 부모님들의 생각과는 달랐죠. 상대적으로 또래들보다 마음대로 살 수 있는 여건이 됐죠. 그러면서 당시 국내에 펑크 신이 생겼고 다채로운 문화가 부족했던 현실에서 펑크는 제 일부가 됐어요."

"좋아하다 보니 직접 하게 되더라고요. 그래서 20살 때 홍대놀이터에서 만난 재혁이와 또 다른 친구들과 함께 2006년부터 페이션츠를 결성하고 활동에 나서게 됐죠. 다양한 활동을 하면서 페이션츠만의 음악을 추구했어요. 그러면서 결성 5년 만에 1집 정규를 냈죠. 이후 2집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혁장이가 새로 합류했고 올해 또 하나의 정규 앨범을 내게 됐네요. 감회가 새롭습니다." (조수민)

 

◆ 조수민은 우리나라 인디신 최고의 재벌?

페이션츠를 말할 때 하나같이 관계자들이 하는 이야기는 보컬 조수민이 막대한 부를 가지고 있다는 소리였다. 실제 조수민은 홍대 한복판에 있는 빌딩의 소유주이기도 했다. 그는 정말 인디신 최고의 재벌일까?

"솔직하게 말씀드릴게요. 동년배의 음악 하는 친구들과 비교했을 때 제가 큰 자본력을 가지고 있는 것은 사실이에요. 원래 처음 음악을 하던 당시는 무척 힘들었어요. 부모님들의 반대가 워낙 심해서 경제적인 지원이 없었기 때문이에요. 이후 2011년 1집 앨범이 나왔고 헬로 루키에 선정되면서 EBS'스페이스 공감'에 출연하게 됐죠.

"그러자 부모님들이 제 음악인생을 인정해주시기 시작했죠. 결국, 이야기가 긍정적으로 되면서 재정적 지원을 받았고 올 곳이 음악만 하는 상황이 됐어요."

이미 알려진 데로 조수민은 수십억(?) 혹은 수백억대의 재산가다. 하지만 풍부한 자금력이 갖춰지다보니 음악을 만드는데 있어서는 더욱 긴장하고 있다고 한다.

"저 사람은 돈이 많으니 할 수 있는 거라는 소리를 듣고 싶지 않아요. 그래서 음악도 돈이 있으면 다 할 수 있는 음악을 하지 않습니다. 돈이 없어도 할 수 있는, 돈이 있어도 할 수 없는 음악을 추구합니다. 또래 밴드들보다 돈이 많은 만큼 정말 잘해야만 한다고 생각해요. 항상 긴장하고 더 잘하려고 노력 중입니다."

◆ 하이브리드 펑크 밴드 페이션츠의 목표

"곡으로 기억되고 싶어요. 활동하는 동안은 기대되는 뮤지션이 되고 싶습니다. 대중들의 기대를 충족시켜 드리겠습니다." (조수민)

"또렷한 목표는 정하고 싶지 않아요. 허무할 것 같아요. 제 앞에 있는 상황을 가장 만족할 때까지 처리할 겁니다. 페이션츠를 통해서요." (이재혁)

"단기적 목표는 전 세계 투어를 가고 싶어요. 장기적으로는 건반을 하드하게 연주하고 싶어요. 페이션츠를 통해 완성하겠습니다." (권혁장)

[취재 후기] 페이션츠는 현재 본격적인 국외진출까지 시도 중이다. 2014년에는 영국투어에 나서 2015년 리버풀 사운드 시티 페스티벌에서는 하이라이트 팀 선정에서 200팀 중 9위를 차지하는 성과도 올렸다. 올해도 계속해서 대만과 미국투어에 나설 계획이다. 이렇게 페이션츠의 도전은 끝이 없다. 앞으로도 페이션츠는 '그들만의 펑크'로 국내외를 지배하는 슈퍼밴드로 거듭나길 기대해 본다.

■ 멤버소개

 

조수민= 홍대 건축과 출신. 부모님이 유명한 미술작가로 인디신에서 유명한 자본력을 갖춘 인물. 우리나라 펑크신에서 인정받는 뮤지션중 한 명이다. 현재 페이션츠의 보컬과 베이스를 맡고 있다. 인디레이블 스틸페이스 대표.

 

이재혁= 2000년대 초반 홈레코딩으로 음악 실력을 갈고 닦은 뮤지션 우리나라 원맨밴드 1호 앨범을 낸 경력도 있다. 현재 페이션츠의 드럼과 코러스를 맡고 있으며 페이션츠 음악의 색깔을 입히는 중추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

 

권혁장= 추계예술대학 출신. 어린 시절 클래식 피아노를 시작했고 지금은 페이션츠에서 키보드와 코러스를 맡고 있다. 밴드 지하드 등에서 활동한 경력이 있는 그는 홍대신에서 최고의 건반 연주 실력을 자랑하는 아티스트다.

■ 팀명

"페이션츠의 뜻은 환자예요. 누구나 상처와 아픔이 있다고 생각해요. 누구나 환자인 거죠. 이들을 모두 이어줄 음악을 하겠다는 소리죠. 특히 환자의 '환'이 고통받을 '환'이 아닌 즐거운 '환'을 썼어요. 아픔이 있지만 즐겁게 살자는 뜻이죠.

도전과 열정, 위로와 영감 그리고 스포츠큐(Q)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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