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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디오 심판', 거스를 수 없는 대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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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디오 심판', 거스를 수 없는 대세
  • 박상현 기자
  • 승인 2014.04.30 11:2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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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야구 잇단 오심 논란...비디오 판독 시스템 속속 개발, 판정도 '과학시대'

[스포츠Q 박상현 기자] 팬들의 원성이 잦아진다. 선수들은 분통이 터진다. 그런데도 심판들은 사과만 하고 재발 방지만 약속한다. 바로 프로야구에서 계속된 오심 논란이다.

정규리그 83경기만에 100만 관중을 돌파하며 2년만에 700만 관중을 넘어서겠다는 목표를 갖고 있는 2014 한국야쿠르트 세븐 프로야구가 거듭되는 오심 논란에 곤욕을 겪고 있다.

오심이 계속된다는 점은 분명 악재다. 일단 이 때문에 피해를 보는 팀이 생기고 심판에 대한 불신을 갖게 만든다. 해당 심판은 퓨처스리그(2군) 경기로 내려가거나 활동 정지 같은 징계가 불가피하고 징계가 풀린 뒤에도 판정이 또 틀릴까 두렵다. 한번 오심을 내렸던 심판에게서 계속해서 오심이 나오는 것도 이런 이유다.

이 때문에 일각에서는 정확한 판정을 위해 비디오 판독 시스템을 확대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이미 홈런이냐 파울이냐를 놓고서 비디오 판독을 적용하고 있기 때문에 결코 새로운 것이 아니고 적용 범위를 확대하는 것에 불과하다며 적극 찬성하는 쪽과 취지는 이해하지만 인프라 부족으로 아직 시기상조라는 반대 의견이 팽팽하다. 최근에는 계속된 오심으로 인해 찬성하는 쪽이 늘어나는 형국이다.

◆ 나흘동안 결정적인 오심 세차례 '불신 팽배'

지난 25일 잠실구장에서 벌어진 LG와 KIA와 경기에서 결정적인 오심이 나왔다. 공을 받을 때 1루수 발이 떨어져있었음에도 1루심은 아웃을 선언했다.

KIA가 2-3으로 뒤진 9회초 2사 1, 2루의 상황이었기 때문에 그대로 LG의 승리로 마무리됐다. LG는 5연패를 끊었기 때문에 한순간 좋아했지만 하필 오심으로 이긴 것이어서 찜찜함으로 남았다. KIA로서는 분통이 터지는 패배였다. 만약 1경기 차이로 포스트시즌 진출 여부가 가려진다면 KIA로서는 두고두고 가슴을 칠 일이다.

LG-KIA전은 1루심이 발이 떨어진 것을 발견하지 못했다고 옹호하더라도 지난 27일 마산구장에서 벌어진 NC와 두산과 경기에서는 누가 보더라도 명백한 오심이 나왔다.

오재원이 육안으로 보더라도 1루를 먼저 밟았지만 1루심은 아웃을 선언했다. 1루심이 종종 오심 논란을 일으켰던 나광남 주심이어서 논란은 더욱 뜨거워졌다.

설상가상으로 나광남 주심은 29일 KIA와 SK의 경기에서 오심을 저질렀다. SK 1루 주자 조동화의 도루를 시도했을 때 누가 봐도 아웃이었지만 엉뚱하게도 세이프를 선언했다. 선동열 감독이 그라운드로 나와 항의했지만 판정은 번복되지 않았다.

KIA는 최근 며칠새 거듭된 오심으로 피해를 봤고 나광남 주심도 오심 논란 때문인지 경기 도중 대기심과 교체돼 물러났다. 한국야구위원회(KBO) 측에서는 나광남 주심의 몸 컨디션이 좋지 않아 교체됐다고 해명했지만 이를 지켜본 팬들은 거듭된 오심 때문에 '강판'된 것이 아니냐는 의견을 내놓고 있다.

◆ 비디오 판독 확대는 원칙적 찬성, 문제는 돈

현재 미국메이저리그(MLB)에서는 올해부터 챌린지 제도를 도입했다. 스트라이크와 볼 판정은 주심의 고유 권한이어서 건드리지 않는 MLB도 홈런 여부 판독에 이어 세이프와 아웃 판정에 대해서도 비디오 판독을 확대한 것.

챌린지 제도 때문에 추신수(32·텍사스 레인저스)에게 선언됐던 1루 세이프도 두차례나 아웃으로 바뀌기도 했다. 추신수 개인에게는 아쉽지만 엄격한 판정으로 공정하게 경기를 운영한다는 점에서는 그 누구도 이의를 달지 않는다.

사실 KBO도 이미 내년 도입을 목표로 MLB 사례를 연구하고 있다. 하지만 아직까지 구체적으로 나온 방안은 없다. 문제는 비디오 판독을 함에 있어서 드는 적지 않은 금액이다.

MLB는 막대한 부를 바탕으로 MLB 네트워크를 설립, 자체 중계를 하고 있다. 30개 구장에 카메라를 설치해 중계는 물론 세세한 판정에 이용하고 있다.

그러나 KBO에는 자제 중계 시스템이 없다. 당연히 이를 분석할 수 있는 카메라 장비도 없다. 비디오 판독을 하려면 프로야구를 중계하는 카메라에 의존할 수 밖에 없다.

결국 KBO가 비디오 판독 시스템을 자체적으로 갖추기 위해서는 9개 구장, 아니 내년이면 10개 구장에 이런 시스템을 설치해야 한다는 얘기다. 이를 위해서는 역시 자금이 필요하다.

챌린지 제도가 도입되면 경기가 지연될 수 있다는 우려가 있긴 하지만 이 역시 MLB 사례를 통해 해결할 수 있다. 각 팀들은 챌린지를 단 1회 갖게 된다. 만약 심판의 판정이 옳을 경우 챌린지 기회를 해당 경기에서는 더이상 쓸 수 없게 된다. 만약 심판 판정이 틀리다면 챌린지를 차감하지 않음으로써 추가로 비디오 판독을 요구할 수 있는 기회가 생긴다.

◆ 심판 권위 추락 우려? 정확한 판정이 진정한 권위

KBO가 자체 중계 시스템이 없어 비디오 판독 확대가 어렵다면 우리나라 프로농구와 프로배구의 사례를 적극 활용할 필요가 있다. 이미 프로농구와 프로배구는 중계 방송을 돌려보면서 이를 해결하고 있다. 프로야구는 4개 채널에서 모두 중계되고 있기 때문에 이를 충분히 활용할 수 있다.

비디오 판독 확대에 대해 심판들의 권위가 떨어진다는 옛 생각도 버려야만 한다. 심판도 사람인 이상 실수가 있을 수 있다. 나광남 심판처럼 경력 20년이 넘는 베테랑도 잘못 볼 수 있다. 빠른 찰나에 일어나는 것이어서 100% 정확하게 본다는 것 자체가 불가능하다. 그렇기에 최대한 올바른 판정을 할 수 있도록 '보조 장치'를 쓴다는 개념으로 접근해야 한다.

눈이 나쁘면 안경을 쓰고 귀가 들리지 않으면 보청기를 사용하듯 사람이 실수할 수 있고 100% 정확하게 판정할 수 없다면 당연히 보조 장치를 받아들여야 한다. 판독장치의 도입으로 심판 권위가 추락할 수 있다는 진부한 생각이 아니라 정확한 판정을 내리는 것만이 진정한 권위라는 것을 깨달아야 한다. 권위도 모든 사람들이 인정해줄 때만 힘을 얻는 법이다. 계속된 오심이 나오는 현재 권위는 '조롱받고 비판받는' 허울 뿐인 권위다.

◆ 다른 종목도 정확한 판정 위해 보조 장치 사용

야구만 장비를 사용해 정확한 판정을 하는 것이 아니다. 애매한 판정이 나올 수 밖에 없는 대부분 종목이 각종 장비를 도입해 정확한 판정을 위해 애쓰고 있다.

육상이나 수영, 경마 같은 찰나의 판정을 내려야 하는 종목에서 누가 먼저 결승점을 통과했는지 보기 위해 과학 장비를 사용한 것은 너무나 오래된 일이다.

최근에 개발된 가장 대표적인 판정 시스템은 '호크아이'다.

2001년 잉글랜드 롬시에서 개발한 이 시스템은 경기장내 다양한 각도와 위치에 설치된 여러대의 초고속 카메라가 제공하는 영상 및 타이밍 정보를 종합해 삼각 측량의 원리로 공의 궤도를 추적하는 원리로 인과 아웃을 판단한다.

이는 느린 화면으로도 잡아내기 힘든 오묘한 차이도 판독하기 때문에 테니스와 크리켓, 미식축구 같은 종목에서 활용되고 있다.

단 무분별한 판독 요구를 막기 위해 테니스 등에서는 세트당 챌린지의 횟수를 제한한다. 선수의 요구가 정당했을 경우에는 챌린지의 횟수를 차감하지 않지만 심판의 판정이 맞았을 경우에는 차감하는 방식이다.

그동안 경기 흐름이 끊길 우려가 있다며 과학적인 판정 시스템을 거부해왔던 국제축구연맹(FIFA)조차도 남아공 월드컵에서 오심이 계속 이어지자 브라질 월드컵부터 골 판독 시스템을 도입, 논란 차단에 나선다.

구기 종목 뿐 아니라 태권도에도 전자호구 시스템을 도입한지 오래다. 얼마나 정확한 타격이 이뤄지는지를 보는 일종의 판정 시스템이다.

이젠 경기장에서도 관중들은 DMB나 인터넷 TV 중계로 지나간 장면을 모두 지켜본다. 그라운드 안에서 뛰는 심판들만 애써 모른척 할 뿐 이를 지켜보는 모든 사람들은 뭐가 맞는지 다 안다는 얘기다.

그리고 TV를 통해 두 눈을 시퍼렇게 뜨고 보는 시청자도 있다. 비록 경기장을 찾아가진 않았지만 이들도 팬들이다. 팬들의 눈을 속이지 않고 보다 정확한 판정으로 억울한 피해자가 나오지 않으려면 비디오 판독을 확대해야 옳다.

tankpark@sportsq.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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