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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년 만의 '타고투저', 이대로 괜찮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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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년 만의 '타고투저', 이대로 괜찮을까
  • 이재훈 기자
  • 승인 2014.05.08 11: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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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인 타자 유입과 빨라진 기술도입 영향

[스포츠Q 이재훈 기자] 올 시즌 프로야구이 극단적인 ‘타고투저’의 계절을 맞고 있다. 1999년 이래로 이 정도의 타고투저는 사실상 없었다.

7일 목동에서 넥센에 24-5로 승리해 8일 기준 1위에 오른 NC의 팀 평균자책점인 4.05가 올 시즌 가장 낮은 수치로, 이는 1999 시즌 4.18의 평균자책점으로 1위에 오른 롯데 이후 15년 만이다.

팀 타율 또한 올 시즌 극명하게 오른 모습이다. 타고투저가 심했던 1999년 당시 팀 타율 1위였던 롯데는 0.291을 기록했고, 최하위였던 쌍방울(0.248)을 제외하면 나머지 7개팀 모두 0.270 이상의 팀 타율을 기록했다.

심상찮은 조짐이다. 8위 한화가 0.268로 9개 팀 중 유일하게 0.270 미만의 팀 타율을 기록중이고, 롯데(.295)와 NC(.293)의 팀 타율은 3할에 육박한다. 경기당 홈런도 1.78개로 1.39개의 경기당 홈런을 기록하던 지난해보다 크게 증가했다.

▲ NC 이호준이 7일 목동에서 열린 넥센과의 경기에서 5회 만루홈런을 터트리고 있다.[사진=스포츠Q DB]

그렇다면 1999년에 버금가는 타고투저 속에서 현장에서 느끼는 올 시즌은 어떤 모습일까.

롯데 외야수 손아섭은 “히메네즈와 같은 외국인 타자들의 영입이 큰 것 같다”라며 “히메네즈와 같은 외국인 선수들을 통해 국내타자들이 많은 점을 배운다”고 말했다. 실제로 롯데는 지난해 경기당 약 0.48개의 홈런이 올해에는 1.03개의 홈런으로 눈에 띄게 증가시켰다.

NC 나성범도 이와 궤를 같이했다. 7일 목동구장에서 가진 넥센과의 경기에서 백지장도 맞들면 낫듯이 올 시즌 많은 팀 홈런에는 외국인 타자가 요인임을 숨기지 않았다.

나성범은 “아무래도 NC의 경우 신생팀이다. 지난해에는 나와 이호준 선배 말고는 팀 타선에서 해결사가 없었다”며 “테임즈 같은 해결사가 한 명이라도 더 있을수록 팀 타격이 덩달아 상승하는 것 같다”고 밝혔다.

반면 오히려 양날의 검이라는 경우도 있었다. 넥센 이택근은 “올 시즌 타고투저라는데, 사실 우리 팀 타선에는 홈런 1위(11개) 박병호가 오히려 딜레마라고 생각한다”며 “투수들이 최대한 승부를 걸어오는 것은 박병호 바로 이전이다. 물론 로티노나 강정호 등이 맹타를 휘두르기도 하지만 타자 입장에서도 부담되는 것이 사실”이라 밝혔다.

일반적으로 선수들은 확실히 타고투저의 힘이 외국인 타자를 통한 타선의 향상에서 나오고 있음을 인지하고 있는 셈이다.

▲ 넥센 박병호가 7일 서울 목동구장에서 열린 2014 프로야구 NC전 1회말 2점 홈런을 터뜨린 후 동료들의 축하를 받고 있다.[사진=스포츠Q DB]

한 관계자의 말도 이와 궤를 같이 한다. 이 관계자는 “외국인 타자들의 유입으로 인해 타자들은 업그레이드가 됐지만, 투수들의 수준이 많이 떨어지는 것 같다”며 “확실히 구단별로 새로운 시스템의 도입이 빨라진 것과 외국인 타자들의 합류로 타자 수준이 많이 올라간 것 같다”고 이야기했다.

단, 올시즌 홈런 증가로 불거진 공인구 반발성 문제에 관해서는 “KBO에서 사용하는 공인구는 구단 별로 다르지만 반발계수는 통일해 테스트를 한다”며 “공인구 반발력 조작은 아무래도 없지 않겠냐”고 의견을 제기했다.

한편으로 수비실책을 우려하기도 했다. 다른 관계자는 “수비는 반복훈련이 필요한데, 선수들이 수비에 어려움을 토로하는 것만큼 수비실책이 증가하고 있다”고 밝혔다. 실제로 올 시즌 경기당 실책은 1.50개로 지난 2001년(1.55개)이후 가장 많은 수치를 기록 중이다.

7일 도합 8개의 홈런이 터졌던 목동 구장에서는 5회 초 NC가 박민우의 적시타로 18-3이 된 이후 3루 쪽이 텅 빈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홈런은 ‘야구의 꽃’이라고 한다. 그러나 일반적으로 꽃의 향기가 너무 진하면 오히려 역함을 느끼고 기피하게 된다. 앞으로도 많은 홈런으로 ‘핸드볼 스코어’가 나온다면 팬들은 발길을 돌릴 수 밖에 없다.

steelheart@sportsq.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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