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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사도' 송강호 vs '국제시장' 황정민, 천만배우의 노역 연금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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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사도' 송강호 vs '국제시장' 황정민, 천만배우의 노역 연금술
  • 용원중 기자
  • 승인 2015.09.12 17:0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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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Q 용원중기자] 천만배우 송강호와 황정민. 공교롭게 올해 두 배우는 ‘가장’과 ‘노역 연기’를 키워드로 스크린을 가득 채우고 있다.

지난해 12월 개봉해 올해 1월 천만관객을 돌파한 ‘국제시장’(감독 윤제균)의 황정민은 주인공 덕수 역을 맡아 20대 청년부터 70대 노인에 이르기까지 세대별 변화상을 그려냈다. 한국전쟁 직후인 1950년대부터 현재에 이르기까지 격동의 한국 근현대사를 오직 가족을 위해 굳세게 살아온 아버지의 이야기를 그린 ‘국제시장’은 관객의 눈물샘을 자극하며 1426만명을 동원했다.

스웨덴 특수분장팀을 비롯, 한국과 일본을 포함한 총 4개의 VFX팀이 투입되는 등 기술적으 새로운 시도를 감행했으나 황정민의 고집불통의 까칠한 노인 연기는 이를 압도했다.

▲ 천만영화 '국제시장'에서 70대 덕수를 연기한 황정민

황정민은 “이 영화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은 70대라고 판단했다. 덕수가 어떻게 살아왔는지가 70대를 통해 완성된다. 70대의 행동들이 과거의 이야기에 정당성을 부여한다. 그걸 잘 표현하지 못한다면 20대, 40대의 이야기가 완전히 무너진다고 생각했다”며 “세월의 풍파를 겪으며 변해가는 덕수의 내면을 표현해내는 데 집중했다”고 술회한 바 있다.

단순히 노인 흉내를 내는 것은 캐릭터의 진정성을 무너뜨린다고 판단한 황정민은 내면의 것들을 먼저 정리한 뒤 행동이나 걸음걸이, 말투, 어조를 고민했다. 종로 탑골공원을 찾아 노인분들 만나서 이야기하거나 관찰하고, 동영상을 찍어 연구를 많이 했다.

명배우들은 극중 캐릭터의 나이 대가 바뀌면 연기 톤 역시 현실적이며 자연스럽게 변화시킨다. 이는 관객의 몰입과 공감대 형성을 성취하는 요인이다. 오는 9월16일 개봉하는 ‘사도’(감독 이준익)에서 송강호 역시 예외는 아니다.

어떤 순간에도 왕이어야 했던 아버지 영조(송강호)와 단 한 순간이라도 아들이고 싶었던 세자 사도(유아인)의 이야기에 시선을 돌린 ‘사도’는 아버지에 의해 뒤주에 갇혀 8일 만에 죽음을 맞이한 사도세자 사건을 비극적 가족사로 재조명한다.

극중 송강호는 조선 중기 중흥기를 이끈 영조의 40대부터 아들을 죽인 아버지라는 회한에 사로잡히는 80대까지를 소화한다. 40년의 세월을 연기해야 했다. 왕위를 이을 총명했던 아들이 점차 무예와 예술, 기행에 탐닉하자, 세자에 대한 애정과 기대에서 노여움으로 바뀌는 과정을 송강호다운 연기술로 표현하지만 가장 놀라움을 유발하는 대목은 60대와 80대 노역 연기다.

▲ 영화 '사도'에서 80대 영조로 분한 송강호

‘사도’는 할리우드 영화 ‘벤자민 버튼의 시간은 거꾸로 간다’ 팀에게 직접 전수받은 기술로 특수분장팀이 배우들을 분장시켜 노역분장의 퀄리티를 높였다. 영조 역 송강호의 경우 40대 영조는 자신의 얼굴로 연기한 다음 60대와 80대는 분장을 했다. 이어 송강호는 액션이 많거나 크지 않은 근엄한 왕 캐릭터이기에 목소리 변조에 집중했다.

이준익 감독에 따르면 송강호는 ‘사도’ 촬영 당시 밤새 술을 마시며 자신을 학대한 뒤 아침에 모텔 방에서 미친 듯 괴성을 질러댔다. 성대를 갈아버릴 정도로 망가뜨린 후 현장에서 대사를 쳤다. 이 감독과 스태프들조차 섬뜩해 할 정도였다. 완성된 영화에서 송강호의 목소리는 기운이 다 빠져나간 노인네의 쇳소리로 관객의 귓전을 울린다.

황정민은 ‘국제시장’의 마지막 장면에서 돌아가신 아버지 사진을 바라보며 “힘들었다”고 그간 감춰온 속내를 털어 놓으며 눈물을 흘린다. ‘사도’의 송강호는 그르렁거리는 목소리로 아들을 죽인 아버지의 회한을 절절하게 토로하며 오열한다.

만년에 접어든 가장이자 아버지의 심정을 꺼내놓는 두 배우의 소름 끼치는 연기에 관객은 절로 먹먹해진다. 감독의 주문에 커리어를 보태 연기하는 게 아니라, 치열하게 연구하고 노력하며 작품에 임한 황정민 송강호의 프로페셔널리즘에 경외감이 들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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