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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작과 끝을 슈퍼매치로, 모두가 축하한 차두리 은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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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작과 끝을 슈퍼매치로, 모두가 축하한 차두리 은퇴
  • 박상현 기자
  • 승인 2015.11.07 16:4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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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두리 "수원전 득점 가장 기억에 남아"…차범근 감독은 "나 때문에 받지 않아도 될 스트레스

[상암=스포츠Q(큐) 박상현 기자] 이런 우연이 있을까. 아버지 차범근 감독은 수원 삼성을 이끌었지만 정작 차두리 본인은 K리그에서 수원의 라이벌팀인 FC 서울에서 세 시즌을 뛰었다. 그런데 공교롭게도 K리그 데뷔전이 수원과 슈퍼매치였다.

또 K리그에서 2골을 기록하면서 그 가운데 한 골이 바로 슈퍼매치에서 나왔다. 비록 경고 누적 때문에 출전하진 못했지만 자신의 은퇴식도 슈퍼매치를 통해 했다. 이래저래 차범근 감독과 차두리 부자(父子)는 서울, 수원과 뗄래야 뗄 수 없는 인연을 가졌다.

차두리가 현역생활을 마감했다. 차두리는 7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수원과 현대오일뱅크 2015 K리그 클래식 36라운드 홈경기에 주장완장을 차는 대신 공식 은퇴식을 치르는 신분으로 그라운드에 섰다.

▲ 차두리(왼쪽)가 7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자신의 공식 은퇴식에서 아버지인 차범근 감독으로부터 꽃다발을 받고 있다. [사진=한국프로축구연맹 제공]

차두리는 경기 시작전 박원순 서울시장과 함께 시축을 했다. 또 선수들은 그라운드에 입장하면서 등번호 5번이 박힌 하얀 기념 유니폼을 입고 등장하며 '차미네이터'의 새로운 미래를 축하했다. 서울 구단은 전반 5분 차두리의 은퇴를 축하하는 의미로 1분 동안 기립박수를 보냈다.

한국 축구를 이끌어왔던 차범근 감독과 차두리의 인연 때문인지 이날 은퇴식은 응원하는 팀을 가리지 않고 모두가 함께 축하했다. 보통 라이벌 팀의 맞대결에서 열리는 은퇴식이라면 상대팀 팬들은 적극적으로 참여하지 않는 것이 일반적이지만 이날만큼은 수원 팬들도 아낌없는 박수를 보냈다. 전광판에 차범근 감독과 차두리의 모습이 비춰질 때면 서울, 수원 팬들 모두 환호성과 박수를 보냈다.

하프타임에 열린 차두리의 공식 은퇴식도 훈훈했다. 사회자는 "하늘도 보내기 싫은지 눈물(비)을 흘리고 있다"는 시적인 표현을 쓰며 더이상 그라운드에서 뛰지 않는 차두리에 대한 아쉬움을 전했다.

이날 차범근 감독과 박주영 등으로부터 꽃다발을 받은 차두리는 "지난 세 시즌 동안 많은 사랑을 주셔서 너무나 감사하다. 내가 한 것 이상으로 너무 많은 사랑을 받아 복받은 선수라는 생각이 든다"며 "앞으로도 책임감을 갖고 축구인들과 내게 사랑을 주신 사람들에게 피해가지 않도록 좋은 사람으로 살겠다"고 말했다.

또 가장 아쉬웠던 경기가 기뻤던 경기를 묻는 질문에 차두리는 "지난 2013년 5월 5일 전북 현대와 원정경기가 가장 아쉽다. 당시 경기력도 좋지 못했고 팀도 졌다"며 "수원팬들에게는 미안하지만 지난 슈퍼매치(9월 9일)에서 골을 넣고 이긴 것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고 답했다.

이어 최용수 감독이 한 시즌만 더 도와달라며 읍소할 경우 어떻게 하겠느냐는 장난섞인 질문에 차두리는 "용수형, 미안해"라는 답으로 대신했다.

아들의 은퇴를 축하하기 위해 경기장을 찾은 차범근 감독은 "축구선수로 너무 잘난 아버지를 둬 나 때문에 받지 않아도 될 스트레스를 받게 해서 미안하다"며 차두리의 등을 두들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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