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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픈 호날두, '월드컵 무대만 서면 나는 왜 작아지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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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픈 호날두, '월드컵 무대만 서면 나는 왜 작아지는가'
  • 박상현 기자
  • 승인 2014.06.17 10:4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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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선 두차례 출전서 고작 2골…브라질 월드컵 독일전 완패 16강도 가물가물

[스포츠Q 박상현 기자] 크리스티아누 호날두(29)가 다시 한번 고개를 떨궜다.

리오넬 메시(27)와 함께 세계 최고의 축구 선수로 평가받으며 두차례나 국제축구연맹(FIFA)이 주는 올해의 선수상인 발롱도르를 수상했지만 정작 FIFA 월드컵에서는 유독 힘을 쓰지 못하고 있다.

호날두는 17일(한국시간) 브라질 사우바도르의 아레나 폰테 노바에서 열린 독일과 2014 FIFA 브라질 월드컵 G조 조별리그 첫 경기에 왼쪽 측면 공격수로 선발 출전했지만 0-4 완패라는 충격적인 성적표를 받아들어야만 했다.

이날 호날두는 통계에서도 부진함이 묻어났다.

이날 호날두는 양팀을 통틀어 7개의 슛을 기록, 포르투갈이 기록한 14개의 슛 가운데 절반을 차지했다. 또 유효슛 역시 5개나 됐지만 끝내 단 한 골도 터뜨리지 못했다.

전체 이동거리가 9134m로 채 10km가 되지 못했다. 호날두의 이동거리는 풀타임을 소화한 전체 필드 플레이어 가운데 가장 적은 숫자여서 그만큼 호날두의 활동량이 제한됐다. 특히 호날두는 후반 이동거리가 4337m로 떨어져 갈수록 컨디션이 저하되는 모습을 보여주기도 했다.

이날 경기의 순간 최고 속도도 시속 29.95km 밖에 되지 않았고 전력 질주한 횟수 역시 전반 14회를 포함해 25회밖에 되지 않았다. 호날두의 패스 성공률도 72%밖에 되지 않았다.

◆ 소속 클럽에서는 골 '펑펑', 월드컵만 나서면 침묵

사실 호날두는 브라질 월드컵 독일과 첫 경기에서만 부진했던 것은 아니었다. 첫 출전했던 독일 대회부터 호날두는 월드컵과 좋은 인연을 이어가지 못했다.

독일 월드컵에서 호날두가 넣었던 골은 고작 하나. 그것도 이란과 경기에서 후반 35분 페널티킥으로 넣은 것 뿐이다.

또 4년 뒤 남아공 월드컵에서는 북한과 경기에서 7-0 대승을 거뒀을 당시에 하나를 더 넣었다. 이렇게 호날두가 월드컵에서 넣은 것은 단 2골이다.

소속 클럽에서는 골을 펑펑 터뜨리면서도 정작 월드컵에서는 대표팀에서 원하는 것을 해주지 못했다. 이란전 페널티킥 골이나 북한전 7-0 대승 상황에서 넣은 골 모두 호날두라는 이름값을 생각하면 어울리지 않는 기록이다.

독일 월드컵 당시 21살 젊은이에 불과했던던 호날두는 브라질 월드컵에서는 어느새 주장 완장까지 찼다. 하지만 호날두는 그 주장 완장의 무게 때문인지 독일전에서 더욱 부진했다.

소속 클럽에서는 많은 골을 넣고도 정작 월드컵에서는 침묵하는 이유가 뭘까. 일단 자신을 지원해주는 선수들이 첫번째 원인으로 들 수 있다.

소속 클럽에는 자신을 위시해 수많은 특급 스타가 있다.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맨유)에서는 자신 외에도 웨인 루니 등 수많은 스타가 있었고 현재 레알 마드리드에도 카림 벤제마나 가레스 베일 등 지원 세력이 있다.

하지만 포르투갈 대표팀만 오면 호날두는 외로워진다. 물론 포르투갈 대표팀 선수들의 기량도 크게 뒤지지 않지만 소속 클럽인 맨유나 레알 마드리드의 특급 스타에 비할 바는 못된다. 결국 대표팀에서 호날두는 '소년 가장 역할'까지 떠맡아야 한다.

메시가 아르헨티나 대표팀에서 고전하는 이유도 호날두와 크게 다르지 않다. 아르헨티나는 포르투갈의 선수들보다 훨씬 더 기량이 뛰어난 특급 선수들로 구성되어 있지만 메시 역시 아르헨티나 대표팀에서 '소년 가장'과 같은 모습이다. 메시 역시 세차례 월드컵에서 고작 2골 밖에 넣지 못하고 있다.

◆ 조직력 없는 '호날두 원맨 팀'으로는 한계

현재 포르투갈은 조직력을 찾아보기 힘들다. 독일과 포르투갈의 경기가 이를 극명하게 보여줬다.

독일은 전차군단이라는 별명에 어울리는 전통 답게 완벽한 조직력을 자랑하며 포르투갈을 공략해갔지만 포르투갈은 그렇지 못했다. 처음부터 끝까지 호날두에 의존했다. 나니가 있긴 하지만 그 역시 보통에서 조금 더 나은 선수에 불과하다.

호날두라는 자원을 갖고 있으면서도 포르투갈이 유럽예선을 단번에 통과하지 못하고 플레이오프를 거친 이유도 여기에 있다.

포르투갈은 독일 월드컵 예선 때는 당당하게 조 1위로 본선에 올랐지만 호날두의 의존도가 높아지기 시작한 남아공 월드컵 때부터 힘겹게 본선에 오르기 시작했다.

남아공 월드컵 유럽지역 예선에서는 덴마크, 스웨덴, 헝가리, 알바니아, 몰타 등과 1조에 들었지만 덴마크에 이어 조 2위를 차지, 플레이오프로 밀렸다. 당시 5승 4무 1패를 기록했던 포르투갈이 1패만 더했어도 스웨덴에게 밀려 플레이오프도 나가지 못할 뻔 했다.

플레이오프에서도 보스니아-헤르체고비나를 상대로 1, 2차전 모두 1-0으로 가까스로 이겼다.

이번 브라질 월드컵 유럽예선도 마찬가지였다. 러시아에게 조 1위 자리를 내주고 2위에 그쳤다. 나머지 팀이 이스라엘, 아제르바이잔, 북아일랜드, 룩셈부르크 등 한 수 아래의 팀인 것이 다행이었다. 플레이오프에서는 즐라탄 이브하리모비치가 있는 스웨덴을 가까스로 누르고 겨우 본선진출에 성공했다.

이쯤 되면 현재 포르투갈의 모습은 분명 강호와는 거리가 있다. 약체팀을 상대로는 압도할 수 있겠지만 조금이라도 실력이 비슷하면 어려운 경기를 펼칠 수밖에 없다. 포르투갈이 '죽음의 G조'에서 16강 진출을 자신할 수 없는 이유다.

◆ 호날두를 더욱 어렵게 만든 '똘똘하지 못한' 동료

독일전에서는 호날두를 기운 빠지게 하는 팀동료도 있었다. 바로 수비수 페페였다.

중앙 수비수인 페페는 간혹 신경질적인 반응을 보이는 등 이해할 수 없을 정도로 난폭한 행동을 하기도 하는데 바로 독일전에서 사건이 터졌다.

전반 37분 자신이 가로막은 팔에 토마스 뮐러가 걸려 얼굴을 감싸고 넘어지자 페페는 뮐러에게 다가가 항의한 뒤 머리로 가격했다.

이미 페페는 두번째 실점을 했을 당시 신경질을 부리며 심기가 언짢은 상태였다. 그 상황에서 뮐러의 반응은 자신의 심기를 더욱 건드렸고 하지 말아야 할 행동을 하고 말았다. 결과는 당연히 퇴장이었다.

페페는 이 행동 하나로 독일전을 완전히 망치고 말았다. 가뜩이나 조직력으로도 밀리는 형국에 선수까지 한 명 부족했으니 경기 양상을 뒤집기란 무리였다. 더구나 페페가 FIFA로부터 추가 징계를 받는다면 조별리그 경기에 아예 나서지 못할 가능성도 있다.

페페는 호날두를 도와주기는 커녕 경기를 망쳐버린 경우고 다른 선수들도 호날두를 전혀 도와주지 못했다. 호날두가 제롬 보아텡에게 묶이면서 별다른 활약을 보여주지 못했지만 어느 누구도 호날두를 보아텡의 덫에서 구해주지 못했다.

더욱 호날두를 곤경에 빠뜨리는 것은 포르투갈의 현재 상황이 나아질 가능성이 없다는 것이다. 아니 오히려 악화될 수도 있다.

주앙 페레이라와 함께 파비우 코엔트랑 등이 모두 경기 도중 부상을 당했다. 두 선수 모두 햄스트링 부상인 것으로 알려졌다. 보통 햄스트링 부상을 당하면 3주 정도 경기에 나서지 못하기 때문에 이들이 부상을 무릅쓰고 출전을 강행하지 않는 한 이번 월드컵에서 뛸 수가 없다.

오는 22일 만나는 미국이 만만치 않다. 미국은 가나와 첫 경기에서 2-1로 이기면서 조 2위로 조별리그를 시작했다. 미국은 위르겐 클린스만 감독의 지휘 아래 완벽한 조직력을 자랑하고 있어 호날두 원맨팀인 포르투갈에게 버겁다.

만약 2차전에서 독일이 가나를 물리치고 포르투갈이 미국을 이기지 못한다면 사실상 16강 진출 티켓은 독일과 미국이 가져갈 것으로 보인다. 갈수록 더욱 작아지는 호날두다.

tankpark@sportsq.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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