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벤제마에서 지단의 향기가 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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벤제마에서 지단의 향기가 난다
  • 민기홍 기자
  • 승인 2014.06.16 09: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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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선수로는 지단 이후 16년 만에 월드컵 멀티골

[스포츠Q 민기홍 기자] 세계 최고의 클럽 레알 마드리드의 스트라이커는 월드컵에서도 환히 빛났다. 카림 벤제마(27·레알 마드리드)는 자신의 월드컵 데뷔전에서 우상인 지네딘 지단(42)처럼 멀티골을 터뜨리며 존재감을 입증했다.

프랑스는 16일(한국시간) 브라질 에스타디오 베이라-리오에서 열린 2014 브라질월드컵 조별리그 E조 1차전에서 벤제마의 2골 활약에 힘입어 온두라스를 3-0으로 완파하고 기분 좋은 승리를 거뒀다.

벤제마는 골이 터지지 않던 전반 종료 직전 폴 포그바가 얻어낸 페널티킥을 성공시키며 자신의 생애 첫 월드컵 골을 신고했다. 후반 27분에는 에콰도르의 추격 의지를 꺾는 쐐기골을 터뜨리며 3-0을 만들었다.

프랑스의 두 번째 골 역시 벤제마의 발에서 나왔다. 에콰도르 골키퍼 노엘 바야다레스의 자책골로 선언되기는 했지만 사실상 벤제마의 결정력이 만들어낸 골이었다. 벤제마가 경기 최우수선수(Man Of the Match)로 선정된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프랑스 선수가 월드컵에서 한 경기 2골을 터뜨린 것은 1998년 프랑스월드컵 결승전에서 지네딘 지단이 2골을 폭발하며 브라질을 3-0으로 제압, 우승을 이끈 이후 처음이다. 벤제마는 자신의 우상인 대선배의 등번호 ‘10번’을 물려받고 16년 만에 기분 좋은 기록을 세웠다.

벤제마는 프랑스리그 리옹에서 2004년부터 2009년까지 112경기에 출전해 43골을 넣으며 특급 선수로 발돋움했다. 알렉스 퍼거슨 전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감독이 벤제마를 눈여겨보고 영입에 나섰지만 그는 지단이 있는 레알 마드리드를 택했다.

2013~2014 시즌 초반 부진했던 벤제마는 수석코치인 지단의 일대일 지도하에 슬럼프에서 탈출했다. 같은 알제리계 출신의 프랑스 레전드에게 특별 과외를 받은 벤제마는 슬럼프 탈출을 넘어 한층 업그레이드되며 ‘BBC(벤제마-가레스 베일-크리스티아누 호날두)’ 라인을 구축했다.

레알 마드리드는 BBC의 폭발적인 화력으로 12년 만에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우승에 성공했다. 벤제마는 베일과 호날두를 든든히 떠받치며 우승의 숨은 주역이 됐다.

지단은 어느덧 팀과 국가대표에서 중심으로 거듭난 벤제마에게 “그는 충분히 팀의 리더가 될 수 있는 선수"라며 ”벤제마는 프랑스와 레알 마드리드의 주장을 감당할 수 있다“고 애정을 보이기도 했다.

월드컵 직전 공격의 핵인 프랭크 리베리를 부상으로 잃은 프랑스는 공격력에 의문 부호가 붙었다. 리베리가 없는 프랑스의 창은 무뎌져 있을 것이라는 평이 지배적이었다. 그러나 프랑스에는 벤제마가 있었다. 그는 경기 내내 활발한 움직임으로 7차례 슛을 때리며 온두라스를 괴롭혔다.

벤제마는 클럽에서의 명성과는 달리 2010년 남아공월드컵 무대를 밟지 못했다. 대회 직전 미성년자 성매수 혐의로 구설수에 오른데다 기량마저 주춤하며 최종엔트리 승선에 실패한 아픈 기억이 있다. 그는 4년의 기다림 끝에 화끈한 월드컵 신고식을 치렀다.

벤제마는 경기 후 국제축구연맹(FIFA) 홈페이지를 통해 “나의 월드컵 첫 골이 자랑스럽다. 정말 기쁘다”며 “중요한 것은 승리를 거뒀다는 점이다”라며 성숙한 모습을 보였다. 이어 “사람들은 내가 얼마나 골을 넣느냐로 판단할 것”이라며 골 사냥에 중점을 둘 것임을 분명히 했다.

프랑스는 2002년 한일월드컵부터 3개 대회 연속으로 조별리그 첫 경기에서 득점이 없었다. 월드컵 첫 경기 무득점 징크스를 끊은 것도 물오른 벤제마 덕분이었다. 벤제마는 2골로 득점 공동선두에도 올라서며 득점왕도 조준할 수 있게 됐다.

프랑스는 최근 네 차례 월드컵에서 기복이 심했다. 1998년 홈에서 열린 월드컵에서는 우승했지만 2002년 한일월드컵에서는 조별리그에서 탈락했다. 2006년 독일에서는 준우승을 차지했지만 2010년 남아공에서는 16강조차 오르지 못하며 자존심을 구겼다.

2014년 브라질월드컵에서 프랑스는 첫 스타트를 산뜻하게 끊으며 명가부활 청신호를 켰다. 프랑스는 지단이 있을 때 두 차례 월드컵 결승에 나섰다. 이제 지단을 존경하는 벤제마가 ‘아트사커’의 선봉에 섰다. 벤제마가 1차전의 활약을 계속 이어 그의 우상처럼 월드컵을 들어올릴지 관심이 모이고 있다.

리베리의 공백에도 사실상의 해트트릭을 세우며 아트사커 부활의 신호탄을 쏘아올린 벤제마의 활약에선 1990년대 세계축구를 호령하던 레블뢰구단 사령관 지단의 향기가 났다.

sportsfactory@sportsq.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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