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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에서 온 춤꾼' 김설진과의 Q&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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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에서 온 춤꾼' 김설진과의 Q&A
  • 용원중 기자
  • 승인 2014.07.07 15:0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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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Q 용원중기자] 창의적인 안무와 소름 끼치는 표현력으로 Mnet ‘댄싱 9’ 시즌2 최고의 이슈메이커로 떠오른 김설진(35)에 대한 관심이 솟구치고 있다.

힙합 비보잉 등 스트리트 댄서를 거쳐 가수 김원준 코요태 조성모의 백업댄서로 활동하던 중 서울예술대학 무용과에 입학했다. 졸업 후 현대무용단 안성수픽업그룹 단원으로 활동하며 한국예술종합학교 무용원 창작과에서 수학했다. 이후 2008년 벨기에로 건너가 피핑톰 무용단 안무가 겸 무용수로 활약해 왔다. 제40회 전국 신인 무용콩쿠르 특상, 제1회 CJ 영 페스티벌 무용부문을 수상했다. 안무작으로 '동물의 사육제' ‘깊이에의 강요’ ‘뱀의 정원’ ‘카니발’ ‘다잉 덕’ ‘루시퍼’ ‘강제 휴식’ ‘흰 바탕에 까만 점’ ‘고리’ 등이 있다.

▲ '댄싱 9'의 김설진[사진=Mnet 제공]

지난 4일 방영된 4회 커플미션에서 현대무용수 김경민과 거미의 '기억상실'에 맞춰 압도적인 춤실력을 선보인 이후 SNS는 뜨겁게 달궈졌고, '갓설진' '한국의 찰리 채플린' '별에서 온 댄서'란 별명이 붙여졌다.

평범한 외모지만 파트너를 배려하는 따뜻한 마음과 가정적인 면모까지 방송을 통해 공개되며 여성 시청층 사이에선 여느 미남 도전자들을 뛰어넘는 폭발적 인기를 누리고 있다. 하루 아침에 화제의 주인공이 된 김설진은 "'댄싱 9’을 통해 대중에게 춤의 즐거움을 알리고 더 소통하고 싶다"는 소감을 밝혔다. 다음은 방송 직후 Mnet과의 서면 인터뷰 내용.

- 거미의 '기억상실'에서 보여준 안무와 춤이 화제가 되고 있다.

▲ 이별한 남자의 내면 갈등을 표현했다. 경민이와 내가 마치 한 몸인 듯 같은 자세로 시작한 뒤 둘로 갈라져 혼란스러운 감정을 담아내는 안무였다. 대중에게 낯설 수도 있는 현대무용의 매력을 전달했다면 더할 나위 없이 만족스럽다.

- 인간 세상에 내려온 외계 댄서라는 농담이 있을 정도인데?

▲ 어릴 적에 ‘난 분명 어딘가에서 왔을거야. 내가 태어난 날도 기억 못하면서 뭘 믿지?’라는 엉뚱한 생각을 했었다. 난 외계가 아닌 제주도에서 태어났다.

- 제주 소년이 스트리트 댄서 경험을 거쳐 세계적 현대무용단에 입단한 이력이 흥미롭다. 김원준 코요태, 조성모 등의 백업댄서로 활동한 적도 있다고 들었다.

▲ 글 몇자로 풀기엔 너무 많은 일이 있었다. 하하. 지금  막연히 드는 생각은  또 다른 춤이 있는 곳을 따라가다 보니 자연스럽게 가게 된 것 같다. 한국에서 안무 활동을 하다가 춤에 대한 갈증 때문에 벨기에로 건너갔다. 현지 피핑톰 무용단에서는 크리에이터로 몇 작품에 출연했고, 조안무로 작업을 몇 개 했다. 내가 피핑톰의 안무자는 아니다.

- 해외에서 왕성한 활동을 하고 있고 국내 현대무용계에서 유명하다. 그런 당신이 굳이 '댄싱 9'에 도전한 이유는?

▲ 우선 여러 장르를 배워보고 싶었다. '댄싱 9'엔 모든 장르의 댄서들이 모이므로 다른 장르 댄서들과 네트워크가 생기지 않을까 해서였다. 내 생각에 현대무용은 동시대에 행해지는 춤들을 이해해야 한다고 여긴다. 또 하나는 춤 문화를 좀더 긍정적으로 발전시킬 수 있지 않을까 해서다. 개인적인 생각인데 현대무용이 꼭 콩쿠르 작품 같은 것만 있는 게 아니라는 걸 대중에게 소개하고 싶었다.

▲ 4일 '댄싱 9' 커플미션 당시 현대무용수 김경민과 함께 거미의 '기억상실'에 맞춰 춤추는 장면[사진=Mnet 방송화면캡처]

- '댄싱 9'에 도전하고 커플미션까지의 과정을 겪으면서 든 느낌은?

▲ 열정 가득한 댄서들 덕분에 다시 열정이 생겼다. 정말 멋진 춤꾼들이 많다. 나에 대한 시청자의 반응은 솔직히 당황스럽기도 했다. 지난 시간 동안 나의 춤을 대중에게 알리려고 정말 많은 일을 했다. 몇 년이 걸려도 안 됐던 일이 단 몇 회의 방송으로 이뤄진 게 신기한 한편 안타깝기도 했다. 춤에 대한 관심이 방송으로 잠시 반짝해서 끝나거나, 특정 인물만 조명하는 것보다 정말 춤을 많이 좋아해주고, 공연장도 찾아주시고 하면 정말 좋을 것 같다. 숨은 보석 같은 존재들이 많다.

- 이번 커플무대 미션으로 정점을 찍은 듯하다. '댄싱 9' 자체 최고 시청률이 나온 최고의 1분을 기록하면서 양대 포털사이트 실시간 검색어 1위를 했다.

▲ 처음엔 친구들이 장난으로 나한테 조작 사진을 보내는 줄 알았다. 아직까진 실감이 안 난다. 빛 좋은 개살구가 될까 살짝 겁나기도 한다.

- 안무에 대한 영감은 어디서 얻는지?

▲ 내 삶에 얽혀있는 모든 부분에서 얻는다. 조심하는 건 창작자로써 삶을 예술에 녹여내되 예술이 삶에 들어오는 건 피하고 있다. 삶이 피폐해질 수 있어서다. '난 예술가니까~ 이래도 돼'라는 자기 합리화를 진짜 싫어한다. 그전에 한 인간으로서가 중요하다. 혼자 사는 것도 아니고. 그래서 많은 예술가들의 작품을 좋아하긴 하지만 그들의 삶이 모두 좋진 않다.

- 지금까지 보여준 무대의 안무가 독특하다.

▲ 아마 다른 방식으로 표현한 현대무용을 주로 봐서 그러는 것 같다. 발레에 기반한 현대무용 테크닉만 생각하는 경우가 많다. 사실 현대무용은 틀이 없고 자유로운 춤이다. 그래서 '진짜 근본적인 현대무용이 뭘까?'라는 고민을 많이 하게 됐다. 움직임에서 오리지널리티(독창성)를 많이 고민한다. 어디선가 본 거 말고 진짜를 계속 찾는 과정이다. 초현실주의 무용을 만들고 싶은데 다행히 아직까진 많이 좋아해주셔서 감사드린다. 내가 하는 움직임이 피루엣(한 다리로 서서 팽이처럼 몸을 돌리는 동작)이나 점프처럼 익숙한 동작이 아니라 오히려 나중에 식상해 하실까봐 좀 걱정되긴 한다. 하나의 움직임을 만들고 체계화하려 굉장히 고민하고 있다.

goolis@sportsq.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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