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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Q포커스] 올림픽 축구사 바꾼 신태용 감독 '난놈의 전성시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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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Q포커스] 올림픽 축구사 바꾼 신태용 감독 '난놈의 전성시대'
  • 박상현 기자
  • 승인 2016.01.27 11:0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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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양한 포메이션으로 팔색조 전술…상대팀 향한 독설로 심리전까지 '그라운드의 여우' 별명 그대로

[스포츠Q(큐) 박상현 기자] 한국 올림픽축구대표팀을 이끌고 있는 신태용 감독의 현역 시절 별명은 '그라운드의 여우'였다. 미드필더로 활약하면서 노련함과 상대가 생각하지도 못하는 플레이로 성남FC의 전신인 성남 일화의 6회 우승 전성시대를 열었다. 1995년에 이어 2001년 K리그 사상 최초로 두 번째 MVP를 수상한 스타플레이어 출신이다.

그러나 지금 신태용 감독의 별명은 '난놈'이다. 누가 붙여준 것이 아니라 평소 기자들과 인터뷰를 할 때면 입버릇처럼 '나는 난놈'이라는 말을 한다. 자신을 두고 남보다 두드러지게 잘났다고 말하는 신태용 감독의 말 속에는 자신감이 숨어 있다.

이제 신태용 감독은 진짜 '난놈'이 됐다. 27일 한국 올림픽축구대표팀을 이끌고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 아시아지역 최종예선인 2016 아시아축구연맹(AFC) 23세 이하(U-23) 챔피언십에서 결승까지 오르면서 세계 최초로 8회 연속 올림픽 진출을 이끌어냈기 때문이다. 그것도 연령별 올림픽 대표팀에서 5무 1패로 6경기 동안 단 한번도 이겨보지 못한 카타르를 상대로 3-1 쾌승을 거두면서 역사의 한 페이지를 썼다.

◆ AFC 챔피언스리그까지 우승한 감독, 팔색조 선수 기용으로 확실한 임팩트

1992 바르셀로나 올림픽 본선 멤버인 신태용 감독의 존재감은 최용수 FC서울 감독이나 서정원 수원 삼성 감독, 황선홍 전 포항 감독, 홍명보 전 대표팀 감독 등 월드컵 멤버로 활약한 다른 40대 지도자에 비해 다소 미약한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친정팀 성남의 지휘봉을 잡으며 지도자로서 첫 데뷔시즌을 치른 2009년 K리그 정규리그 준우승과 함께 대한축구협회(FA)컵 준우승을 차지하며 지도력을 인정받았다.

결국 신태용 감독은 일본 도쿄에서 열린 2010년 AFC 챔피언스리그에서 우승까지 차지하면서 전임 고(故) 차경복 감독과 김학범 감독도 이뤄내지 못한 대위업을 달성했다. '난놈'이라는 말이 나온 것도 이때부터였다.

성남에서 물러난 신태용 감독이 다시 지도자로서 전면에 나선 것은 2014년 9월의 일이다. 홍명보 전 감독 사퇴 뒤 울리 슈틸리케 감독이 지휘봉을 잡기 전까지 감독대행을 맡은 신태용 감독은 베네수엘라를 3-1로 꺾고 우루과이에는 비록 0-1로 지긴 했지만 슈틸리케 감독이 지켜보는 앞에서 만족스러운 경기력을 보여줬다.

이처럼 신태용 감독이 지도자로서 '난놈'이 될 수 있었던 것은 선수 기용이나 전술에서 다양함을 보여주기 때문이다. 고정관념에서 벗어나 한계를 보여주지 않는 것이 바로 신태용 감독의 특징이다.

우루과이전에서는 누구도 생각하지 않았던 기성용(스완지 시티)의 중앙 수비수 기용이 있었고 주로 4-2-3-1 포메이션을 썼던 대표팀에 공격적인 전술인 4-1-4-1 포메이션을 도입하기도 했다. 또 병마와 싸우는 이광종 전 감독의 뒤를 이어 올림픽대표팀의 지휘봉을 잡은 뒤에는 4-2-3-1과 4-1-4-1, 다이아몬드 4-4-2 포메이션 등을 선보이며 팔색조 전술을 구사했다.

실제로 신태용 감독은 "AFC U-23 챔피언십을 치르면서 상대팀에 따라 전술과 전략을 다르게 가져가겠다"고 말했고 이번 대회를 통해 이를 실천했다.

카타르와 2016 AFC U-23 챔피언십 4강전은 신태용 감독의 팔색조 전술의 진수였다. 그 누구도 생각하지 못한 스리백을 들고 나옴으로써 공격이 강한 카타르의 예봉을 꺾은 뒤 후반에 모든 것을 걸었다. 실전에서 단 한 차례도 써보지 못한 스리백이었기에 위험부담이 있는 모험이었지만 전반 카타르의 공격을 무디게 함으로써 결과적으로는 '신의 한수'가 됐다.

◆ 벤치마킹-심리전의 달인, 그라운드의 여우 모습 그대로

신태용 감독은 자신에게 도움이 되는 것이라면 스펀지처럼 빨아들이는 능력이 있다. 사실 스리백도 한동안 한국 축구에서 잊혀진 전술 가운데 하나였지만 2014년 브라질 월드컵에서 네덜란드와 칠레가 스리백을 쓰는 것을 보고 이를 활용했다.

신태용 감독은 이미 2014년 9월 우루과이와 A매치를 치렀을 당시에도 기성용을 활용한 스리백 전술을 썼다. 카타르전에서 박용우(FC 서울)를 수비형 미드필더 대신 중앙 수비로 내려 스리백을 쓴 것과 같은 방법이다. 신태용 감독이 스리백을 자신있게 들고 나올 수 있었던 것도 잘만 활용하면 카타르의 예봉을 꺾을 수 있겠다는 자신감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실전에서는 써본 적이 없던 전술이라 머뭇거릴 수도 있었지만 과감한 결단성으로 자신의 목적을 이뤄냈다.

이에 대해 신태용 감독은 "올림픽대표팀 수비가 불안하다는 얘기가 많이 나와 수비진의 부담을 덜어주기 위한 방법을 강구했다"며 "지난해 칠레에서 열린 코파 아메리카에서 칠레의 스리백을 보고 많이 배웠다. 칠레와 아르헨티나의 결승전을 보고 생각이 떠올랐다"고 밝혔다..

심리전에서도 상대 감독에 승리했다. 요르단과 8강전은 물론이고 카타르와 준결승전을 앞두고 '침대축구'라는 말을 거침없이 씀으로써 상대 감독을 은근히 자극했다. 반대로 생각하면 상대팀을 자극해 한국 올림픽대표팀의 경기력에 악영향을 미칠 수도 있는 것이기도 했지만 이를 십분 활용하는 전술을 들고 나옴으로써 상대팀 선수들이 잔디 위에 눕는 일이 없도록 했다. 예멘, 이라크, 요르단에 이어 카타르까지 4연속 중동팀과 경기를 치르면서 단 한 차례도 침대축구 없이 경기를 치렀다.

현재 신태용 감독은 올림픽대표팀 감독을 맡으면서 슈틸리케 감독이 이끄는 대표팀의 코치까지 겸임하고 있다. 1인 2역에 몸이 둘이라도 모자랄 수도 있지만 이 역시 한국 축구의 발전을 위해 활용할 줄 아는 혜안을 가졌다.

올림픽대표팀의 에이스인 권창훈(수원 삼성)을 성인대표팀에 데뷔할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추천했고 결국 잠재력이 빛을 발하는 계기를 만들었다. 지난해 한국 축구의 새로운 발견으로 꼽히는 권창훈이 '네오 앙팡테리블'이 될 수 있었던 것도 성인대표팀과 올림픽대표팀을 오가며 경기력을 끌어올릴 수 있는 기회를 준 신태용 감독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사실 이번 올림픽대표팀은 역대 화려함이 가장 떨어진다는 평가를 받았지만 신태용 감독은 적절한 선수 기용과 다양한 전술로 포장하는데 성공했다.

무엇보다도 이광종 전 감독의 갑작스러운 사퇴로 지난해 2월 지휘봉을 잡은지 1년도 안되는 기간 동안 자신의 팀으로 만들어냈다는 것도 뛰어난 능력이다. 2014년 월드컵을 통해 '아픔의 땅'이 된 브라질에서 신태용 감독이 한국 축구의 영광을 재현해내며 자존심을 회복시킬지 관심이 모아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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