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뭉쳐야 뜬다! 가요계 콜라보 열풍 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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뭉쳐야 뜬다! 가요계 콜라보 열풍 왜?
  • 이예림 기자
  • 승인 2014.07.16 09:0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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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Q 이예림 기자] '내 것인 듯 내 것 아닌 내 것 같은 너 / 네 것인 듯 네 것 아닌 네 것 같은 나.'

올해 상반기 음원 차트를 강타한 래퍼 정기고와 걸 그룹 시스타의 소유가 함께 부른 '썸'의 가사다. 이처럼 몇몇 가수들이 정식 팀은 아니지만 한 팀이 아닌가 싶을 정도의 '듀엣 케미'를 과시하고 있어 가요팬들의 뜨거운 관심을 모으고 있다.

그 효과도 크다. 정기고와 소유가 지난 2월7일 발매한 '썸'은 한 달이 지난 뒤에도 주요 음원차트, 음악 방송 순위 1위를 휩쓰는 등 기세를 올렸다. 자고 일어나면 순위가 바뀌어있는 요즘 가요계에서는 보기 드문 현상이 아닐 수 없다.

▲ 정기고(왼쪽)와 시스타의 소유가 함께 부른 '썸'은 올해 상반기 가요계에서 이례적인 돌풍을 일으켰다. [사진=스포츠Q 최대성 기자]

또 이런 듀엣 형태는 인지도를 높이거나 새로운 팬층 확보에 도움이 되기도 한다. 언더 래퍼 출신인 정기고는 ‘썸’의 돌풍으로 일약 대세남으로 떠올랐다. 이후 KBS2 ‘해피투게더’ 출연, 인기 래퍼 빈지노와의 콜라보 작업, 패션 매거진과의 인터뷰 등 바쁜 일정을 소화했다.

그것은 소유도 매한가지다. 유닛 그룹 시스타19으로 활동하는 효린과 보라, 드라마에 출연한 다솜 등 다른 멤버에 비해 대중에게 각인된 활동이 없었던 소유는 매드클라운, 정기고와의 콜라보 흥행으로 종편채널 JTBC 예능 ‘대단한 시집’, MBC ‘나 혼자 산다’, KBS2 ‘1대 100’의 게스트로 나오는 등 잇단 방송 출연과 함께 듀엣 보증 수표로 거듭났다.

이 때문일까? ‘썸’을 필두로 파트너를 바꾸거나 또는 전혀 다른 장르의 아티스트와 호흡을 맞추며 듀엣으로 나서는 이들이 늘고 있다. 가히 콜라보 열풍이라고 해도 과장이 아니다.

다이나믹듀오의 최자와 김예림(‘라스트 신’), 정기고와 빈지노(‘너를 원해’), 아이유와 하이포(‘봄, 사랑, 벚꽃말고’), 아이유와 김창완(‘너의 의미’), 정준영과 윤하(‘달리 함께’), 포맨의 신용재와 다비치의 이해리(‘니가 빈 자리’), 리쌍의 개리와 정인(‘사람냄새’), 애프터스쿨의 레이나와 산이(‘한 여름 밤의 꿀’), 에이핑크의 정은지와 허각(‘이제 그만 싸우자’) 등등 열 손에 꼽아도 넘칠 정도다.

▲ 빈지노와 정기고, 아이유와 하이포, 에이핑크의 정은지와 허각, 리쌍의 개리와 정인(왼쪽 위부터 시계방향으로)이 콜라보를 통해 효과를 톡톡히 누렸다. [사진=VU엔터테인먼트, N.A.P엔터테인먼트, 에이큐브엔터테인먼트, 리쌍컴퍼니 제공]

이 가운데 가장 눈에 띄는 활약을 보여준 이는 정기고와 빈지노다. 그들이 부른 ‘너를 원해’는 지난 5월 넷째 주 가온차트 디지털 종합 부문에서 god의 ‘미운오리새끼’를 누르고 정상을 차지했다. 이외에도 아이유와 하이포의 ‘봄 사랑 벚꽃 말고’는 멜론 5월 월간 음원차트 1위에 오르는 기염을 토하기도 했다.

또 개리와 정인의 ‘사람냄새’는 발표된 날부터 6일 동안 멜론, 지니, 엠넷, 네이버뮤직, 올레뮤직 등 5개 차트에서 1위를 줄곧 지키며 대중에게 큰 사랑을 받았다. 음원차트의 순위가 실시간으로 변동이 심한 것을 감안하면 눈여겨볼 만한 성과다. 애프터스쿨의 레이나와 산이의 ‘한 여름 밤의 꿀’, 정은지와 허각의 ‘이제 그만 싸우자’는 지난 13일 멜론 음원 차트에서 나란히 2~3위를 기록했다.

요즘 가요계가 남녀성별과 나이를 불문하고 합종연횡으로 듀엣을 구성하는 것은 다양한 시도를 해야 하는 아티스트의 숙명과 예전보다 깐깐해진 대중(소비자)의 욕구를 충족시키기 위한 시도로 평가된다.

정기고와 소유의 소속사인 스타쉽엔터테인먼트의 한 관계자는 ‘썸’의 기획 배경에 대해 “서로 다른 색깔을 가진 두 아티스트의 만남을 통해 음악적 스펙트럼을 확장하고 대중의 높아진 기호를 맞추기 위해 논의됐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실제로 ‘썸’이 장기간 음원차트를 석권하며 좋은 결과를 낳았다. 또한 대중들에게 새로운 모습을 보여줘야 하는 아티스트에게 다양한 가수들과의 듀엣 작업만큼 좋은 기회는 없다”며 콜라보 작업의 장점을 강조했다.

콜라보 열풍은 가요시장의 침체와 불경기와도 밀접한 관련이 있다는 지적도 있다. 한 명의 가수에게 들어갈 음원 제작비가 반으로 절감돼 투자 실패에 대한 위험도도 낮아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 아이유(왼쪽)와 김창완이 함께 부른 '너의 의미'는 세대를 초월하는 감동을 안겨주고 있다. [사진=로엔트리 제공]

어쨌든 대중들은 가수들의 콜라보 작업을 긍정적으로 보는 분위기다. 아이유와 김창완이 함께 부른 ‘너의 의미’를 즐겨 듣는다는 주부 박지숙(50)씨는 “김창완이 혼자 부른 곡보다 좋다. 아이유의 목소리까지 들을 수 있어 색다른 느낌이다”고 호평했다.

박씨는 “음악 방송을 틀면 아이돌 그룹들이 똑같은 옷을 입고 춤추는 게 정신이 없었다. 반면 듀엣은 정적인 느낌이라 노래에만 몰두할 수 있다. 듀엣 무대를 보고 있으면 어니언스, 더블루, 철이와 미애 등 과거에 한창 활약했던 듀엣들이 연상돼 그 느낌을 받기도 한다”고 덧붙였다.

여대생 김선미(24)씨는 “아이유의 팬이라 ‘너의 의미’를 듣게 됐다. ‘너의 의미’를 듣고 난 뒤에 김창완의 예전 곡들을 다 찾아 듣게 됐다”고 밝혔다. 이처럼 좋아하는 가수의 곡을 계기로 파트너에게까지 관심을 갖게 되는 사례가 적지 않다. 그룹 하이포는 신인임에도 아이유와의 작업을 통해 엄청난 홍보 효과를 누리기도 했다.

새로운 컬러의 음악을 시도하고 싶은 가수와 신선한 가요를 듣고 싶은 대중의 욕구가 맞물리면서 일고 있는 듀엣 신드롬. 지난겨울부터 가요계에 불고 있는 콜라보 열풍은 가요계에 하나의 트렌드로 자리매김하며 앞으로도 계속될 전망이다.

press@sportsq.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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