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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Q포커스] 한라에서 뭉친 '용감한 형제' 신상우-상훈, 챔프 찍고 웅대한 꿈까지 나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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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Q포커스] 한라에서 뭉친 '용감한 형제' 신상우-상훈, 챔프 찍고 웅대한 꿈까지 나눈다
  • 박상현 기자
  • 승인 2016.03.22 21:3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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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스하키 시작후 첫 같은 팀…"대표팀 함께 뛰며 평창 올림픽서 깜짝 놀랄 일 일으키겠다"

[스포츠Q(큐) 박상현 기자] "안양 한라의 통합 우승을 함께 이뤄내고 평창 동계올림픽에도 함께 나가야죠."

안양 한라의 챔피언결정전 진출을 이끈 신상우(29)-상훈(23) 형제가 2015~2016 아시아리그 아이스하키 챔피언결정전 진출을 확정지은 뒤 환하게 웃었다. 한국 아이스하키가 아직까지 세계에서는 변방에 속하는 약체팀이지만 러시아 팀인 사할린을 맞아 통합 우승을 이끌어내고 평창 올림픽까지 전력질주한다는 것이 이들의 목표다.

신상우-상훈 형제는 오는 26일부터 HC 사할린을 맞아 5전 3선승제의 2015~2016 아시아리그 아이스하키 챔피언결정전을 치른다. 한라는 정규리그 우승팀 자격으로 1차전부터 3차전을 안양 홈경기로 치르고 4, 5차전을 사할린 원정경기로 갖는다. 쉽지 않은 경기지만 한라는 내심 3차전에서 경기를 마무리짓고 안양 홈팬 앞에서 우승컵을 들어올린다는 각오다.

▲ 안양 한라의 챔피언결정전 진출을 이끈 신상우(왼쪽)-상훈 형제는 김기성-상욱 형제와 함께 대표적인 한국 아이스하키 형제다. 백지선 감독이 이끄는 한국 아이스하키 대표팀에서도 활약하고 있다. [사진=안양 한라 제공]

2009~2010 시즌 이후 6년 만에 통합 챔피언, 그리고 5년 만에 챔피언 등극을 노리는 한라의 중심에 신상우-상훈 형제가 있다. 이들은 김기성(31·한라)-상욱(28·대명 상무) 형제와 함께 한국 아이스하키 대표팀의 중심으로도 활약하고 있다.

◆ 동생 고군분투했던 지난 시즌 챔프전, 이젠 형이 왔다

신상우-상훈 형제는 6살 터울이어서 대표팀 말고는 같은 팀에서 뛰어본 적이 없다. 그러나 지난해 3월 상무에서 전역한 신상우가 자유계약선수(FA) 신분으로 한라와 계약을 맺으면서 2014년 입단한 동생과 처음으로 한 소속팀에서 뛰게 됐다.

신상우도 한라로 다시 돌아오면서 마음을 잡았다. 2010년 통합 우승 당시 멤버였던 신상우로서는 지난 시즌 일본 도호쿠 프리 블레이즈와 챔피언결정전에서 친정팀 한라가 3연패로 물러나는 것을 관중석에서 지켜보면서 마음이 아팠다. 도호쿠와 챔피언결정전에서는 동생 상훈도 뛰고 있었다.

신상우는 "지난 시즌 한라가 도호쿠에 챔피언결정전에서 3연패로 물러나는 것이 안타까웠다. 특히 빙판에서 뛰고 있는 동생이 다나카 고-료 형제와 맞서 고군분투하는 것을 관중석에서 지켜보니 더욱 그랬다"며 "동생이 다나카 형제에게 얻어맞고 있는데 형으로서 아무 것도 해주지 못하는, 안타까운 심정이랄까. 그래서 이번 시즌 더욱 이를 악물었다"고 말했다.

결국 상우-상훈 형제는 마이크 테스트위드, 브록 라던스키와 함께 한라의 정규리그 2연패를 이끌어냈다. 이제 형제에게 남은 것은 지난 시즌 이뤄내지 못했던 통합우승이었다.

▲ 2010년 이미 안양 한라의 통합 우승을 이끌었던 신상우는 동생 신상훈과 함께 6년 만의 통합 챔피언을 노린다. 지난 시즌 동생이 고군분투하는 것을 관중석에서 지켜봤던 신상우는 한라의 통합 우승과 함께 평창 올림픽 동반 출전도 꿈꾼다. [사진=스포츠Q(큐) DB]

신상훈은 "4강 플레이오프에 도호쿠가 올라오기를 바랐다. 3연패로 시즌을 마감해야 했던 아픔을 그대로 도호쿠에 되갚아주고 싶었다"며 "똑같이 3연승으로 이기겠다는 마음으로 긴장감과 기대감을 가득 안고 경기에 임했는데 뜻대로 돼 기쁘다. 똑같이 되갚아줘 뿌듯하고 통쾌하다"고 밝혔다.

그렇다면 형이 들어왔을 때 신상훈의 마음은 어땠을까. 신상훈은 "드디어 형과 같은 팀에서 함께 뛰게 돼 너무나 기뻤다. 행복했다"며 "지난 시즌 형에게 통합우승을 차지하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는데 아쉽게 잘 안됐다. 형이 와서 자신감이 더 붙었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한라가 올 시즌 마지막 상대로 만나는 사할린은 도호쿠와 달리 만만치 않다. 정규리그 48경기에서 206골로 한라와 함께 팀 최다 득점 공동 1위에 올랐다. 한라와 사할린은 올 시즌 6번을 만나 정규 60분을 치른 4경기에서 2승 2패로 팽팽했다. 나머지 2경기도 한라의 슛아웃 승리와 사할린의 연장전 승리로 나눠가졌다. 그야말로 난형난제다.

신상훈은 "사할린이 이번 시즌을 끝으로 유럽 쪽으로 건너가 아시아리그에서 탈퇴한다는 얘기가 있더라. 그러면 트로피를 가져가도록 할 수는 없지 않느냐"고 전의를 불태웠다. 신상우도 "사할린이 4강 플레이오프 3차전에서 일본제지 크레인즈에 7-0으로 이기는 것을 보고 정신이 번쩍 들었다"고 각오를 다졌다.

◆ 선후배에서 이젠 동료로, 첫 올림픽 아이스하키 출전도 함께

한라의 2년 연속 정규리그 우승을 이끈 이리 베버 감독은 "신상훈-상우 형제가 한 팀에서 뛰면서 서로 끌어주고 밀어주는 것이 보기 좋다"며 "형제가 한 팀에서 뛰었을 때 시너지 효과가 반드시 난다고 볼 수는 없지만 오랜 지도자 경험상 득이 됐으면 됐지, 나쁜 결과로 이어지진 않는다. 두 선수가 함께 뛰고 노력하고 있어 한라가 더 강해졌다"고 활약을 인정하고 있다.

▲ 형 신상우의 6년 터울 동생인 신상훈은 대표팀 말고는 같은 소속팀에서 뛴 적이 없다가 올 시즌 처음으로 한솥밥을 먹게 됐다. 한 팀에서 함께 뛰고 싶다는 첫 꿈을 이룬 신상우-상훈 형제는 통합 우승을 이뤄낸 뒤 평창 올림픽에서 깜짝 놀랄 일을 하겠다는 각오다. [사진=스포츠Q(큐) DB]

신상우-상훈 형제는 모두 공격수지만 호흡을 맞추는 경우는 많지 않다. 아이스하키에서는 같은 팀이라도 여러 선수를 하나의 조로 묶어 교체 기용하기 때문에 한 조에 있지 않다면 함께 뛰는 경우가 드물기 때문이다.

그러나 신상훈은 "다른 조로 묶인 것이 나쁘다고 할 수는 없다. 형과 함께 뛰고 싶은 첫 번째 꿈을 이뤘는데 그것만으로도 행복하다"고 말했다. 또 신상우도 "아이스하키를 하면서 동생과 함께 하고 싶다는 꿈을 이뤄 너무나 좋다. 지금 (김)기성이 형 혼자 한라에 있는데 (김)상욱이까지 들어와 두 형제가 함께 뛰게 된다면 더욱 강한 팀이 되지 않을까"라며 미소를 지었다.

신상우-상훈 형제가 올 시즌 목표는 통합우승이다. 그러나 인생의 가장 큰 목표는 역시 평창 동계올림픽에 함께 나가는 것이다. 물론 김기성-상욱 형제까지 함께 출전한다면 한국 아이스하키를 대표하는 두 형제가 동시에 '올림피언'이 될 수 있다.

신상우는 "동생이 6살이나 어려 아이스하키로서는 내가 대선배다. 초중고등학교 때 보면 동생이 마치 아들처럼 보이기도 했다"며 "그러나 동생도 어느덧 성장하고 가끔 내 조언을 듣지 않고 자신의 뜻대로 하는 경우가 많다. 그럴 때는 다 컸다고 아빠 말을 안듣는 아들을 보는 것 같아 머리를 쥐어박고 싶지만 '자신의 아이스하키를 만들어가는구나'하는 생각에 대견하다. 이제는 후배가 아니라 동료로 받아주야 할 것 같다"고 웃었다.

▲ 신상우가 도호쿠 프리 블레이즈와 2015~2016 아시아리그 아이스하키 4강 플레이오프에서 3전 전승으로 챔피언결정전에 오른 뒤 관중들에게 각오를 밝히고 있다. 동생 신상훈과 함께 한국 아이스하키의 '용감한 형제'로 자리할 것으로 기대된다. [사진=스포츠Q(큐) DB]

또 신상훈도 "초등학교 들어가기 전부터 아이스하키를 하면서 형은 큰 존재였다. 하지만 성장과 발전을 하면서 어느새 형과 동료가 됐다는 것이 기쁘다. 형도 이젠 나를 동료로 인정해준다"며 "그래도 아직 형을 따라가려면 멀었다. 더 많이 배워야 한다. 한라 통합우승과 함께 2년도 남지 않은 평창 동계올림픽 출전을 위해 더욱 뜨겁게 살고 싶다"고 밝혔다.

평창 동계올림픽에서 한국 아이스하키는 캐나다, 체코, 스위스와 A조에 편성됐다. 지난해 기준 세계 랭킹에서 캐나다와 체코, 스위스는 각각 1위와 6위, 7위에 있다. 23위의 한국으로서는 분명 버거운 상대다.

그러나 최근 백지선 감독이 이끄는 남자대표팀이 유로 아이스하키 챌린지에서 노르웨이(11위), 덴마크(15위) 등과 대등하게 맞서면서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다. 그 중심에 신상우-상훈 형제가 있음은 물론이다. 신상우-상훈 형제는 한라의 통합 우승과 함께 2년 뒤 평창에서 '깜짝 놀랄 일'을 꿈꾸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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