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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Q스페셜] 한국 핸드볼, '우생순' 올림픽 투혼으로만 반짝 데워지는 '한데볼'에서 벗어나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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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Q스페셜] 한국 핸드볼, '우생순' 올림픽 투혼으로만 반짝 데워지는 '한데볼'에서 벗어나려면?
  • 박상현 기자
  • 승인 2016.04.20 10:1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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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세계 전력 평준화, 조그만 실수에서 희비…탄탄한 체력 뒷받침, 다양한 경험 통한 경기력 강화 절실

[스포츠Q(큐) 박상현 기자] 한국 핸드볼이라고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단어는 역시 '우생순(우리 생애 최고의 순간)'이다. 2004년 아테네 올림픽 당시 한국 여자핸드볼의 투혼을 그린 영화 제목에서 비롯된 이 메타포는 한국 핸드볼의 '트레이드 마크'가 됐다.

하지만 우생순이 아직까지 우리 입에 회자되고 있다고 한다면 그만큼 한국 핸드볼의 수준이나 처우가 12년 전과 크게 다를 것이 없다는 반증이기도 하다. 실제로 4년에 한번씩 찾아오는 올림픽 해가 되면 핸드볼의 인기나 관심이 조금 뜨거워지긴 하지만 나머지 3년은 여전히 '한데볼'이다.

지난 16~19일 서울 올림픽공원 SK핸드볼경기장에서 벌어진 서울컵 동아시아클럽핸드볼선수권대회에서는 남녀 모두 한국 팀이 우승을 차지했음에도 열기는 뜨겁지 못했다. 마지막 경기가 평일인 화요일에 벌어졌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관중은 200여명에 불과했다. 그나마도 대회 관계자와 견학차 찾아온 학교 선수들을 제외한 순수 관중들은 100명도 채 되지 않았다.

▲ [스포츠Q(큐) 최대성 기자] 서울시청 권한나(가운데)가 19일 서울 올림픽공원 SK핸드볼경기장에서 열린 장쑤와 2016 서울컵 동아시아핸드볼클럽선수권 여자부 경기에서 슛을 시도하고 있다.

◆ 뜨거울 수 있었던 대회 열기, 달아오르지 못했던 까닭은

동아시아클럽선수권은 2004년부터 해마다 열리는 대회로 올해로 13회를 맞았다. 남자부에서는 두산이 우승을 차지하면서 두산(9회)와 코로사(4회) 등 한국팀이 모두 우승컵을 가져왔다. 또 여자부에서는 서울시청이 정상에 올라 4년 연속 한국 클럽이 보좌를 차지했다.

클럽대항전이라고는 하지만 한국과 중국, 일본 등 이웃 3개국이 치르는 대회여서 국가대항전 성격도 갖고 있다. 충분히 흥행요소가 있는 대회임에 분명하지만 관중들은 적었다. 그나마 주말에 열렸던 개막전에 팬들이 몰렸을 뿐 우승이 결정되는 최종일 경기의 관심은 썰렁했다.

서울시청을 응원하러 온 한 팬은 "사실 핸드볼에 관심이 있는 팬이 아니고서는 이번 대회가 열리는 사실조차 몰랐을 것"이라며 "선수층만큼이나 사실 팬층도 얇은 것이 현실이다. 올림픽 때 잠깐 반짝하는 것은 대표팀에 보여주는 투혼과 정신력, '우생순 신화' 때문이지, 사실 허수라고 봐야 한다"고 주장했다.

역시 핸드볼 열기가 조금 더 뜨거워지기 위해서는 핸드볼코리아리그를 치르는 실업팀들의 진정한 프로화가 이뤄져야 한다. 현재 남녀부를 통틀어 기업이 운영하는 팀은 두산과 SK호크스(이상 남자부), SK슈가글라이더즈(여자부) 등 세 팀에 불과하다. 나머지는 모두 지방자치단체에서 운영하는, '관공서 직장인팀'이다.

▲ [스포츠Q(큐) 최대성 기자] 인천시청 송해리(오른쪽)가 19일 서울 올림픽공원 SK핸드볼경기장에서 열린 호코쿠은행과 2016 서울컵 동아시아핸드볼클럽선수권 여자부 경기에서 슛을 시도하고 있다.

이에 대해 한 핸드볼 관계자는 "핸드볼코리아리그에도 외국인 선수들이 한두 명 뛰면 경기력 향상이나 흥행 측면에서 큰 효과를 거둘 수 있다"며 "그러나 대부분 관공서가 운영하는 팀이기 때문에 예산 문제도 있고 현실적으로 외국인 선수가 들어올 여건이 되지 않는다"고 현실을 지적했다. 이어 "클럽 핸드볼 열기가 뜨거워지면 그대로 대표팀 관심으로 이어질 수 있는데 그것이 안된다. 지금으로서는 한계가 있다"며 "동아시아클럽선수권이 제대로 흥행이 되지 않는 이유도 마찬가지"라고 아쉬워했다.

◆ 투혼과 정신력만 앞세우는 '우생순'이 전근대적? 나름 이유가 있다

한국 여자핸드볼은 1984년 LA 올림픽부터 '개근'중이다. 한국 단체 구기종목 중에서 최다 9회 올림픽 본선행을 달성한 '효녀종목'이다. 2000년 시드니 올림픽과 2012년 런던 올림픽에서는 메달을 따내지 못했지만 8차례 올림픽에서 모두 4강에 들었다.

그러나 이상하게도 올림픽에서만 강하다. 세계선수권에서는 1995년 우승과 2003년 3위를 제외하고는 단 한 차례도 4강에 들지 못했다. 2011년부터는 8강도 들지 못한채 11위, 12위, 14위에 그쳤다. 한국 여자핸드볼이 얼마나 올림픽에 '올인'하는지 알 수 있는 부분이다.

한국은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에서도 노르뒈이, 러시아, 스웨덴, 프랑스, 스페인, 몬테네그로 등 유럽의 강호들을 줄줄이 만나야 한다. 오는 29일 벌어지는 조추첨에서 6번 포트에 든 한국은 같은 조에서 이들을 만날 가능성이 높다. 노르웨이는 2008년 베이징 올림픽부터 세계 최강에 오르며 3연패를 노리는 극강팀이고 스페인은 4년 전 런던 올림픽 3~4위전에서 한국을 꺾고 동메달을 차지했다.

임오경 서울시청 감독은 "전세계 핸드볼을 보면 거의 평준화됐다. 어느 팀이 더 낫고 못하고가 없다"며 "경기를 하다보면 조그만 실수에서 승패가 가려진다. 이런 실수를 줄일 수 있는 체력과 정신력은 절대적이다. 체력과 정신력은 필수이지, 우리만의 무기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 [스포츠Q(큐) 최대성 기자] 2016 서울컵 동아시아핸드볼클럽선수권이 열린 19일 서울 올림픽공원 SK핸드볼경기장에는 200여명 정도의 관중만 경기를 지켜봐 썰렁한 분위기를 연출했다.

체력과 정신력이 필수라면 강호들을 넘어설 수 있는 뭔가가 필요하다. 유럽의 선수들은 한국보다 신체적으로 우수하다. 장신인데다 리치(팔 길이)도 길다. 이를 만회할 수 있는 방법은 상대팀보다 더 빨리, 그리고 더 많이 뛰는 수밖에 없다.

대한핸드볼협회 관계자는 "핸드볼은 럭비만큼이나 몸싸움이 심하고 체력이 요구되는 경기다. (대표팀의) 해병대 훈련이 일각에서는 전근대적이라고 하지만 더 악바리처럼 뛰려면 극기훈련은 필수"라고 설명했다.

◆ 우생순을 넘어 경쟁력을 갖추기 위한 한국 핸드볼의 도전 방향은

리우 올림픽을 앞두고 있는 한국 여자핸드볼대표팀은 현재 태릉선수촌에서 체력훈련을 진행하고 있다. 극한의 체력훈련을 통해 올림픽에서는 100% 컨디션으로 전력을 다한다는 것이 현재 방침이다. 이를 위해 현재 24명의 예비 엔트리 선수들이 단내나는 훈련을 하고 있다.

이 가운데에는 한차례 대표팀 은퇴를 했다가 다시 돌아온 44세의 골키퍼 오영란(인천시청)과 2014 인천 아시안게임 금메달 주역인 우선희(삼척시청)도 있다. 우선희 역시 38세로 40대를 바라본다. 이 선수들이 대표팀에 들어올 수 있었던 것은 무엇보다도 리그에서도 맹활약해주고 있기 때문이다. 경기력 역시 전성기 못지 않게 뛰어나 후배 선수들과도 대등하게 맞대결을 벌인다.

또 다른 핸드볼 관계자는 "언제적 오영란, 우선희냐는 말들이 있지만 몸관리를 너무나 잘하는 모범적인 선수다. 기량이 뛰어난데 나이 때문에 대표팀에 들어오지 못한다는 것은 말이 안된다"며 "핸드볼은 몸싸움과 함께 시시각각으로 변하는 상황에 대해 능동적이고 적극적으로 대처할 수 있는, 경험많은 리더가 있어야 한다. 이런 점에서 우선희, 오영란은 대표팀에서 필요한 존재"라고 평가했다.

▲ [스포츠Q(큐) 최대성 기자] 서울시청 선수들이 19일 서울 리베라 호텔에서 열린 2016 서울컵 동아시아핸드볼클럽선수권 여자부 시상식에서 우승 트로피를 들고 손가락으로 하트를 그리며 기뻐하고 있다.

송해림(서울시청)도 "오영란, 우선희 선배가 대표팀에 있어 후배들은 언니들을 믿고 경기에만 집중할 수 있다"며 "아무래도 팀내 구심점이 있기 때문에 위기의 순간에서도 헤쳐나갈 있는 힘이 생긴다. 역대 한국 여자핸드볼대표팀이 국제 무대에서 좋은 성적을 거둘 수 있었던 것도 대선배들이 잘 이끌어준 효과"라고 긍정적으로 봤다.

역설적으로는 그만큼 선수층이 얇다는 반증이기도 하다. 클럽은 물론이고 대표팀도 선수가 조금이라도 부상을 당하면 전력에 큰 공백이 생긴다. 핸드볼협회 관계자는 "올림픽 성적은 얼마나 선수가 부상을 적게 당하는지 그리고 현재 부상당한 선수들이 얼마나 빨리 돌아올지가 관건"이라고 할 정도다. 현재 김온아(SK슈가글라이더즈), 류은희(인천시청) 등이 부상으로 제 컨디션이 아니다.

이번 올림픽이 아니라 더욱 먼 미래를 바라보기 위해서는 현재 핸드볼코리아리그에 대한 활성화도 연구해야 한다. 또 클럽선수권도 동아시아에서 그칠 것이 아니라 아시아로 확대시킬 필요도 있다. 아시아 클럽대항전이 벌어진다면 기업도 핸드볼에 대해 관심을 쏟고 팀을 만들 수 있다.

윤경신 두산 감독은 "남자나 여자 모두 일본이 전력을 급격하게 끌어올리고 있고 최근 중국도 만만치 않다. 뒤처지지 않으려면 코리아리그는 물론이고 동아시아, 아시아클럽선수권 등을 통해 경기력과 경험을 쌓을 필요가 있다"며 "기업팀이 많아지면 외국인 선수도 데려올 수 있고 더욱 활성화될 수 있다. 올림픽 성적 못지 않게 리그 기반을 탄탄히 해야만 미래를 기약할 수 있다"고 생각을 전했다.

한국 핸드볼이 1988년 서울 대회와 1992년 바르셀로나 대회 등 올림픽 2연패를 달성했던 옛 영광을 재현하기 위해서는 투혼과 정신력만 강조하는 시대에서 벗어나야 한다. 투혼과 정신력은 기본으로 갖추고 유럽의 장신 선수들과 경쟁에서 이겨낼 수 있는 전략과 풍부한 경기 경험, 향상된 경기력을 갖춰야 한다.

'우생순'은 이제 한국 핸드볼을 대표하는 말이 아니라 앞으로 극복해야 할 과제다.

▲ [스포츠Q(큐) 최대성 기자] 서울시청 임오경 감독(왼쪽)이 19일 서울 올림픽공원 SK핸드볼경기장에서 열린 장쑤와 2016 서울컵 동아시아핸드볼클럽선수권 여자부 경기에서 선수들과 하이파이브하고 있다.

■ 올림픽만 나가면 강해지는 한국 여자핸드볼, 4강 놓친 적이 없다

한국 여자핸드볼은 이상하게도 올림픽만 나가면 강해진다. 아시아 최강을 자랑하는 한국 여자핸드볼은 세계선수권에서 1995년 우승을 차지하고 2003년 3위에 입상한 것을 제외하면 4강에 들어보지 못했다.

그러나 올림픽은 다르다. 첫 출전한 1984년 LA올림픽에서 은메달을 딴 것을 시작으로 2012년 런던올림픽까지 4강에서 떨어져본 적이 없다. 메달을 따내지 못한 대회도 2000년 시드니대회와 2012년 런던대회 등 두 차례뿐이고 나머지는 모두 동메달 이상은 수확했다. 1988년 서울대회와 1992년 바르셀로나대회에서는 2연패를 달성했다.

이 가운데 덴마크 때문에 정상 도전에 실패한 경우도 많았다. 1996년 애틀랜타 대회에서 연장 접전 끝에 33-37로 져 3연패에 실패했던 한국은 2000년 대회에서도 4강에서 덴마크를 만나 29-31로 져 결승 진출에 실패했다. 한국의 올림픽 출전 사상 첫 결승 진출 실패이기도 했다.

2004년 대회 때는 바로 '우생순 신화'가 만들어졌다. 덴마크와 결승전에서 34-34로 연장전까지 우열을 가리지 못했고 결국 페널티 스로에서 2-4로 져 금메달을 내줘야만 했다.

덴마크 이후에는 노르웨이가 한국의 길목을 가로 막았다. 한국은 2008년 베이징 대회 준결승전에서 심판의 석연치 않은 판정에 노르웨이에 28-29로 졌다. 2012년 런던 대회 4강전에서 다시 노르웨이를 만나 대등하게 맞섰지만 다시 25-31로 패해 결승에 오르지 못했다.

 <역대 한국 여자핸드볼 매이저대회 성적>

대회 올림픽 세계선수권 아시안게임 아시아선수권
우승 1988, 1992 1995 1990, 1994
1998, 2002
2006, 2014

1987, 1989, 1991
1993, 1995, 1997
1999, 2000, 2006
2008, 2012, 2015

준우승 1984, 1996, 2004 - - 2002, 2010
3위 2008 2003 2010 2004
4위 2000, 2012 - - -
5위
이하
- 5위(1997)
6위(1982, 2007, 2009)
8위(2005)
9위(1999)
10~12위(1978)
11위(1986, 1990, 1993, 2011)
12위(2013)
14위(2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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