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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Q현장] 미우나 고우나 우리팀, 끝까지 '마리한화' 기대 거는 이유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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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Q현장] 미우나 고우나 우리팀, 끝까지 '마리한화' 기대 거는 이유는?
  • 박상현 기자
  • 승인 2016.05.06 23:3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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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 시작전 원정 출입구 모여들어 '파이팅' 연호…크게 지고 있어도 실망않고 열성 응원

[수원=스포츠Q(큐) 박상현 기자] "실책 5개에 대패를 당했지만 그래도 우리 팀이잖아요. 미워할 수 있나요. 끝까지 응원해야죠."

kt와 2016 타이어뱅크 KBO리그 원정경기 응원을 위해 6일 수원 kt 위즈 파크를 찾아온 한 한화 팬의 얘기다. 임시 공휴일을 맞아 대전에서 올라왔다는 이 팬은 전날 SK에 6-19로 대패한 것에 대해 아쉬워했다. 그러나 자신의 아쉬움보다 자칫 한화 선수들이 대패로 인해 자신감을 잃을까 더 우려하는 눈치였다.

시즌 직전 예상에서 최소 5강은 들 것이라던 한화가 아직까지 갈피를 잡지 못하고 있다. 지난 5일까지 8승 19패를 기록하며 여전히 최하위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LG와 잠실 원정 개막전에서 연장 패배를 당한 이후 계속 꼬여만 간다.

▲ [수원=스포츠Q(큐) 최대성 기자] 한화 팬들이 6일 수원 kt 위즈 파크에서 열린 kt와 2016 KBO리그 원정경기에서 팀이 크게 지고 있음에도 열성적으로 응원을 하고 있다.

설상가상으로 김성근 감독은 허리 디스크로 5일 서울 강남 삼성병원에서 수술을 받았다. 당분간 자리에서 일어나지 못한다. 또 허리 수술이기 때문에 퇴원한다고 해도 벤치에 오래 앉아있기 불편할 수밖에 없다. 당분간 한화는 '선장'없이 표류해야 한다.

하지만 여전히 한화 팬들은 '마리한화'를 외친다. 끝까지 포기하지 않는 한화 선수들에게 박수를 보내고 응원한다. 마운드가 일찌감치 무너지며 좀처럼 최상의 경기력을 발휘하지 못하지만 미래가 있기에 희망의 끈을 놓을 수 없다.

◆ "그래도 우리는 위대한 꼴찌" 끝까지 박수보내는 팬

kt와 경기 시작 2시간여전, 한화 선수들을 태운 버스가 경기장 주차장으로 들어왔다. 버스에서 내려 원정 선수단 출입구로 향하는 선수들을 향해 '파이팅'과 '힘내라'는 응원의 외침이 들려온다.

김태균이 들어갈 때는 더욱 함성이 커진다. 국내 선수 가운데 최고인 연봉 16억 원의 선수치고 너무 활약도가 떨어진다는 비난이 있긴 하지만 한화 팬들에게 김태균은 '영원한 오빠'다. 김태균이 타석에 나올 때마다 응원석에서 나오는 응원가도 '오빠라고 불러다오'다.

이름을 밝히기 꺼려한 한 여성 팬은 "주위에서는 몸값도 못하는 4번 타자라고 비아냥거리겠지만 우리에게는 한화의 4번 타자"라며 "타격이 부진하긴 하지만 그 안타까운 심정은 선수가 더할 것이다. 태업을 한다거나 노력을 게을리하는 것은 아니지 않느냐"고 항변했다.

▲ [수원=스포츠Q(큐) 박상현 기자] 한화 팬들이 6일 수원 kt 위즈 파크에서 열린 kt와 2016 KBO리그 원정경기를 위해 들어가는 선수단을 향해 박수를 보내고 있다.

또 다른 팬은 "우리는 위대한 꼴찌"라고 말한다. 비록 아직 10위에 머물러 있지만 올라갈 수 있다는 긍정적인 마인드가 있기 때문에 미래가 밝다고 보는 것이다. 이제 30경기도 치르지 않은 상황에서 벌써 포기해서 되겠느냐는 얘기도 들려온다.

선수들이 경기장에 입장하는 모습을 지켜본 이인석(34) 씨 "솔직히 올 시즌 기대를 많이 걸었고 잘할 줄 알았는데 마음이 아프다"며 "아직 경기가 많이 남아 있으니까 선수들이 반등의 기회를 잡을 것으로 생각한다"고 밝혔다.

몇몇 팬들은 지난 5일 1군 선수단에 합류한 에스밀 로저스에 대한 기대도 건다. 그동안 한화 마운드가 제대로 버티지 못했던 것도 바로 선발진이 제대로 갖춰지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이 때문에 불펜 혹사 논란도 있었다. 이제 로저스가 돌아왔으니 한화도 점점 반격을 할 수 있을 것이라는 믿음이 팽배해있다.

◆ "김성근 감독 퇴진 운동? 진정한 팬 아니라고 생각한다"

최근 한화 팬 분위기는 선수단 못지 않게 뒤숭숭하다. 조금씩 김성근 감독에 대한 퇴진 주장이 고개를 들고 있기 때문이다. 그렇지 않아도 언론에서도 김성근 감독의 불펜 혹사에 가까운 투수 기용에 대해 비판을 쏟아내고 있는데 일부 팬들도 퇴진 운동을 하고 있으니 더욱 마음이 아플 수밖에 없다.

그러나 kt 위즈 파크에서 만난 한화 팬들의 생각은 전혀 달랐다. 이 시점에서 감독 퇴진은 말도 안되며 지금 그 어떠한 지도자가 와도 한화가 더 좋아진다는 보장이 없다는 것이다.

▲ [수원=스포츠Q(큐) 최대성 기자] 한화 팬들이 6일 수원 kt 위즈 파크에서 열린 kt와 2016 KBO리그 원정경기에서 팀이 1-10으로 크게 지고 있음에도 끝까지 자리를 떠나지 않고 끝까지 경기를 지켜보고 있다.

연인과 함께 경기장을 찾은 이항복(33) 씨는 "얼마 전 대전에서 감독 퇴진 시위를 했는데 그들은 진정한 한화 팬이 아니라고 생각한다"며 "계속 꼴찌만 하던 팀이 지난해 5위권 비슷하게 갔더니 팬들의 눈높이가 갑자기 높아져버렸다. 올 시즌은 계속 지켜봐야 한다고 생각한다. 시즌이 끝난 뒤 결과에 대해 평가해도 늦지 않다"고 말했다.

또 로저스가 경기장에서 훈련하는 모습에 한화 팬들은 사진을 찍거나 박수를 치기도 했다. 지난 시즌 '갓저스'라는 별명이 붙었을 정도로 한화의 수호신 역할을 했던 로저스에 대한 기대가 크다는 것을 의미한다.

한화는 이날도 kt에 홈런 3개를 내주며 3-10으로 졌다. 7회말 4실점하면서 1-10까지 뒤지기도 했지만 3루 내야 응원석에 모인 한화 팬들은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응원의 노래를 불렀다. 응원가라기보다 한화 선수들에게 힘을 불어넣은 절규의 메시지처럼 들리기도 했다. 결국 한화 타선은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8회초에 2점을 내며 팬들을 실망시키지 않았다.

김광수 수석코치는 "더 내려갈 곳도 없다. 이제 바닥을 치고 올라갈 일만 남았다"고 말했다. 여전히 희망이 남아있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그렇기에 '마리한화'에 대한 기대는 아직 유효하다.

한화는 kt전 패배로 10개 구단 가운데 가장 먼저 20패(8승)를 기록한 팀이 됐다. 그래도 한화 팬들에게 한화는 여전히 '미우나 고우나 내가 응원하는 팀'이다.

▲ [수원=스포츠Q(큐) 최대성 기자] 한화 팬들이 6일 수원 kt 위즈 파크에서 열린 kt와 2016 KBO리그 원정경기에서 막대 풍선 등 응원도구를 활용하며 열성적인 환호를 보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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