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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즌 마감에도 빛나는 '변명하지 않는 양심' 추신수, 짧지만 굵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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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즌 마감에도 빛나는 '변명하지 않는 양심' 추신수, 짧지만 굵었다
  • 박상현 기자
  • 승인 2014.08.26 17:1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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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임감에 스프링캠프부터 팔꿈치 통증 참고 출전…시즌 도중엔 주루 도중 발목 다쳐

[스포츠Q 박상현 기자] '추추 트레인'이 멈춰섰다. 끝내 2014년 시즌 끝이라는 종착역에 도달하지 못하고 중간에 멈춰섰다.

추신수(32·텍사스 레인저스)가 부상자 명단에 올라 왼쪽 팔꿈치 끝부분에 비정상적으로 돋아난 뼈를 제거하는 수술을 받기로 하면서 올시즌을 쓸쓸하게 중도에 마감했다.

올시즌 추신수는 부상과 통증을 참아가면서 올시즌 대부분의 경기를 뛰었다. 이미 추신수의 통증은 스프링캠프 때부터 시작됐다. 통증이 있었음에도 추신수가 이를 참아내면서 뛸 수밖에 없었던 것은 7년 동안 1300만 달러(1325억원)라는 대형 계약이 '족쇄'로 작용했기 때문이었다.

사실 추신수는 텍사스의 많은 기대를 받으면서 입단했다. 클리블랜드 인디언스와 신시내티 레즈를 통해 출루율과 도루 능력, 홈런을 때려내는 능력까지 모든 것을 갖춘 검증된 톱타자였기 때문이다. 추신수 본인도 대형 계약을 이끌어내면서 야심차게 시즌을 준비했다.

그런데 스프링캠프에서 몸을 만들던 도중 왼쪽 팔꿈치 통증을 호소했다. 타격할 때는 크게 지장이 없었지만 수비할 때마다 약간의 통증이 있었다. 진단 결과 염증으로 밝혀져 적절하게 휴식을 취하면서 개막전에 맞춰 몸을 만들고 컨디션을 끌어올렸다.

그러나 이미 이때부터 돋아난 뼈 때문에 통증이 있었다는 것을 파악했고 시즌이 끝난 뒤 제거하기로 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 시작은 좋았지만 왼쪽 발목 다친 이후 하락세

추신수의 시작은 좋았다. 비록 시즌 초반이긴 하지만 타율이 0.355까지 오르기도 했다. 4월 한달 동안 타율 0.319에 출루율 0.446, 장타율 0.500을 기록했다. 삼진은 22경기에서 고작 19개밖에 되지 않았다.

그러나 4월 22일 오클랜드 어슬레틱스와 경기에서 1루로 달리다가 왼쪽 발목을 다친 것이 화근이 됐다. 이로 인해 추신수는 일주일을 쉬었다.

하락세는 금방 오지 않았다. 5월 시작과 함께 4경기 연속 멀티 히트를 치면서 타율이 0.370까지 치솟았다. 출루율은 0.500까지 올라갔다. 대형 계약이 전혀 아깝지 않다는 평가도 나왔다.

그러나 5월 8일 콜로라도전에서 4타수 무안타를 기록한 뒤 타율은 계속 떨어지기만 했다. 5월 7일 당시 0.370이던 타율은 불과 20여만에 0.289까지 떨어졌고 6월 7일에는 0.276까지 내려갔다. 단 한달만에 타율 1할을 까먹었다.

추신수의 성적이 급격하게 떨어짐과 동시에 삼진은 크게 늘어났다. 5월과 6월에 삼진이 26개씩이었고 7월에는 30개로 늘어났다. 6월 한달동안 월간 타율도 0.179로 최악이었다.

이번달은 더했다. 월간타율은 0.238로 다소 나아졌지만 삼진은 아직 한달을 모두 채우지 않았음에도 29개나 당했다. 지난 3일부터 15일까지 12경기 연속 삼진을 기록했다.

◆ 필더까지 부상 이탈, 팀내 보루로 분전

추신수가 시즌 도중 수술을 결정하면서까지 계속 버텼던 것은 자신까지 빠질 경우 텍사스가 모래성처럼 허물어질 것을 염려했기 때문이다.

텍사스는 타선을 보강하면서 추신수와 프린스 필더(30)를 야심차게 데려왔다. 필더는 2005년 밀워키를 통해 메이저리그에 데뷔한 뒤 풀타임 첫 시즌인 2006년부터 지난해까지 25개 홈런 이상을 쳐낸 강타자다. 지난 시즌까지 모두 285개의 홈런을 날린 거포다.

텍사스가 추신수와 필더를 동시에 영입한 것은 출루율이 높은 추신수가 앞에서 뚫어주면 애드리언 벨트레(37)와 필더 등 강타선들이 홈런이나 장타 등으로 점수를 불러들이고자 함이었다.

하지만 필더가 5월 목 수술을 받으면서 전력에서 완전히 이탈하면서 믿을 수 있는 선수는 추신수밖에 없었다. 필더는 현재 야구와 관련한 그 어떤 행동도 하지 못할 정도로 치료와 재활에만 전념하고 있다. 내년 복귀를 기대하고 있지만 정확한 복귀 시점을 잡기 힘들다.

여기에 케빈 쿠즈마노프와 미치 모어랜드 등도 각각 등과 발목 수술을 받고 재활 중이다. 쿠즈마노프도 아직까지 복귀 시점을 말하기 힘들고 모어랜드 역시 내년을 바라봐야 한다. 현재 텍사스가 포스트시즌 진출에 사실상 불가능해졌다는 점을 생각하면 이들의 복귀도 내년 시즌이 되어야 한다.

이 때문에 그래도 부상 정도가 가장 가벼운(?) 추신수가 계속 타선을 지켜줄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정상적인 컨디션이 아닌 상태에서 제대로 쉬지 못하고 뛰다 보니 성적은 계속 떨어지기만 했다. 바닥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무한 추락만 이어졌다.

설상가상으로 주심의 들쭉날쭉한 스트라이크 판정은 추신수를 더욱 힘들게 했다. 유독 추신수의 타석 때만 볼이 스트라이크로 파정되는 경우가 잦았다. 이런 상황이 계속 되면서 추신수는 자기 스윙을 하지 못하고 삼진만 늘어갔다.

◆ 끝까지 책임감 다한 추신수, 비난보다는 격려

지역 언론인 댈러스 모닝 뉴스는 "텍사스에게 좋은 소식이 들려왔다. 추신수가 시즌을 마감했다"고 보도했다. 어떻게 보면 비꼬는 말투로 보일 수 있지만 기사에 "비꼬는 것이 결코 아니다(That is not sarcasm)"라고 별도로 말을 달았다.

이 신문은 "추신수가 왼쪽 팔꿈치 수술을 하게 됨으로써 텍사스에서 첫 시즌이 부진했던 것이 설명이 된다. 또 발목 부상 역시 부진의 큰 이유"라고 설명했다.

또 댈러스 모닝 뉴스는 "공격에서 생산적인 역할을 하는 추신수와 필더는 자전거의 두 바퀴와 같아서 기회를 만들어내고 점수를 내는데 큰 역할을 하는 열쇠"라며 "추신수까지 빠짐으로써 추신수와 필더를 영입했을 때 예상했던 기대가 최소한의 이유가 있었음이 증명된 셈"이라고 밝혔다.

추신수와 필더가 부상으로 컨디션이 좋지 않았기 때문에 텍사스가 성적이 나빠졌을 뿐이지, 이들이 결코 '먹튀'가 아니라는 평가와 분석이다.

존 다니엘스 텍사스 단장도 이 신문과 인터뷰에서 "추신수는 팔꿈치와 발목 염좌로 올 시즌 고생했다"며 "추신수는 양심적이고 배려심이 있는 선수다"라고 평가했다.

론 워싱턴 감독 역시 "추신수는 부상이 있었지만 결코 변명하지 않았다"며 "시즌 초 발목 부상이 좋지 않았다고 생각한다. 내리막세를 탄 이후 멈출 수가 없었다"며 "추신수는 그 누구에게도 불평하지 않았다. 추신수가 앞으로 더 성공적인 모습을 보여줄 것이라 믿는다"고 아꼈다.

추신수는 2010년 광저우 아시안게임에서 금메달을 따낸 뒤 공교롭게도 2011년에 옆구리 부상 등으로 고작 85경기밖에 소화하지 못하고 일찌감치 시즌을 마감한 전력이 있다. 당시 타율도 0.259로 부진했다. 광저우 아시안게임을 치르느라 제대로 휴식을 취하지 못한 탓이었다.

결국 추신수가 앞으로 남은 6년을 텍사스에서 제대로 보내려면 부상이라는 변수를 피하기 위해서라도 컨디션 조절을 잘하고 몸 관리를 잘해야 한다는 교훈을 얻었다. 이번 시즌은 면죄부를 얻었지만 그것이 계속 이어질리가 없다.

그렇다면 추신수의 다음 시즌 목표는 건강한 모습으로 계속 최선을 다해 명예를 회복하는 것 하나 뿐이다.

tankpark@sportsq.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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