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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배우 강동원 '판타지 외모, 리얼한 내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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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배우 강동원 '판타지 외모, 리얼한 내면'
  • 용원중 기자
  • 승인 2014.09.03 11:4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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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Q 글 용원중기자·사진 이상민기자] 배우 강동원(33)이 지그재그 행보를 보이고 있다. 지난 7월 액션활극 ‘군도’에서 국내 영화사상 가장 아름다운 악역 조윤을 연기한데 이어 ‘두근두근 내 인생’(3일 개봉)에선 세상에서 가장 어린 아빠 대수를 소화했다. 잰걸음으로 스크린을 줄달음치는 그를 만났다. 네이비 블루 싱글수트와 비대칭 카키색 머플러가 런웨이에 선 모델 포스를 풍겼다.

 

김애란 작가의 베스트셀러 소설을 영화화한 ‘두근두근 내 인생’은 선천성 조로증에 걸려 열 여섯에 80세의 신체나이를 지닌 한 소년의 이야기다. 소년의 아버지 대수는 태권도 유망주이던 열일곱에 아이를 가져 불과 서른셋의 나이에 열 여섯살 아들 아름의 아버지가 된 인물이다. 아들 바보인 그는 걸그룹에 열광하고, 아들의 게임기를 탐내는 철부지 아빠지만 택시 운전에 각종 아르바이트로 생계와 아들의 병원비를 책임지는 든든한 가장이다.

- 극중 고교생 시절의 과거 신이 밝고 재밌다. 상고머리에 찡그린 표정연기 등 코믹연기 톤이 아주 자연스러웠다.

▲ 과거 신은 이 영화를 특별하게 만들어주기에 뭉클하고 유쾌하게 표현하고 싶었다. 10대의 모습은 최대한 밝게 연기했다. 판타지 성향이 강하므로 만화 캐릭터처럼 연기하면 재미가 풍부해지지 않을까 싶었다. 말투는 빨리 했고, 진한 경북 사투리를 구사했다. 부산 출신이라 억양을 계속 교정받으며 연습했다. 헷갈리더라(웃음). 마지막 고교생 영화가 될 것 같다. 10년 전 ‘늑대의 유혹’ 때보다 더 색다른 느낌이 들었다. 현재인 30대 시절은 서울생활을 오래 했기에 애매모호한 사투리를 사용했다. 두 시절을 다른 톤으로 연기하려고 노력했다.

 

- 싱글 남자로써 아버지 역할을 연기하는데 이질감은 없었나?

▲ 내 친구들은 5~6세의 아이들을 둔 부모가 많다. 나의 경우 중3짜리 아이를 키운 건데 친구같이 연기했다. 아름이는 의젓한 아이, 대수는 철없는 아빠 설정이라 잘 매치가 됐다. 대수는 피뽑는 부업 등 각종 알바를 전전하며 아이를 키운다. 가장이라면 당연한 행동이다. 대수 역시 힘들어하기보다 가족을 위해 그러는 거니 행복하게 여겼을 거다.

- 영화는 특별한 가족 이야기다. 영화를 찍으며 느낀 게 많았을 것 같다.

▲ 부모님 생각이 가장 많이 났다. 나를 키우면서 얼마나 힘드셨을까. 그나마 아름이와 달리 난 건강했으니까. 그런 식으로 자위한다.

- 이 작품을 선택한 이유는 무언가.

▲ 무조건 시나리오의 완성도와 감독을 본다. 시나리오를 보니 자신감이 밀려들었다. 또 이재용 감독의 전작들에 대한 믿음이 있었다. 개인적 친분도 있었는데 시나리오를 보고 글을 참 잘 쓰는 감독이구나란 확신이 들었다.

- 공지영 작가의 ‘우리들의 행복한 시간’ 이후 두 번째 소설 원작 영화 출연이다. 미리 원작을 읽어보나?

▲ ‘우행시’ 때는 이유가 있어서 읽어봤으나 이번엔 읽지 않았다. 시나리오의 논리와 기승전결이 완벽하면 굳이 읽을 필요가 없다고 여긴다. 연기할 때 정보가 너무 많으면 오히려 방해가 된다. 생각이 너무 많아지니까 ‘이 신은 중요한데 왜 넣지를 않았지?’ 등의 생각이 들기도 한다.

 

- ‘군도’의 조윤과 비교했을 때 대수 캐릭터는 어떤가. 또 조윤으로 드라마틱하게 살다가 대수의 일상성을 연기하기가 힘들진 않았나.

▲ ‘군도’ 촬영을 끝내고 2개월가량의 여유가 있었다. 그 동안 몸무게 10kg을 늘렸다. 조윤이 판타지 느낌이 강했다면 대수는 현실적인 인물이다. 연기하기 편한 건 현실적 캐릭터다. 초능력자는 우리가 현실세계에서 볼 수 없지만 대수같은 인물은 어디선가 봤을 법한 사람이잖나. 그리고 난 ‘슛!’ “컷!” 사인이 나오면 바로 캐릭터에서 빠져 나온다. 메소드 연기가 안 되는 배우다.

- ‘군도’가 예상보다 저조한 흥행을 거뒀다. 아쉬움은 없는지.

▲ 아쉽다. 실패한 영화가 아닌데 ‘실패했다’는 말이 나와서 아쉽다. 이 정도 사이즈로, 이 정도의 모험적인 영화를 찍었다는데 만족한다. 오랜만의 컴백작이었는데 내 연기를 비롯해 이런저런 면에서는 만족할만하진 않았다.

- 성격이 대수와 비슷한가? 당신은 보통의 배우들과 달리 감정이나 표현을 가리질 않는다.

▲ 장난기 많고 무모하리만치 낙천적인 점은 비슷하다. 일할 때만 예민하다. 음...나에 대한 좋은 얘기와 안 좋은 얘기를 마음속에 다 담아놓는다. 하하. 근거 없는 비난이면 상대에게 같이 욕한다. 반면 종합해서 ‘이건 비난이 아닌 비판이다’라고 판단하면 수용해서 바꾸려 노력한다.

 

- ‘두근두근 내 인생’은 아버지와 아들의 이야기일 수도 있고, 알 수 없는 신비로 가득한 인생에 대한 이야기일 수도 있다. 당신에게 이 작품은 어떤 이야기인가.

▲ 가족과 부모의 희생에 대한 이야기로 읽었다. 또 청춘에 관한 이야기이기도 하다. 찬란하게 빛났던 17세의 모습과 어느덧 부모가 된 모습이 나오지 않나. 지금 와서 많은 생각이 든다. 20대에 난 일만 했다. 열 세 작품을 했으니까 너무 많이 했다. 쉰 적이 없었다. 대중이 공백기라고 여길 때도 어떤 작품을 위해 이것저것 배우면서 지냈다. 추억도 모두 일과 관련한 것들이다. ‘이때 해외촬영가서 이렇게 일했지!’ 식이다. 물론 누릴 건 다 누렸지만. 20대를 열심히 산 점은 뿌듯하고 학창시절을 제대로 즐기지 못한 점은 아쉽다.

- 촬영하면서 힘들었던 지점은 어디인가.

▲ 아름이의 병세가 악화돼 힘들어질 때 몰입하기가 힘들었다. 감정의 깊이가 크니까. 또 아들이 있어 본 적도, 아파본 적도 없으니까 더욱 어려웠던 것 같다. 짠했던 장면은 대수가 17년 만에 아버지(김갑수)와 재회하는 장면이다. 원래 부자지간에는 말이 없지 않나. 침묵이 흐르는 가운데 감정이 응축된 모습이 울컥하게 만들더라. 내게 있어 아버지는 ‘무조건 고마운 사람’이다. 가족을 소중하게 생각하는 분이다.

- 일과 가정의 비중을 어떻게 두나.

▲ 내게 제일 중요한 건 일과 가정이다. 오히려 사적인 부분(가정)에 더 비중을 둔다. 내실을 다져야 밖에서 일을 잘 할 수 있으니까.

 

- ‘두근두근 내 인생’에서의 연기에 만족하나.

▲ 이번 연기에 만족한다. 릴렉스된 상태에서 촬영에 들어갔고 바삐 찍으면서 최대한 감정을 끌어냈다. 최선을 다했다. 슬픔을 작위적으로 만들어내진 않았다. 밝게 해야 슬픔이 쌓여 나중에 더 슬퍼질 거라 여겼다. 아내 미라(송혜교)와 아름이(조성목)가 탄탄하게 중심을 잡아줘서 난 그 안에서 마음껏 놀았다. 그게 내 롤이었다.

- 파트너 송혜교와의 호흡은 어땠나.

▲ 워낙 친분이 있으니까 호흡을 위한 노력이 불필요했다. 혜교씨는 내게 “오빠, (대수와 캐릭터가 비슷하니) 있는대로 연기해라”고 조언했고, 난 “조금은 과장되게 해도 괜찮지 않겠니”라고 말했다. 고교시절 가수를 꿈꿨던 미라가 서른셋의 엄마가 돼 TV에 나오는 걸그룹 태티서를 보고 생각에 잠기는 장면에서 너무 슬펐다. 과거 미라의 꿈, 고단한 현실, 살아온 역정을 되돌아보는 복잡한 감정이 고스란히 느껴져 짠했다.

- 계곡 수영장면에서 노출이 있더라. 작품 속 노출에 대한 생각이 궁금하다.

▲ 상업적으로 이용되거나, 맥락에 맞지 않으면 단호히 거절한다. 관객이 낯설어하지 않는 범위 내에선 얼마든지 가능하다. 원래 그 장면은 다이빙하는 걸로 돼 있었는데 ‘빠샤~!’라는 함성과 함께 발차기를 하면서 뛰어들고, 팬티를 벗어던지면 재밌겠다 싶어서 내가 제안했다.

 

- 요즘 모델 출신 연기자들이 매우 많다. 후배들에게 조언을 해준다면.

▲ 과거엔 모델 출신 배우에 대해 ‘키와 얼굴만 믿고 연기한다’ ‘연기를 못한다’는 안 좋은 시선, 편견이 있었다. 실제 못했던 분들이 많았고. 요즘은 모델링 경험을 큰 장점으로 받아들여주는 분위기라 좋다. 시작 단계에 있다면 심리적으로 불안할 거다. 조언을 해준다면 준비를 철저히 하라는 거다. 과거에 나를 돌이켜보면 늘 믿음을 가졌던 것 같다. ‘언젠가 내게도 기회가 올 거고, 준비를 해놔야 한다’는 생각에 아무리 피곤해도 연기수업에 빠지는 법이 없었다.

[취재후기] 재고 가리는 법 없이 생각나는 대로 말하는 스타일이다. 저러다 구설수에 오르지 않을까, 오히려 걱정이 될 정도다. 외모는 판타지인데 성격은 리얼 그 자체다. 지난 10년 동안 드라마 출연작이 없기에 “드라마는 안 할 거냐”고 묻자 “예전에 공개석상에서 '드라마는 하고 싶지 않다. 영화만 하겠다'고 선언한 적이 있어서 그 이후 제의를 받은 적이 없다”고 대답했다. 으이구~. 다행히 그 결심이 지금은 바뀌었다고 한다.

goolis@sportsq.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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