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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두영의 그곳에 가고싶다] 평창 웰컴투동막골 촬영지 "막살아도 좋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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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두영의 그곳에 가고싶다] 평창 웰컴투동막골 촬영지 "막살아도 좋아"
  • 이두영 편집위원
  • 승인 2016.06.09 09: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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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속 주민들의 질박한 일상은 자연을 닮아

평창읍내에서 10여km 떨어져 있어

[스포츠Q 이두영 편집위원] 800만 관객의 가슴을 감동으로 적신 영화 ‘웰컴투동막골’. 개봉된 지 10년이 넘었지만 영화가 남긴 인간애와 평화의 메시지는 아직도 뇌리에 선연합니다. 머리에 꽃을 꽂고 다니는 무공해 소녀 역의 강혜정을 비롯해 까칠한 국군장교 신하균, 인민군 장교 정재영, 인민군 하사 역의 임하룡, 인민군 소년병으로 나온 류덕환 등 스타들의 열연 덕분에 이 영화는 불후의 명작으로 자리매김 했습니다. 나비가 나는 것을 메타포로 한 독특한 영상미학은 인간존재의 근원을 생각하게 합니다. 긴장을 풀어버리는 일본 출신 작곡가 히사이시 조의 음악은 관객을 대립과 경쟁이 없는 초월적 시공간으로 안내합니다.

▲ 영화 '웰컴투동막골' 촬영세트장
▲ 웰컴투동막골에서 순진무구한 소녀를 연기한 배우 강혜정.
▲ 영화 속의 동막골.
▲ 웰컴투동막골에서 국군과 인민군이 주민들을 사이에 두고 대치한 장면.

‘호국보훈의 달(6월)’이 아니라 언제든 다시 봐도 흥미로운 명작영화 웰컴투동막골. 아마 이 작품에서 가장 오랫동안 화면을 채운 공간은 산간 오지인 강원도 평창군 미탄면 율치리 세트장일 것입니다. 세트장은 깊은 산중에 위치한 자그마한 부락으로 꾸며졌습니다. 동네라고 하기엔 너무 작은 공간이지요. 너와집과 굴피집 각 4채를 비롯해 창고, 닭장 등 느긋한 오지 분위기를 물씬 풍기는 시설들이 너른 마당을 중심으로 배치돼 있습니다. 너와는 적송(빛깔이 붉은 소나무)등을 켜서 만든 널빤지이며, 굴피는 참나무 껍질입니다. 둘 다 강원도 산간에서 지붕을 이는 데 쓰이는 천연 재료들입니다.

작품 속 ‘동막골’은 실제 지명이 아닙니다. 태백산맥 어딘가에 있으며, 군인들 발길이 도저히 미치지 않을 곳으로 가정된, 일종의 피안과 같은 공간입니다. 영화에서는 ‘아이들처럼 막 살아라’라는 의미에서 동막골이라 했습니다. 숲의 품에 안긴 평창 웰컴투동막골 촬영지는 흰 구름과 꽃향기를 벗 삼아 세상을 잊고 유유자적하기 좋은 장소입니다. 실제로 촬영 세트장에 들어서면 샹그릴라, 동천에 대한 아련한 향수가 느껴집니다. 아무 걱정 없이 막살아도 좋을 곳을 영국 소설가 제임스 힐턴은 샹그릴라로 묘사했습니다. 도가에서는 신선이 머무는 별천지를 동천이라고 했습니다. 숲이 울창하고 물이 흐르고 꽃과 열매가 있는 ‘스트레스 제로 지대’가 동막골입니다.

▲ 웰컴투동막골 촬영세트 전경.
▲ 영화에서 인민군(임하룡)에게 국군(서재경)이 형이라 부르며 우애를 쌓던 방.
▲ 굴피로 이은 지붕과 하얗게 핀 산딸나무꽃.

이 작품의 시간적 배경은 인천상륙작전이 진행되며 6.25 전쟁이 막바지에 다다르던 때입니다. 추락한 연합군 전투기 조종사 스미스, 탈영한 국군 2명, 산간에 고립돼 평양 복귀가 난망한 인민군 3명 등 군인 6명은 우연히 동막골에서 맞닥뜨립니다. 이들은 처음에 극도의 갈등을 보이며 대치하지만 총과 수류탄이 뭔지도 모르는 주민들의 순수한 마음과 환대에 서서히 이념의 벽을 허물고 암묵적인 동지가 됩니다. 한편 스미스 구하기에 혈안이 돼 있던 연합군은 동막골에 ‘인민군 대공기지’가 있는 것으로 오판하고 폭격기를 동원해 대대적인 공습을 하지요. 그러나 정재영, 임하룡, 신하균 등은 죽음으로써 동막골을 지켜냅니다.

웰컴투동막골 촬영지는 작품 자체를 떠나 몇 시간 동안 삼림욕을 즐긴다는 생각으로 가도 좋은 여행지입니다. 이 일대는 청옥산(1,257m)을 비롯한 백두대간 줄기의 높은 산들이 늘어서 있습니다. 자동차로 평창 읍내에서 10여km를 달려 율치리로 들어가면 일주문을 닮은 높은 문이 마을 입구에 서 있고, 이어 산자락으로 깊숙이 파고들면 주차를 위한 빈터와 함께 웰컴투동막골촬영지 안내판이 반깁니다. 적막한 산길을 따라 5분 정도 들어가면 세트장에 다다릅니다.

▲ 세트장 입구(왼쪽), 찬바람이 나오는 바람굴(오른쪽 위), 향토색 정취를 발산하는 산딸기.

산길에는 야생 산딸기가 지천으로 익어갑니다. 명도 높은 신록과 청아한 새소리는 방문객의 눈과 귀를 맑게 합니다. 영화에 등장했던 거대한 정자나무는 실제 수목이 아니라 인공구조물이었기에 철거됐지만 그 밖의 시설들은 거의 그대로 남아 있습니다. 국군과 인민군들이 주민들을 평상에 올려놓고 총을 들고 밤샘대치 하던 장면을 떠올려 보며 구석구석을 둘러보면 시간 가는 줄 모릅니다. 입장료, 주차료가 없으며, 언제든 자유로이 둘러볼 수 있는 마음의 쉼터가 이곳 동막골입니다.

* 웰컴투동막골 제작진은 전쟁이라는 극단 상황을 배경으로 인간의 내면에 존재하는 순수를 표한하기 위해 전국 각지의 눈부신 풍광을 찾아냈고 이를 각고의 노력 끝에 몽환적인 화면으로 옮기는 데 성공한 것으로 보입니다. 극중에서 동막골 주민들은 2년여 동안이나 전쟁이 난 줄을 몰랐고, 인민군이 치켜든 총부리나 수류탄이 무엇에 쓰이는 물건인지도 몰랐습니다. 그들의 심성은 액자 속 풍경화와 같은 화면들을 통해 관객들에게 넉넉히 전달됐습니다.

이 영화는 통치자의 도리를 은연중에 상기시켜 눈길을 끕니다. 인민군 장교(정재영)가 “고함 한번 지르지 않고 부락민을 통솔하는 영도력의 비결은 뭡네까?”라고 촌장에게 묻자 촌장은 주저 없이 답합니다. “(주민들에게) 뭐를 많이 먹여야지 뭐.” 역시 민생고 해결은 지도자의 가장 큰 임무인가 봅니다.

한편 웰컴투동막골은 율치리 세트장 외에 평창 ‘대관령 하늘목장’, 전북 고창 청보리밭, 전남 해남 대흥사 등지에서도 촬영됐습니다. 평창 세트장은 평창, 영월, 정선 등지를 여행할 때 서너시간 짬을 내어 들르면 좋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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