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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Q이슈] 정근우는 막고 김강민-류제국은 붙고, '캡틴의 품격'에서 달라진 두 벤치클리어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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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Q이슈] 정근우는 막고 김강민-류제국은 붙고, '캡틴의 품격'에서 달라진 두 벤치클리어링
  • 박상현 기자
  • 승인 2016.06.22 09:5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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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 류제국-SK 김강민 빈볼 시비에 주먹질…한화 정근우는 보복성 플레이에도 자제 촉구

[스포츠Q(큐) 박상현 기자] 야구에서 벤치 클리어링은 언제라도 일어나기 마련이다. 벤치 클리어링은 종종 사소한 오해에서 비롯된다. 그러나 이를 어떻게 대처하느냐에 따라 결과는 확연히 달라진다.

21일 인천과 마산에서 벤치 클리어링이 차례로 발생했지만 결과는 180도 달랐다. 팀 동료를 이끄는 리더십을 발휘하는 주장의 태도에서 차이가 확연하게 드러났다.

이날 인천 SK드림구장에서 벌어진 2016 타이어뱅크 KBO리그 맞대결에서 LG 류제국과 SK 김강민이 몸에 맞는 공 시비를 놓고 주먹질을 하면서 촉발된 벤치 클리어링은 양 팀 주장인 이들은 물론 팀에도 큰 생채기를 남겼다.

그러나 한화 정근우는 창원 마산구장에서 열린 NC와 원정경기에서 벤치클리어링 이후 몸에 맞는 공으로 출루하면서 2차 불상사를 막기 위해 동료들을 진정시키고 상대팀 선수의 사과까지 받아내는 '대인배' 같은 행동으로 자신의 명예도 지키고 팀도 살렸다.

▲ SK 김강민과 LG 류제국 간에 시비가 붙자 양팀 선수단이 모두 달려나와 두 선수를 말리고 있다. [사진=MBC스포츠플러스 중계화면 캡처]

◆ 의도치 않은 류제국의 몸에 맞는 공, 김강민과 오해로 확전

LG와 SK의 주장인 류제국과 김강민이 일으킨 벤치 클리어링은 매우 사소한데서 시작됐다. 류제국이 5회말 선두타자 김강민에게 던진 공이 몸에 맞았다. 여기까지는 일상적인 몸에 맞는 공이었다. 제구가 잠시 흔들리면 그럴 수도 있다.

그러나 류제국과 김강민이 서로 쳐다본 것이 화근이 됐다. 서로 "왜? 왜"라며 실랑이를 벌였고 김강민이 마운드로 달려가 류제국에게 주먹을 휘두르면서 싸움이 시작됐다. 결국 류제국과 김강민 모두 주심으로부터 퇴장 명령을 받으면서 끝내 모두 패배자가 되고 말았다.

류제국으로서는 김강민에게 빈볼을 던져 싸움을 일으킬 필요가 없었다. 비록 3회말 김강민에게 2점 홈런을 허용하긴 했지만 그것이 류제국이 빈볼을 던질 이유가 되진 않는다. LG가 7-4로 앞선 5회말이었기 때문에 류제국이 1이닝만 더 버티면 승리투수 요건을 갖출 수가 있었다.

그렇다고 김강민에게 잘못이 있다는 것은 아니다. 김강민도 몸에 맞는 공 뒤 그대로 출루하려고 했다. 하지만 서로 쳐다본 것이 심기를 건드렸고 결국 주먹질의 화근이 됐다. 김강민으로서도 주먹질을 통해 퇴장을 자초할 이유가 없었다. 팀의 주장이자 3번 타자가 빠져나간다는 것은 큰 손실이다.

팀의 주장임을 망각한 대가는 너무나 컸다. 류제국은 승리투수가 되지 못한 것을 넘어서 이후 5명의 투수를 더 소진하는 결과를 가져왔다. LG가 이기긴 했지만 봉중근, 최동환, 진해수, 신승현에 임정우까지 마운드에 내보낸 것은 분명 마운드 손실이다.

SK 중심타선에 배치된 김강민도 퇴장의 길을 선택함으로써 타선의 약화를 불러왔다. 김강민 대신 나선 이명기는 7, 9회초 모두 범타에 그치면서 타선에서 힘을 보태지 못했다.

또 이들은 KBO로부터 추가 징계도 예상된다. KBO의 벌칙 내규에 따르면 '감독, 코치 또는 선수가 빈볼과 폭행 등의 스포츠 정신을 위배하는 행위로 퇴장당했을 때 유소년 야구 봉사활동과 제재금 300만 원 이하, 출장정지 10경기 이하의 제재를 받게 된다'고 돼 있다. 치열한 중위권 경쟁이 벌어지고 있는 상황에서 두 주장의 결장은 팀에 큰 타격이다.

▲ 한화 정근우는 NC와 경기에서 보복성 몸에 맞는 공으로 출루하고도 팀 동료들을 진정시키는 주장의 리더십을 보여주며 2차 벤치 클리어링을 막아내고 팀의 승리도 이끌었다. [사진=스포츠Q(큐) DB]

◆ 주장 품격 보여준 정근우, 팀도 이기고 화해도 이끌어낸 진정한 승자

정근우는 자신이 스스로 싸움을 막음으로써 진정한 승자가 됐다. 팀 동료들을 진정시키면서 15연승을 달리던 NC도 꺾는데 앞장섰고 상대 선수와 화해도 이끌어냈다. 이야말로 진정한 승자다.

한화와 NC의 벤치 클리어링도 시작은 사소한 오해였다. 한화 선발 송은범이 6회말 2사후 박석민에게 등 뒤로 가는 공을 던지면서 발생됐다. 박석민이 송은범으로 향하고 양팀 선수들이 달려나왔지만 몸싸움 일보 직전에서 벤치 클리어링은 큰 문제 없이 끝났고 퇴장 선수도 발생하지 않았다.

이후 대처에서 캡틴 정근우의 리더십이 빛났다.

NC 투수 최금강이 7회초 1사후 정근우에게 몸에 맞는 공을 허용했다. 정근우가 한화의 주장으로서 갖는 위치가 있었기 때문에 누가 봐도 빈볼로 의심하기에 충분했다. 하지만 정근우는 아랑곳하지 않고 묵묵하게 1루로 걸어나갔다. 한화 선수들이 벤치 클리어링에 대비해 움찔했을 때도 정근우는 진정하라는 손짓을 보냈다.

정근우는 7회초가 끝난 뒤 공수 교대 시간에도 송은범에게 다가가 "보복성 사구를 하지 말라"고 충고했다. 경기 중 흥분했을 송은범도 정근우의 한마디에 마음을 추스리고 7회초 1사를 잡은 뒤 마운드를 내려갔다. 결국 송은범은 6⅓이닝 2실점 호투로 승리투수가 됐다.

훈훈한 장면은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정근우는 9회초 3루를 밟은 뒤 NC 3루수 박석민과 얘기를 나누면서 미소를 지었다. 벤치 클리어링의 당사자인 박석민도 정근우를 향해 환한 미소를 지었다. 명백한 화해의 제스처였다.

정근우 역시 한번 발끈하면 화를 참지 못하는 경우가 있다. 정근우는 2014년 LG전에서 정찬헌에게 두번 연속 몸에 맞는 공으로 흥분하면서 벤치 클리어링을 촉발시키기도 했다. 그러나 독수리 캡틴이 된 정근우는 자신보다 팀의 승리를 먼저 생각하는 자세로 2차 벤치 클리어링을 막았고 팀도 승리로 이끌었다. NC의 16연승을 저지하는 꼴찌의 빛나는 승리는 정근우의 냉정함도 한몫했다. LG와 SK의 경기처럼 퇴장 선수도 발생하지 않았고 화해로 훈훈하게 마무리됐다.

LG와 SK의 주장은 주먹다짐을 벌였고 한화 주장은 벤치 클리어링을 막는 리더십을 보여줬다. 인천과 마산에서 벌어진 벤치 클리어링이 같으면서도 서로 다른 결과를 낼 수 있었던 것은 '캡틴의 품격'에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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