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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유미의 AG 약속, 스승 영전에 바칠 '첫 레슬링 금메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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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유미의 AG 약속, 스승 영전에 바칠 '첫 레슬링 금메달'
  • 이세영 기자
  • 승인 2014.09.13 09:4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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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일본 강세지만 최근 국제대회 선전으로 깜짝 금메달 기대

[태릉=스포츠Q 이세영 기자] “돌아가신 감독님 영전에 꼭 금메달을 바치겠습니다.”

울음 섞인 목소리에서 세상을 떠난 스승을 향한 그리움과 남다른 각오가 묻어나왔다. 한국 여자 레슬링의 에이스 이유미(27·칠곡군청)가 한국 여자 레슬링 사상 첫 아시안게임 금메달에 도전한다.

이유미는 지난 11일 서울 태릉선수촌에서 2014 인천 아시안게임의 영광을 향해 막바지 구슬땀을 흘리고 있었다.

이유미는 올해 초 믿어지지 않는 일을 겪었다. 여자 레슬링 대표팀을 이끌던 김의곤 감독이 2월 15일 선수들을 지도하다가 태릉선수촌에서 갑자기 쓰러져 세상을 떠난 것이다.

▲ 이유미(왼쪽)가 11일 태릉선수촌 필승관에서 공을 이용한 훈련을 실시하고 있다. [사진=스포츠Q DB]

당시에도 태릉에서 훈련에 집중하고 있었던 이유미는 긴박했던 상황을 이렇게 떠올렸다.

“다들 개인운동을 하고 있었는데 갑자기 감독님께서 쓰러지셨어요. 제가 119에 신고하면서 소리 질렀던 기억이 나네요. 선수들이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모를 정도로 충격이 컸어요.”

이유미는 잊기 힘든 아픔을 뒤로하고 다시 매트를 굴렀다. 신체적, 정신적인 고통을 이겨낸 그는 8일 뒤 2차 선발을 통해 레슬링 대표팀에 발탁됐고, 이번 아시안게임에서 여자 48㎏급 자유형에 출전한다.

“국가대표가 되고 나서 선수들끼리 ‘돌아가신 감독님을 위해서라도 이번에 꼭 금메달을 따자’고 약속했어요. 감독님이 하늘에서 지켜보고 계실 거라 믿어요.”

한국 여자 레슬링은 역대 아시안게임에서 은메달 3개, 동메달 2개만을 땄다. 중국과 일본의 강세가 두드러지지만 첫 금메달을 딸 선수로 기대되는 기대주가 바로 이유미다.

▲ 이유미(왼쪽)와 김경은이 타이어를 이용한 훈련을 소화하고 있다. 타이어 훈련은 근력과 순발력, 지구력을 모두 기르기에 안성맞춤이다. [사진=스포츠Q DB]

이유미는 남들보다 늦게 레슬링을 시작했다. 중·고교시절 육상 선수로 활약했던 이유미는 대구 경일여고 3학년 때 레슬링으로 전향했다. 대학에 가기 위해 입시 체육으로 시작한 것이 인연이 됐다. 이후 강원대로 진학한 그는 2007년 휴학과 함께 칠곡군청팀에 입단했다.

비록 레슬러로서 시작은 늦었지만 이유미는 육상으로 다져진 순발력을 레슬링 기술에 접목시키며 승승장구해오고 있다.

사이드 발목 태클이 주무기인 이유미는 2011년까지 전국체전 3연패를 달성하며 국내무대를 평정한 뒤 2012년과 올해 아시아선수권대회에서 각각 2위와 3위에 올라 아시아 정상권에 진입했다.

선수들의 훈련 파트너로 시작하며 패배를 거듭했지만, 끝까지 포기하지 않은 끈기가 지금의 이유미를 만들었다. 그는 “처음에 계속 지다보니 오기가 생기더라”며 “아무리 연습경기라고 해도 상대를 이기고 싶다는 마음이 강했다. 이기려고 노력하다보니 실력이 향상된 것 같다”고 말했다.

올해 스물일곱. 레슬러로서 적지 않은 나이지만 패기는 신인선수 못지않다. 이유미는 “경기가 끝나고 시상대에 올라서는 장면을 자주 상상한다”며 마지막이 될지도 모를 아시안게임에서 필승을 다짐했다.

syl015@sportsq.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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