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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Q현장] 신태용 감독 '수평 리더십', 올림픽전사들 긍정을 깨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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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Q현장] 신태용 감독 '수평 리더십', 올림픽전사들 긍정을 깨우다
  • 박상현 기자
  • 승인 2016.07.05 19:0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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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가가기 힘들었던 선수들과 이젠 장난치며 화기애애…긍정-희생까지 3대 리더십으로 '원팀' 만들기

[파주=스포츠Q(큐) 박상현 기자] "신태용 감독님은 김구라 같아요." 류승우(바이어 레버쿠젠)의 예상치 못한 한마디에 취재진들이 그야말로 '빵' 터졌다. 류승우 말고도 박동진(광주FC)은 '욕쟁이 할머니'라고 했고 문창진(포항)은 '깡패'라고까지 했다.

감독과 선수가 수직적인 한국 문화에서 생각하기 힘든 반응이다. 신태용 감독을 편하게 생각하고 대하고 있다는 증거다. 한국 올림픽축구대표팀의 화기애애한 분위기는 신태용 감독의 작품이다.

올림픽 대표팀이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을 30일 앞둔 5일 오후 경기도 파주 대표팀 트레이닝센터(NFC)에서 미디어데이를 열고 선전을 다짐했다.

▲ [파주=스포츠Q(큐) 최대성 기자] 신태용 한국 올림픽축구대표팀 감독이 5일 경기도 파주 NFC에서 열린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 D-30 미디어데이 행사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이날 미디어데이에는 신태용 감독 등 코칭스태프를 비롯해 장현수(광저우 푸리), 석현준(FC포르투), 황희찬(잘츠부르크), 손흥민(토트넘 핫스퍼) 등을 제외한 올림픽대표팀 14명의 선수가 모두 참가했다.

◆ 골짜기 세대라는 비판도 떨쳐버리는 신태용의 '긍정 리더십'

올림픽대표팀 선수들은 자신들이 '골짜기 세대'라는 것을 인정하면서도 내심 메달을 따겠다는 당찬 목표를 밝혔다. 심지어 결승전까지는 올라가야 하지 않겠느냐는 선수도 있었다.

권창훈(수원 삼성)은 "런던 올림픽 때 형님들이 해냈던 동메달 성적이 부담이 되지 않는다면 거짓말이다. 감독님도 분명 부담을 가질 것"이라며 "하지만 목표를 크게 두고 이에 도달하기 위해 한 경기, 한 경기 최선을 다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문창진은 "색깔에 상관없이 메달은 꼭 따고 싶다. 브라질은 형들이 월드컵에서 못한 곳이기 때문에 동생이 만회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또 정승현(울산 현대)은 "꿈은 크게 잡아야 한다. 결승전까지 갔으면 좋겠다"고 다짐했고 심상민(FC서울)도 "2012년 런던 올림픽 때 형들보다 더 높은 곳에 오르고 싶다"고 말했다. 이슬찬(전남) 역시 "목표는 결승 무대에 서는 것"이라고 전했다.

이에 대해 신태용 감독은 "선수들에게 메달을 따야 한다, 결승전에 올라야 한다는 등의 말을 한 적이 없다. 다만 열 몇 시간 넘게 머나먼 브라질까지 갔는데 빈손으로 돌아올 수 있겠느냐는 말은 했다"며 "대놓고 성적에 대한 압박을 주진 않지만 이런 말들이 어떤 의미인지는 선수들이 스스로 깨닫고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또 신태용 감독은 선수들에게 '긍정의 힘'도 불어넣는다. 절대로 부정적인 얘기를 하지 않는다. '골짜기 세대'라는 평가도 충분히 극복할 수 있다고 말한다.

신태용 감독은 "런던 올림픽과 비교하면 분명 실력이 떨어진다고 볼 수 있지만 축구만 실력만 중요한 것이 아니다"라며 "선수들도 골짜기 세대라는 점을 스스로 인정하고 운동장에서 더 보여주려고 한다"고 밝혔다.

▲ [파주=스포츠Q(큐) 최대성 기자] 신태용 한국 올림픽축구대표팀 감독(왼쪽)을 비롯해 선수들과 코칭스태프들이 5일 경기도 파주 NFC에서 열린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 D-30 미디어데이 행사에서 파이팅을 외치고 있다.

◆ 선수들과 장난도 치는 감독, 수평 리더십으로 창의적인 축구가 만들어진다

신태용 감독은 지난해 갑자기 올림픽대표팀을 떠맡았다. 신태용 감독의 표현을 빌리자면 '얼떨결'이었다. 아시안컵을 마치고 나서 귀국하는 비행기 안에서 이용수 기술위원장의 말을 듣고 어렵게 결정했다. 선수들도 새로운 감독의 부임이 낯설었다.

신태용 감독이 먼저 선수들에게 다가가려고 했지만 선수들은 어색함에 쭈뼛쭈뼛할 수밖에 없었다. 신 감독은 꾸준히 선수들과 스킨십을 시도한 결과 지금은 농담도 하고 장난도 치는 사이로 변했다. 수직적인 한국 문화에서는 좀처럼 있을 수 없는 일이다. 문창진은 올림픽대표팀 분위기 메이커로 신태용 감독을 들 정도다.

신태용 감독은 "사실 호주를 가지 않고 한국에서 은퇴하고 지도자 생활을 했더라면 이런 발상을 하지 못했을 것"이라며 "호주에서 4년 동안 그곳 사람들의 전혀 새로운 발상을 접하면서 이를 한국에서 접목하면 어떨까 생각했다. 수직이 아닌 수평적으로 하니 선수들이 다가오는 것을 느끼고 참신한 아이디어를 만들어낸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참신한 아이디어라는 것은 결국 창의성있는 축구로 이어진다. 신태용 감독은 "호주에서 축구를 할 때 왼쪽 풀백이 잘못 크로스를 올려 공격 기회를 날린 적이 있다. 그런데 호주의 코칭스태프는 잘했다고 연신 칭찬하더라"며 "처음에는 저러니까 수준이 우리보다 떨어지지라고 생각하며 혀를 찼는데 생각해보니 그게 아니더라. 이런 시도들이 쌓이고 쌓여 창의적인 축구가 가능해진다"고 설명했다.

평소에는 선수들과 스스럼없이 지내지만 훈련장과 경기장에서는 엄격하다. 때와 장소에 따라 대하는 것은 분명 달라야 한다는 것다. 선수들 역시 "평소에는 농담도 하고 장난도 치지만 훈련장과 경기장에서만큼은 긴장감이 감돈다. 당연히 그래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고개를 끄덕였다.

심지어 신태용 감독은 SNS 금지령도 내렸다. 신태용 감독은 "브라질 현지 도착 이후부터 SNS는 금지다. 휴대폰을 뺏는 것까지는 하지 않을 것이고 인터넷은 봐도 되지만 SNS만큼은 안된다"며 "좋을 때는 좋지만 좋지 않을 때는 독이 된다"고 말했다.

▲ [파주=스포츠Q(큐) 최대성 기자] 한국 올림픽축구대표팀 미드필더 권창훈이 5일 경기도 파주 NFC에서 열린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 D-30 미디어데이 행사에서 저격 포즈를 하고 있다.

◆ 신태용 감독의 플랜B, 불안해도 모든 것은 내가 떠안고 간다

이날 올림픽대표팀 선수들은 훈련이 아니라 미디어데이를 위해 임시로 파주NFC에 모였다. 구단의 배려로 국내에서 휴가를 보내며 개인 훈련을 하고 있는 류승우를 제외한 나머지 선수들은 모두 K리그 소속팀에서 일정을 보내야 한다. 신태용 감독은 국내에서 2주 동안 훈련을 하고 브라질로 떠날 계획이었지만 오는 18일 상파울루에 도착하는대로 훈련을 해야 한다.

조기 소집훈련 계획이 어긋났지만 신태용 감독은 모든 불안을 떠안고 가겠다고 말한다. 신태용 감독은 "선수들이 불안해도, 주위에서 불안하다고 해도 나는 불안하다는 티를 내면 안된다"며 "나름대로 플랜B도 세워놓았다. 최대한 불안 요소를 없애겠다"고 단호하게 말했다.

또 신태용 감독은 수비 불안에 대한 질문에는 말이 빨라졌다. 그런 말이 더이상 나오지 않게 해달라는 부탁도 잊지 않았다.

신 감독은 "수비 불안 얘기도 더이상 안해줬으면 좋겠다. 주위에서 불안하다고 하니까 선수들도 100의 경기력을 발휘할 수 있는데도 주눅들어 훈련 때는 70, 80으로 떨어지고 경기장에서는 60, 70으로 더 떨어진다"며 "긍정적인 생각을 불어넣어 110, 120을 발휘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내가 잘 만들테니 결과가 좋지 않을 경우 나를 욕하더라도 선수들에게는 용기를 워주길 바란다"고 밝혔다.

여기에 단호할 때는 단호하다. 열심히 뛰지 않는 선수는 절대 기용하지 않겠다는 방침이다. 신태용 감독은 "올림픽에서는 수비가 그 어느 때보다도 중요하다. 수비는 수비수, 수비형 미드필더만 하는 것이 아니라 공격 1선부터 해줘야 한다"며 "최전방부터 열심히 뛰면서 수비해야 한다. 만약 그렇지 못하다면 석현준이라도, 손흥민이라도, 황희찬이라도 뺀다. 그 누구도 예외는 없다"고 못박았다.

모든 비난은 자신이 감수하겠다는 희생의 리더십과 수평 리더십, 긍정의 리더십으로 올림픽대표팀은 점점 '원 팀'으로 변하고 있다. 특출난 스타가 없다는 점 역시 오히려 '원맨 팀'이 아닌 '원 팀'으로 가는데 큰 도움이 되고 있다. 신태용 감독의 '3대 리더십' 아래 하나로 똘똘 뭉친 올림픽대표팀 선수들은 이번 대회에서 '기분좋은 대형 사고'를 치겠다는 각오로 가득하다.

▲ [파주=스포츠Q(큐) 최대성 기자] 한국 올림픽축구대표팀 미드필더 류승우가 5일 경기도 파주 NFC에서 열린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 D-30 미디어데이 행사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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