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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Q이슈] 한국 올림픽축구 '골짜기세대'가 리우에서 확인한 성과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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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Q이슈] 한국 올림픽축구 '골짜기세대'가 리우에서 확인한 성과는?
  • 박상현 기자
  • 승인 2016.08.14 23:2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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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 강호 독일 상대로 3골, 사상 첫 조1위…세계무대에서 확인한 공격축구 자신감

[스포츠Q(큐) 박상현 기자] "런던 올림픽 금메달 멕시코와 유럽 강호 독일과 같은 조라고? 조별리그 통과도 어렵겠네."

신태용 감독이 이끄는 한국 올림픽축구대표팀이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에서 독일, 멕시코, 피지와 함께 C조에 묶이자마자 나온 반응들이었다. 피지는 최약체 팀이어서 승리를 거둘 수 있다고는 하지만 독일과 멕시코 가운데 최소 한 팀을 제쳐야만 조별리그를 통과할 수 있는, 만만치 않은 조 편성이었다.

게다가 한국 올림픽축구대표팀은 지난 1월 아시아 최종예선 결승전에서 일본에 2골을 먼저 넣고도 내리 3골을 내주며 충격적인 역전패를 당한터라 수비에 대한 자신감이 떨어졌다. 2012년 런던 올림픽 동메달을 따낸 황금세대들과 달리 '골짜기 세대'라는 꼬리표도 따라다녔다.

그러나 한국 올림픽축구대표팀은 대반전을 이끌어냈다. 14일(한국시간) 온두라스와 8강전에서 비록 1-0 패를 당해 4강 진출에 실패했지만 조별리그 3경기를 치른 과정만 놓고 보면 충분히 메달권에 들 수 있는 실력이었다. 온두라스전만 불운했을 뿐이었다. '신태용호'의 올림픽 도전은 당초 예상을 뛰어넘는 '유쾌한 반란'이었다.

◆ 올림픽 축구 최초 8회 연속 본선 진출…올림픽에서도 폭발적인 공격력

이광종 감독의 급성 백혈병으로 급하게 지난해 3월 한국 올림픽대표팀의 지휘봉을 잡은 신태용 감독은 고민이 많았다. 권창훈(수원 삼성), 류승우(바이어 레버쿠젠), 문창진(포항) 등 공격에서 뛰어난 선수들은 많았지만 수비 쪽에서는 확실하게 신뢰감을 심어주는 자원이 없었다. 스쿼드 구성도 런던 올림픽 멤버만 못하다는 평가로 '골짜기 세대'라는 별칭이 따라붙었다.

하지만 신태용 감독은 창의적인 플레이를 강조하며 공격적인 팀으로 변모시켰다. 권창훈, 문창진, 류승우와 함께 오스트리아 분데스리가에서 '신성'으로 떠오르고 있는 황희찬(잘츠부르크)의 경기력이 돋보였다. 지난 1월 아시아축구연맹(AFC) 23세 이하(U-23) 챔피언십에서 비록 일본에 3-2로 역전패했지만 역대 올림픽 사상 최초 8회 연속 본선 진출을 이끌어냈다.

신태용 감독은 올림픽 본선 진출을 확정지은 뒤 와일드카드에 고민을 거듭해야 했다. 수비 강화를 위해 장현수(광저우 푸리) 외에도 홍정호(장쑤 쑤닝)를 바랐지만 차출이 불허됐다. 일찌감치 손흥민(토트넘 핫스퍼)을 낙점했던 신태용 감독은 남은 1장의 와일드카드를 석현준(트라브존스포르)에게 행사해야만 했다. 그 결과 공격은 역대 최강으로 꾸려졌지만 수비는 불안하다는 평가가 따라다녔다.

신태용 감독은 수비가 불안하다는 평가에 대해 부정하면서도 공격진에는 만족감을 표시했다. 피지전에서는 무려 8골을 퍼부으며 한국 남자축구가 올림픽에서 거둔 최다 득점 및 최다골차 승리 기록을 남겼다. 또 류승우는 피지전에서 3골 1도움을 기록하며 한국 남자축구 선수로는 최초로 올림픽을 포함한 국제축구연맹(FIFA) 주관 대회에서 첫 해트트릭을 기록했다.

'작은 전차군단'이라고 불린 독일을 상대로도 3골을 뽑아내며 승리 직전까지 갔다. 후반 추가시간 프리킥으로 동점골을 내주지 않았더라면 3-2로 이겨 2연승으로 조기에 조 1위를 확정지을 수도 있었다. 또 런던 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따냈던 멕시코를 상대로 권창훈이 선제 결승골을 뽑아내며 1-0으로 이기고 2승 1무의 기록으로 조 1위를 차지했다.

올림픽을 포함한 FIFA 주관대회에서 2002년 한일 월드컵에 이어 통산 두번째로 조 1위에 오르는 기염을 토했다. 조별리그도 통과하기 힘들 것이라는 주위의 평가가 무색하게 만드는 '골짜기 세대'의 쾌거였다.

◆ 한국도 세계 무대에서 '공격 축구'가 가능하다, 젊은 세대들의 자신감은 덤

이번 올림픽에서 주축 선수들을 내보내지 않아 독일 전차군단의 위용이 다소 퇴색됐다는 평가를 받긴 했지만 그래도 독일은 독일이었다. 조직력에 있어서는 세계 최고의 수준을 자랑하는 독일은 유스 시스템에서 성장한 선수들로 세계 최고의 자리를 계속 유지하고 있다. 독일 분데스리가의 유스 시스템에서 성장한 미래의 독일 전차군단이 바로 리우 올림픽에 출격했다.

그러나 한국 올림픽대표팀은 이런 독일을 상대로 밀리지 않았다. 손흥민, 석현준 등이 골을 넣으면서 무려 3골을 퍼부었다. 8강까지 진행된 가운데 독일을 상대로 3골을 퍼부은 팀은 한국 뿐이다. 그만큼 공격 축구가 빛을 발했다는 뜻이다.

세계 무대에서 한국 축구가 3골 이상을 넣는 경우는 드물다. 22년 전인 1994년 미국 월드컵에서 독일을 상대로 3골을 내주고 2골을 따라붙는 '미완의 기적'을 연출한 적도 있지만 세계 무대에서 한국 축구는 결코 공격 지향적이라고 볼 수 없다.

하지만 올림픽 무대를 통해 독일을 상대로 3골을 넣는 등 탁월한 득점력을 보여주면서 세계 무대에서도 한국 축구의 공격력이 빛을 발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심어줬다. 올림픽 메달 도전은 비록 실패했지만 본선무대에서 보여준 경쟁력은 충분했다.

이제 올림픽 대표선수들의 일부는 울리 슈틸리케 감독이 이끄는 한국 축구대표팀의 또 다른 일원이 된다. 신태용 감독이 성인 대표팀의 코칭스태프로 있기 때문에 그가 작성한 리포트는 모두 슈틸리케 감독의 손에 들어가게 된다. 리우에서 자신감을 얻은 23세 이하 태극전사들은 한국 축구에 큰 자산이다.

권창훈은 이미 대표팀에서도 활약하고 있는 공격형 미드필더다. 황희찬이나 류승우 같은 선수들이 대표팀에서 발돋움할 수 있는 기회를 잡을 것으로 기대된다. 수비에서도 장현수(광저우 푸리)와 함께 중앙 수비를 지켰던 정승현(울산 현대)의 성장이 돋보여 홍정호, 김영권(광저우 에버그란데) 등과 주전 경쟁을 벌일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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