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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릭터 열전] 종편 최고의 히트 상품 '강용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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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릭터 열전] 종편 최고의 히트 상품 '강용석'
  • 용원중 기자
  • 승인 2014.09.28 15:4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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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Q 용원중기자] 27일 방송된 케이블채널 tvN 예능프로그램 'SNL 코리아'에 강용석(45)이 호스트로 출연했다. tvN 측은 사전에 “과거 논란이 됐던 각종 이슈에 대한 셀프 디스를 통해 정치인, 방송인, 인간 강용석의 모습을 만나볼 수 있을 것”이라며 기대감을 높였다.

크루들은 방송 오프닝에서 과거 그의 ‘고소 남발’ 경력을 랩으로 희화화했다. 강용석은 상체 노출과 함께 ‘바바리 맨’으로 변신하는가 하면 개그맨 유세윤과의 토크에서 “방송이 재미는 있는데 엄청 힘들다. 사실 내가 하고 싶은 것은 따로 있는데 대통령이 될 것”이라며 “꿈과 점점 가까워지는 것 같다”고 농 반, 진 반으로 고백했다.

▲ 'SNL 코리아'에 바바리 맨 캐릭터로 출연한 강용석[사진=tvN 방송화면 캡처]

방송인 강용석은 종합편성·케이블 채널의 최고 히트 상품이다. 불우한 가정환경을 딛고 경기고-서울대-하버드대-변호사-참여연대 활동-한나라당 국회의원으로 좌우를 오가며 화려한 스펙을 쌓아오던 그는 여성 아나운서 관련 성희롱 발언으로 집단 소송을 당했고, 졸지에 한나라당에서 출당 조치돼 무소속 국회의원으로 활동했다.

짧은 의정활동 기간 동안 늘 논란을 몰고 다녔다. 박원순 서울시장 후보에 대한 허위학력 및 아들의 병역 비리 의혹 제기, 개그맨 최효종 고소 논란, 안철수 저격수 활동으로 인해 ‘고소고발 집착남’ ‘화성인’ ‘병역비리 스토커’ ‘찌질이’와 같은 호칭을 얻었다. 삿대질을 하며 버럭 하는 사진이 정치인 강용석의 트레이드마크가 됐다. 국회의원 낙선 후 대중의 시야에서 사라지는 듯싶던 그가 재기의 발판으로 삼은 게 ‘방송’이었다.

느닷없이 Mnet 오디션 프로그램 ‘슈퍼스타K’ 시즌5 예선에 참가, 주목을 끌더니 종편 출범과 함께 하나둘씩 프로그램에 얼굴을 내밀었다. 현재 tvN ‘강용석의 고소한 19’ ‘더 지니어스3’, JTBC ‘썰전’ ‘유자식 상팔자', TV조선 ’강적들‘ 등 종편·케이블에서 달변과 위트를 앞세워 인기 진행자로 각광받고 있다.

방송인으로써 그는 경쟁력이 강하다. 자기만의 콘텐츠가 확실하기 때문이다. 법리와 정치·사회 분야의 해박한 지식과 논평 능력은 개그맨·아나운서 출신 방송인과 차별화된다. 예능에서 망가짐을 서슴지 않는 모습은 품위 유지에 치중하는 엘리트 지식인들과 다르기에 신선하고 재밌다.

과거 자신의 행동을 코미디 소재로 적극 이용해 웃음을 선사하고, ‘유자식 상팔자’에는 두 아들까지 출연시켜 철없으나 자식 사랑이 넘치는 아빠 이미지를 어필할 정도로 자기 마케팅에 능하다. 시사 토론프로 ‘썰전’ ‘강적들’에선 보수-진보의 나쁜 면은 양비론, 나머지는 합리적 보수 이데올로기 전파자로써 목소리를 높인다.

▲ 방송인 강용석[사진=tvN 제공]

지상파 방송사에선 엄두조차 내지 못하던 ‘문제적 인물’을 캐스팅해 이슈몰이를 하는 후발주자 종편과 케이블, 비호감 이미지를 세탁해 대중성을 확보하려는 강용석의 전략적 판단이 맞물려 탄생한 게 ‘방송인 강용석’이다.

그의 승승장구에 당혹스러워하거나 우려하는 이들이 많다. 적절치 않은 행동으로 논란을 야기한 인물을 방송에 출연시켜 이미지 세탁 기회를 주는 게 올바르냐는 지적이다. 일각에선 자신의 정치적 야심을 위해 방송을 이용하는 게 과연 정당하냐는 문제를 제기한다. 이러한 주장들은 일리가 있다.

하지만 언론인의 지위를 이용해 정치인으로 변신하는 폴리널리스트, 끈 떨어지자 다시 방송사 앵커로 복귀하는 사례가 넘쳐나는 현실에서 이례적 케이스인 강용석의 변신을 시비걸 수는 없다. 범법행위를 한 연예인도 일정 기간이 지나면 방송에 복귀하는 상황에서 논란 유발자의 방송활동 자체를 금지할 기준도 딱히 없다. 참고로 강용석은 지난 8월말 여성 아나운서들에 대한 모욕죄 혐의는 무죄판결을 받았고, 성희롱 발언을 보도한 언론사 기자에 대한 허위사실 유포-무고죄 다툼에서는 벌금 1500만원을 선고받았다. 이와 함께 법원은 그의 막말을 겨냥한듯 '말의 다이어트'를 주문했다.

그의 정치적 편향성을 물고 늘어진다면 방송사의 공정성 및 객관성 운운은 철지난 유행가가 된지 오래 아닌가. 지상파 방송사, 종편·케이블채널이 정권의 코드에 주파수를 맞추거나 자사의 정치적 지향을 노골적으로 드러내는 일은 비일비재하다.

왕성한 방송활동을 통해 친근한 이미지를 구축한 강용석이 다시금 여당 국회의원 그리고 ‘SNL 코리아’에서 내비쳤듯 대권에 도전하며 자신의 궁극적 꿈을 이루게 될까. 결과는 모르겠으나 이것만은 분명하지 싶다. 개발시대 엘리트의 무한도전, 급격히 변화한 기형적 방송환경, 혐오와 희화화 대상으로 전락한 대한민국 정치라는 3박자가 만들어낸 아이콘이자 괴물이 바로 방송인 강용석이라는.

goolis@sportsq.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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