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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Q이슈] 최대 고비 맞은 슈틸리케호, '제대로 뛰는' 유럽파가 활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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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Q이슈] 최대 고비 맞은 슈틸리케호, '제대로 뛰는' 유럽파가 활로다
  • 박상현 기자
  • 승인 2016.09.07 11:4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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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때 '쌍용' 기대받던 기성용-이청용까지 경기력 저하…손흥민-지동원 등 비주전급 선수들도 우려

[스포츠Q(큐) 박상현 기자] 유럽리그에서 뛰고 있다고 해도 능사가 아니다. 소속팀에서 주전이 되지 못해 경기력을 확보하지 못하면 국내리그에 있느니만 못하다. 이미 박주호(보루시아 도르트문트)와 김진수(호펜하임)이 증명했고 윤석영(무소속)도 그렇다.

이제 어둠의 그림자가 다른 포지션도 덮칠 기세다. 2018 러시아 월드컵 아시아지역 최종예선 1, 2차전을 치른 한국 축구대표팀이 기성용(스완지 시티), 이청용(크리스탈 팰리스) 등 유럽파들의 부진으로 만족할 성과를 내지 못하면서 위기에 빠졌다.

울리 슈틸리케 감독도 부임 2년을 맞아 최대 고비를 맞았다.

한국 축구대표팀은 지난 1, 6일 벌어진 중국, 시리아와 러시아 월드컵 아시아지역 최종예선 A조 1, 2차전을 1승 1무로 마감했다. 중국과 홈경기에서는 승리를 챙기고 시리아와 중립경기에서는 승점 1을 더했다고는 하지만 모두 한국보다 경기력이 한 수 아래인 팀들을 상대로 했다는 점에서 우려스럽다.

◆후반 30분 넘어서면서 체력 저하된 중국전, 이겼지만 이긴게 아니다

중국전의 경우 출발은 나쁘지 않았다. 손흥민(토트넘 핫스퍼)의 크로스에 이은 지동원(아우크스부르크)의 적극적인 플레이로 상대 정즈의 자책골을 유도했고 지동원의 2개 어시스트로 이청용과 구자철(아우크스부르크)이 연속골을 넣었다.

하지만 후반 30분이 넘어서면서 집중력이 급격하게 떨어져 2연속 실점한 게 약점으로 지적됐다. 후반 중반부부터 집중력이 저하되면서 중국에 일방적으로 밀린 것은 체력이 그만큼 뒷받침되지 않았다는 의미다.

체력이 떨어진데는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경기력을 100% 낼 수 있는 체력'을 기준으로 한다면 역시 소속팀에서 출전 기회를 제대로 잡지 못한 영향이 가장 크다. 대표팀의 중심 미드필더인 기성용도 소속팀 스완지에서 프란시스코 귀돌린 감독의 신임을 받지 못하며 교체로만 뛰고 있다.

기성용의 경기력이 저하되니 자연스럽게 압박도 예전만 못하다. 중원에서 상대 선수들을 압박하고 완벽한 패스를 전달하며 사령관 역할을 해왔던 기성용의 경기력이 나오지 않는다. 중국전도 그랬고 시리아전 역시 존재감이 미미했다.

이청용 역시 소속팀에서 위치가 애매하다. 이청용은 중국전을 통해 헤딩골을 넣긴 했지만 시리아전에서는 왼쪽으로 이동해 오재석(감바 오사카)과 호흡 불일치로 위력적인 공격력을 보여주지 못했다. 지동원도 중국전에서는 원톱으로 뛰어난 활약을 보여줬지만 시리아의 압박 수비에 고전하며 상대팀에 대한 적응력이 크게 떨어졌다. 모두 경기 출전 기회가 적기 때문이다.

◆ 위기를 타개해줄 에이스의 부재, 대표팀 경기력 저하로 이어진다

사실 유럽파의 부진은 한국만의 문제는 아니다. 일본 역시 유럽파들이 주전 자리를 확실히 꿰차지 못하면서 경기력이 크게 떨어졌고 이는 한국과 마찬가지로 최종예선에서 고전하는 이유가 되고 있다. 혼다 게이스케(AC 밀란)을 비롯해 가가와 신지(보루시아 도르트문트) 모두 일본 대표팀에서 인상적인 경기력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

이처럼 에이스 역할을 해줘야 할 유럽파들이 자신의 경기력도 제대로 챙기지 못하는 것은 대표팀 경기력 저하로 이어지고 있다. 이미 박주호, 윤석영, 김진수 등 왼쪽 풀백 요원들이 모두 만족스러운 경기력을 보여주지 못하면서 측면 풀백 부재라는 문제점에 직면했다.

한때 누구를 주전으로 세울 것인가를 놓고 행복한 고민을 해야만 했던 슈틸리케 감독으로서는 박주호, 김진수가 한순간 경기력이 바닥으로 떨어진 것을 보면서 지동원, 기성용, 이청용의 부진이 더욱 위기로 다가온다. 기성용이 중원에서 흔들린다면 슈틸리케 감독의 점유율 축구와 패스 축구도 난관에 봉착하게 된다.

문제는 그 여파가 손흥민에게 미친다면 더욱 큰 일이 된다. 그나마 손흥민이 왼쪽 측면에서 활발한 활약을 해주면서 중국전에서 숨통이 트였다. 시리아전은 손흥민의 공백을 뼈저리게 느낀 한판이 됐다. 하지만 손흥민까지 경기력이 떨어진다면 대표팀 경기력 저하는 걷잡을 수 없게 된다. 그나마 주전으로 꾸준히 뛰고 있는 구자철에게도 영향을 미치게 된다.

슈틸리케 감독은 지속적으로 지나간 여름 이적시장을 통해 뛸 수 있는 팀을 찾으라고 조언했다. 하지만 박주호는 감독의 만류에 남았고 김진수나 윤석영도 새로운 소속팀을 찾지 못했다. 결국 이들은 대표팀에 들지 못했다.

기성용과 이청용도 여름 이적시장에서 다른 팀으로 갈 수도 있다는 소문이 있었고 손흥민도 독일 분데스리가 이적설이 있었지만 무위에 그쳤다. 올해 남은 월드컵 최종예선 3경기는 이들이 계속 경기력을 유지해주기를 바라면서 준비해야 한다. 결코 만만치 않다.

그동안 슈틸리케 감독은 한국 축구에 적지 않은 긍정적인 영향을 미쳤다. 유소년 축구 발전에 힘쓰고 새로운 자원을 발굴하는 등 긍정 평가가 대다수였다. 하지만 그의 본분인 대표팀에서 위기를 맞는다면 지난 업적도 평가절하될 수밖에 없다. 대표팀 선수들의 경기력 저하와 함께 슈틸리케 감독의 위기관리 능력이 이제 본격적으로 시험대 위에 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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