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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Q포커스] '농구 미생' SK나이츠 김준성, 문경은 사로잡은 절실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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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Q포커스] '농구 미생' SK나이츠 김준성, 문경은 사로잡은 절실함
  • 안호근 기자
  • 승인 2016.10.19 17:3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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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종 악재 극복, 문경은 감독 "절실함과 노력으로 크게 성장할 것 기대"

[스포츠Q(큐) 안호근 기자] “와~! 어떡해. 진짜 됐어. 와~!”

우렁찬 함성소리가 잠실학생체육관을 가득 메웠다. 문경은 서울 SK 나이츠 감독이 이름을 부르는 순간 실업팀 놀레벤트 이글스 소속 선수들은 울먹이며 환호했다. 

절실함으로 무장한 김준성(24)이 마지막 프로 입단 도전에서 역전 버저비터를 쏘아올렸다. 

김준성은 18일 서울 잠실학생체육관에서 열린 2016 KBL 국내 신인선수 드래프트에서 2라운드 9순위(전체 19순위)로 SK 유니폼을 입었다. 

▲ 김준성이 18일 2016 KBL 국내 신인선수 드래프트에서 서울 SK에 지명을 받은 뒤 무대에 올라 소감을 밝히고 있다. [사진=한국프로농구연맹 제공]

일반인 참가자, 아르바이트 생활, 마지막 도전, 간암으로 투병 중인 아버지. 갖가지 사연이 겹친 한편의 드라마가 쓰인 순간에 시선이 집중됐다.

단상에 오른 김준성은 “모두가 안될 것이라고 했을 때 힘을 주신 가족들께 감사드린다”며 눈물을 쏟았다.

김준성은 2년 전 명지대 소속으로 같은 장소에서 열린 2014 KBL 신인선수 드래프트에서 그는 고개를 떨궈야 했다. 악재도 겹쳤다. 아버지가 간암 판정까지 받았다.

미련 없이 생업전선에 뛰어들었다. 카페에서 커피를 만들었고 어린이 농구교실에서 주말강사로 일했다. 장례식장에 정식 입사해 매니저로 재직한 적도 있다. 1년 이상 농구공은 잡지도 않았다.

다시 코트를 밟은 건 부모님의 전폭적인 신뢰 덕분이었다. 김준성은 “아버지가 큰 힘이 됐다. 부모님께서 ‘돈을 벌든 못 벌든 내 아들이라는 것은 변하지 않는다’고 말씀해주셨다”며 “어머니께서는 내가 어렸을 때부터 일을 하시면서도 늘 경기장에 오셨다. 사회생활을 해보니 참 어려운 일이라는 것을 알았다. 적극적인 지지가 포기하지 않는데 큰 힘이 됐다”고 말했다.

지난 3월 실업팀 놀레벤트에서 낸 선수모집 공고를 봤고 입단했다. 하지만 환경이 너무 열악했다. 김준성은 “선수들이 수시로 바뀌었다. 체육관, 숙소도 없는 상황에서 전국을 돌아다니며 거의 모든 고등학교 팀과 경기를 치렀던 것 같다”며 “테이핑도 넉넉하지 않을 정도였다. 포기하고 싶은 마음도 들었지만 어떻게 여기까지 오게 됐다”고 밝혔다.

노력은 배신하지 않았다. 놀레벤트는 대구를 대표해 전국체전에 나갔고 그곳에서 김준성은 역사의 첫 페이지를 썼다. 16강에서 조선대를 꺾은 놀레벤트는 8강에서 대학농구리그 챔피언 연세대 마저 잡았다.

▲ 김준성(오른쪽)이 18일 2016 KBL 국내 신인선수 드래프트에서 서울 SK에 지명을 받은 뒤 문경은 감독과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한국프로농구연맹 제공]

프로구단들의 관심을 샀지만 큰 기대는 못했다. 김준성은 “2라운드는커녕 프로 입단도 전혀 기대하지 않았다. 마음을 비워놨었다”며 “문경은 감독님께서 불러주셨는데 나를 부르신 것인지도 몰랐다. 정말 놀랐다”고 밝혔다.

간절함이 담긴 마지막 도전이었다. 그는 “위기의식을 느꼈다. 외동아들인데 아버지가 편찮으시고 어머니가 혼자 직장을 다니시면서 나를 뒷바라지 하셨다. 이제는 다 컸는데 이 길이 아니면 안된다고 생각했고 이번이 마지막이라는 생각으로 참가했다”고 전했다.

문경은 감독이 과감한 결단을 내린 이유는 무엇일까. 

“김선형 외에는 가드가 부족해서 뽑았다. 김준성이 슛이 약하다는 평가를 받았는데 실업에서 보니까 전부 20점 이상을 넣었다. 슛을 좀 쏴본 사람으로서 볼 때 웬만큼 노력해서는 3년 사이에 그렇게 좋아질 수 없다. 남다른 노력을 좋게 봤다.”

“공을 가지고 하프코트를 넘어올 때 안정성도 있어보였고 절실함과 노력으로 크게 성장할 수 있을 것이라고 판단했다. 서울이고 화려한 농구를 지향하는 면이 있는 SK다. 김준성이 팀 분위기에 모범이 될 수 있다는 점도 생각했다.”

김준성은 "다행히 아버지 몸 상태가 지금은 많이 좋아졌다. 간암 수술을 받으셨고 암세포는 보이지 않는 상태”라고 밝게 웃었다.

절실함을 바탕으로 한 폭풍성장.  국가대표 가드 김선형을 보고 배울 김준성이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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