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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뷰포인트] 신비주의에서 해방된 '문화대통령' 서태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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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뷰포인트] 신비주의에서 해방된 '문화대통령' 서태지
  • 용원중 기자
  • 승인 2014.10.10 05:4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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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Q 용원중기자] 신비주의 전략을 고수해온 서태지(42)가 9일 밤 KBS2 예능 프로그램 ‘해피투게더3’에 출연했다.

그답지 않은 행보이나 배우 이은성과의 결혼과 출산 전후로 두 사람의 다정한 사진을 방출하고, 길거리를 다니며 파파라치에게 사진 찍히는 걸 개의치 않는 모습을 보였기에 고개를 끄덕이게 된다. 이젠 예민했던 20~30대를 지나 불혹의 나이를 넘겼고 한 여자의 남편이자 딸아이의 아빠가 되지 않았나. 특히 전부인 이지아의 ‘힐링캠프’ 발언으로 이미지에 타격을 입은 상황이라 충분히 예측 가능한 행동이었다.

▲ '해피투게더3' 출연 모습[사진=KBS방송화면 캡처]

◆ ‘해투3’ 출연해 “남자로서 잘못…이지아 행복하길 바래”

이날 생머리에 야구모자를 쓴 채 출연한 방송에서 그는 한결 편안한 표정이었다. 자신을 둘러싼 숱한 루머, 비하인드 스토리 등을 술술 밝혔으며 이지아에 대해서도 “힘들었을 것이다. 남자로서 다 잘못했다는 마음이다. 지금 다른 길을 걷고 있는데 행복하길 바란다”고 깔끔하게 정리했다.

5년 만에 9집 ‘콰이어트 나이트(Quiet Night)’를 발표하는 서태지는 지난 10월2일 발매된 아이유 버전의 ‘소격동’에 이어 10일 정오 서태지 버전의 ‘소격동’을 공개하고, 18일 9집 컴백 콘서트 ‘크리스할로윈’을 개최한다. 이어 20일 9집을 발매한다.

이에 앞서 15일에는 종합편성채널 JTBC 간판 뉴스인 ‘손석희의 뉴스룸’에 출연한다. 예능프로에 출연했으니 만큼 현재 최고 신뢰도를 자랑하는 뉴스 프로그램에 출연, 뮤지션으로서 자신의 존재와 새로운 음악에 대한 보다 깊이 있는 Q&A를 진행하겠다는 강약 조절의 영리한 계산이자 두둑한 자신감이다.

▲ '소격동' 앨범 재킷

◆ 92년 데뷔 이후 새로운 경향 음악 소개하며 가요계 흐름 주도

1992년 서태지와 아이들로 데뷔한 이래 서태지에 대한 엇갈린 평가, 논란이 존재함에도 90년대 이후 그가 대중음악사에 끼친 막대한 영향력은 누구도 부인하기 힘들다. 국내에 낯선 새로운 경향의 음악을 도입해 가요계에 자극을 줬다. 랩 음악과 힙합, 메탈 기반 댄스, 얼터너티브 록, 갱스터 랩, 핌프 록, 이모코어 등의 장르를 담아내온 8집까지의 디스코그래피는 매번 논쟁을 촉발했다.

서태지가 탁월한 작사·작곡·프로듀싱 능력을 지닌 가수를 넘어 ‘시대의 아이콘’ ‘문화대통령’으로 불린 이유는 문화 트렌드를 좌우했기 때문이다. 이는 실험성과 창의성, 정교한 마케팅이라는 양 축에 의지해 이뤄졌다.

이번에는 그동안 시도해온 혁신 코드는 유지하되 감성이 더해진 대중 친화적인 곡을 선보인다고 한다. 공개된 ‘소격동’은 몽환적인 일렉트로닉 발라드다. 미래지향의 일렉트로닉 소스를 기반으로 트랩(trap) 사운드를 가미했다. 느린 템포에 그루브가 강한 일렉트로닉 곡임에도 멜로디 라인이 선명해 귀를 사로잡는다, 음악 스타일 못지않게 화제를 모으는 게 가사와 메시지다.

▲ 무대 위 서태지[사진=서태지컴퍼니 제공]

◆ 일렉트로닉 발라드 ‘소격동’ 80년대 학원녹화사업 겨냥 논란

서태지가 어린 시절을 보낸 서울 종로구 소재 소격동은 과거 군사정권 시절, 악명 높은 국군기무사령부(기무사)가 있던 동네다. 기무사는 1980년대 전두환 정권 당시 반정부 시위에 참가한 대학생들을 고문, 정신교육 및 강제 군입대를 자행하는 ‘학원녹화사업’을 진행했던 기관이다. 이 과정에서 대학생 6명이 숨졌다.

지난달 29일 서태지는 소속사를 통해 “'소격동’은 여자의 입장과 남자의 입장에서 바라본 80년대 소격동에서 일어난 슬프고 아름다운 이야기를 테마로 했다”고 말한 바 있다. 야만의 시대에 이뤄진 남녀의 사랑은 그의 표현대로 아름다우면서 애틋하다.

<나는 그날 밤 단 한숨도 못 잤죠. 잠들면 안돼요. 눈을 뜨면 사라지죠> <소소한 하루가 넉넉했던 날, 그러던 어느 날 세상이 뒤집혔죠>라는 노랫말은 의미심장하다. 매번 자신의 노래마다 시대정신을 투영해 왔기에 신곡 ‘소격동’을 통해 80년대 비극적 사건과 암울한 독재의 시대를 겨냥한 것이 아니냐는 주장이 제기되기도 한다.

▲ 아이유의 '소격동' 뮤직비디오[사진=뮤직비디오 화면 캡처]

◆ 음악으로만 소통하기 위해 수도자처럼 살았던 삶 청산

무려 22년의 세월 동안 해외를 떠돌며, 국내에선 칩거하며 고행의 수도자처럼 살았다. 불필요하게 소비되는 일 없이 오롯이 대중과 음악으로만 소통하겠다던 그의 고집은 충분히 유의미하며 경탄할 만하기까지 하다.

대중과 미디어가 그의 일거수일투족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환호하던 전성기 시절은 지나갔다. 이와 함께 서태지 역시 무거운 속박에서 벗어난 듯 보인다. 대통령도 임기를 마치면 권좌에서 내려오듯이 대중의 기대를 한 몸에 받아온 문화적 대통령에서도 이제 해방될 때가 됐다.

서태지의 잇딴 파격 행보에서 뮤지션으로서, 자연인으로서 변화와 성숙을 자연스럽게 드러내고, 대중과 접촉면을 확대하며 호흡하겠다는 의지가 읽히기에 반갑다. 그러기에 향후 서태지의 음악활동이 더욱 기대된다.

goolis@sportsq.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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