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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Q이슈] 박태환 우승에 드리운 만시지탄, '김종라인 농단'만 없었어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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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Q이슈] 박태환 우승에 드리운 만시지탄, '김종라인 농단'만 없었어도
  • 박상현 기자
  • 승인 2016.11.18 11:1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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훈련 부족으로 올림픽 부진…아시아수영선수권서 '리우 은메달 기록'으로 부활 금물살

[스포츠Q(큐) 박상현 기자] 박태환(27)이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에서 부진을 뒤로 하고 뛰어난 기록으로 명예회복의 물살을 가르고 있다. 박태환이 아시아수영선수권에서 우승을 차지하면서 승승장구하자 수영인들 사이에서는 "진작에 논란없이 박태환을 올림픽에 출전을 시켰다면 어땠을까"하는 장탄식이 나오고 있다.

박태환은 17일 일본 도쿄 다쓰미 국제수영장에서 벌어진 아시아수영선수권대회 남자 자유형 200m 결승에서 1분45초16으로 가장 먼저 터치패드를 찍으며 우승을 차지했다.

박태환의 우승 기록은 라이벌 쑨양(중국)이 2012년 아랍에미리트(UAE) 두바이에서 세웠던 1분45초49를 0.33초나 앞당긴 대회신기록이다. 또 리우 올림픽에서 은메달을 따냈던 채드 르 클로스(남아프리카공화국)의 1분45초20보다도 훨씬 앞선다.

아시아수영선수권에서 박태환의 우승은 더더욱 리우 올림픽 부진을 뼈아프게 만든다. 박태환은 올림픽을 앞두고 제대로 훈련을 하지 못했다. 대한체육회에서 박태환의 대표선수 자격 요건을 두고 반대 입장을 견지해 왔기 때문이었다. 이 때문에 박태환은 훈련에 집중하지 못하고 대한체육회와 지리한 싸움을 해야만 했다.

결국 국제스포츠중재재판소(CAS)에 가서야 박태환의 승리로 가려졌지만 박태환은 진정한 승자가 되지 못했다. 훈련 부족으로 리우에서 기록이 제대로 나오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자유형 200m 예선에서는 1분48초06에 그쳤다.

일각에서는 "박태환은 끝났다"는 성급한 평가를 내리기도 했다. 리우 올림픽에서 부진한 박태환에게 돌아온 것은 비아냥뿐이었다. "실력도 없으면서 왜 굳이 올림픽에 나가야만 했느냐"는 비난이 터져나왔다.

하지만 박태환의 부진은 기량 저하가 아닌 훈련 부족이었다는 것이 이번 우승으로 입증되기 시작했다. 지난달 전국체전에서 1분45초01의 기록으로 우승을 차지하면서 박태환을 보는 눈이 조금씩 달라지기 시작했다. 일각에서는 국내대회여서 마음 편하게 경기를 치렀기 때문에 박태환이 우승을 차지한 것 아니냐는 평가가 나오기도 했다.

이제 박태환의 기량 저하 논란은 설득력을 가질 수 없게 됐다. 박태환의 아시아수영선수권 우승 기록이 전국체전보다 0.15초 뒤지긴 했지만 리우 올림피아드 이후 처음으로 출전한 국제대회라는 점을 생각한다면 분명 성공적이다.

익명을 요구한 대한체육회 관계자는 "박태환의 대표 자격 요건 논란은 대한체육회 규정에 의한 것이긴 했지만 국제 룰에 어긋난다는 것은 모두가 알고 있었다"며 "김정행 전 대한체육회장은 체육인 출신이다보니 출전에 긍정적인 태도를 취했다. 정작 출전 불가에 가장 적극적이었던 당사자는 김종 전 문화체육관광부 제2차관과 조영호 대한체육회 사무총장이었다"고 밝혔다.

이어 "조영호 사무총장과 김종 전 차관은 한양대 선후배 관계이자 함께 체육학과 교수로 재직했던 사람들이다. 김종 전 차관이 대한체육회를 중심으로 자신의 사람들을 심어놓고 대한민국 스포츠 정책을 좌지우지했다"며 "김종 라인을 체육계에서 걷어내야만 대한민국 스포츠가 다시 일어설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특정인의 스포츠 농단으로 올림픽에 당연히 나갔어야 했던 선수가 마음 고생을 해야만 했고 이 때문에 선수의 인생을 망칠뻔 했다. 박태환의 우승을 곱씹을수록 특정인의 농단으로 시간을 허비한 것은 가슴을 치게 만든다.

한 수영인은 "박태환이 CAS에서 이기고 집중훈련을 했지만 이미 늦은 뒤였다"며 "올림픽 이후 꾸준히 훈련한 성과가 이제 나오기 시작했다. 대한체육회가 2, 3월에라도 박태환의 올림픽 출전을 허용했다면 기록은 전혀 달라졌을 것이다. 박태환의 이번 올림픽이 절정기를 살릴 수 있는 사실상 마지막 무대였다는 점을 생각한다면 특정 세력이 선수의 인생을 망친 셈"이라고 한탄했다.

그러나 억압과 시련을 딛고 박태환은 우승으로 보란듯이 부활 물보라를 일으켰다. 도쿄 올림픽을 향한 '마린보이'의 역영은 도쿄에서 그렇게 시작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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