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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Q이슈] 이상호 영입으로 보는 '피치의 낙인론', 오언부터 서정원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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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Q이슈] 이상호 영입으로 보는 '피치의 낙인론', 오언부터 서정원까지
  • 박상현 기자
  • 승인 2016.12.28 18:4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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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년 백지훈-2013년 이종민 등 서울서 수원 이적…이상호는 서울 직접 입성 첫 사례

[스포츠Q(큐) 박상현 기자] 리오넬 메시(FC 바르셀로나)가 레알 마드리드로 가거나 크리스티아누 호날두(레알 마드리드)가 FC 바르셀로나로 이적해 메시와 호흡을 맞추는 일을 상상할 수 있을까? 지금으로서는 전혀 상상하기 힘든 일이지만 축구계에서는 라이벌 팀으로 이적하는 경우가 없진 않다. 물론 팬들에게는 쇼킹 뉴스이긴 하지만.

FC 서울이 2016년 세밑에 깜짝 놀랄만한 이상호 영입 소식을 발표했다. 이상호는 2009년 울산 현대에서 수원으로 이적한 뒤 8시즌 동안 푸른 저지를 입고 뛰었던 측면 공격수다. 그런데 그 이상호를 수원의 맞수 FC 서울이 영입했다는 사실은 빅 뉴스로 축구팬들을 놀라게 한다.

▲ 2009년부터 2016년까지 수원에서 활약했던 이상호가 FC 서울로 이적했다. 라이벌 관계라는 특수성 때문에 좀처럼 직접 선수 이적을 하지 않는 두 팀이기에 FC 서울의 이상호 영입은 매우 특별한 사례다. FC 서울은 처음으로 수원 출신 선수를 직접 영입했다. [사진=FC 서울 제공]

FC 서울과 수원은 슈퍼매치를 벌이는 K리그 클래식의 대표적인 앙숙관계의 팀이다. 그래서 좀처럼 선수를 주고 받지 않는다. 자칫 '배신자'로 낙인찍힐 수 있어서다. 이 때문에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에서는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와 리버풀이 좀처럼 선수를 주고받지 않는다.

이 때문에 팀간 직접 트레이드가 아님에도 마이클 오언이 맨유의 유니폼을 입었을 때도 큰 화제를 모았다. 리버풀에서 '원더 보이'로 성장했던 오언이 레알 마드리드와 뉴캐슬 유나이티드를 거쳐 올드 트래포드로 입성한 맨유의 영입 사례는 특이한 일로 여겨졌다.

루이스 피구가 FC 바르셀로나에서 레알 마드리드로 영입된 것은 FC 서울의 이상호 영입과 비견될 수 있다. 피구는 완장을 차고 캄푸 누를 누빈 스타이지만 2001년 산티아고 베르나베우로 옮겨갔다. 이 때문에 바르셀로나 팬들은 엘 클라시코가 열릴 때마다 피구에게 엄청난 야유를 보냈다. 이물질 투척까지 하며 영원한 배반자로 낙인찍은 바르셀로나 팬들이. 

어느 리그나 앙숙관계의 팀간의 직,간접 트레이드에는 낙인론이 지배하는 것이다.

수원과 FC 서울도 라이벌 관계라는 특별한 이유로 선수 이적을 최대한 자제해왔다. 색깔도 확연히 다른 저지를 바꿔입음면 '배신자'로 낙인찍혔다. 서정원 수원 감독이 현역 시절 프랑스에서 뛰다가 1999년 국내로 복귀할 때 친정팀 안양 LG(현 FC 서울)가 아닌 수원에 입성해 논란을 일으켰던 것이 대표적인 사례다. 이 때문에 분노한 안양 팬들은 서정원의 유니폼을 불태우는 화형식까지 여는 사태까지 발생했으니 그 골은 깊을대로 깊다.

직접 이적 사례도 2006년 백지훈, 2013년 이종민이 고작이었다. 그러나 이들은 모두 상암벌에서 수원성으로 옮겨갔다. FC서울이 수원 선수를 직접 데려온 것은 이상호 영입이 처음이다.

물론 간접 사례는 많이 찾아볼 수 있다. 현재 수원의 중앙 수비수인 이정수도 원래 안양에서 프로에 데뷔했다. 그러나 이정수는 인천을 거쳐서 갔다. '캐넌 슈터'로 이름을 날렸던 이기형 인천 감독은 수원과 성남 일화(현 성남FC)를 거쳐 FC 서울로 넘어갔다.

이런 점에서 FC 서울의 전격적인 이상호 영입은 매우 특이한 사례라고 볼 수 있다. 더구나 이상호는 슈퍼매치가 열릴 때면 SNS을 통해 서울을 '디스'하곤 했다. 그런데 이제는 붉은 유니폼을 입게 됐다. 언제나 파란 저지를 입고 서울을 괴롭혔던 이상호가 내년부터는 붉은 날개로 수원 골문을 위협하게 됐다. 프렌테 트리콜로의 일방적인 응원을 받던 이상호는 이제 야유를 감수해야만 하게 됐다.

이상호 영입으로 되돌아보는 축구계의 낙인론이 K리그 피치에서는 어떻게 전개될지 자못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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