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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반전 지상주의에 경종 울린 '나를 찾아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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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반전 지상주의에 경종 울린 '나를 찾아줘'
  • 용원중 기자
  • 승인 2014.10.18 12: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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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Q 용원중기자] 영화 ‘에이리언3’ ‘세븐’ ‘패닉룸’ ‘조디악’ ‘벤자민 버튼의 시간은 거꾸로 간다’, 드라마 ‘하우스 오브 카드’를 연출한 데이비드 핀처 감독의 스릴러 영화 ‘나를 찾아줘(Gone Girl)’가 10월23일 개봉한다. 스크린에 구현하는 긴장과 밀도에 있어서 달인인 그의 신작이라 기대가 클 수밖에 없다.

어린 시절 미국 사회를 강타한 ‘어메이징 에이미’ 신드롬의 실제 주인공이자 하버드대를 졸업한 작가 에이미(로자먼드 파이크)는 뉴욕의 한 파티에서 언변 뛰어난 작가 닉(벤 애플렉)을 만난다. 별 볼일 없는 닉의 달콤한 속삭임에 푹 빠진 에이미는 드디어 이상형을 발견했다는 판단에 결혼으로 직행한다. 하지만 행복했던 결혼생활도 잠시, 게으르고 이기적인 닉과 남편을 통제하려는 에이미의 본성이 드러나면서 부부 갈등이 불꽃처럼 일렁인다.

 

설상가상 자신이 가르치는 여대생과 바람을 피운 닉은 아내에게 주먹마저 휘두른다. 부부 사이에 갈등이 고조되던 어느 날, 에이미가 돌연 사라지고 닉은 경찰에 실종 신고를 낸다. 전 국민의 관심이 집중되는 가운데 닉은 주변 사람들의 불리한 증언과 미디어의 편파성 보도로 인해 임신한 아내를 잔인하게 살해하고 유기한 범인으로 몰려간다.

영화 '나를 찾아줘'는 길리언 플린의 동명 베스트셀러 소설을 토대로 만들어졌다. 한 유명인사의 실종 사건을 통해 부서지기 쉬운 미국 중산층 가정의 삭막한 이면, 완벽하게 치장된 쇼윈도 커플, 먹잇감을 발견한 순간 마녀사냥으로 치닫는 미디어와 대중의 속성이 속속 드러난다.

핀처 감독은 정교한 연출력으로 복잡하고 의문투성이인 여정을 차곡차곡 헤쳐 나간다. 관객에게 곳곳에 숨겨진 단서를 추리하고, 반전을 예측하느라 골머리를 썩일 필요 없이 적당한 긴장만을 지닌 채 편안하게 감상하라는 식이다. 어설픈 스토리 전개는 차치한 채 반전에 반전을 거듭하며 ‘반전 지상주의’로 치달았던 스릴러 영화에 경종을 울리듯 그는 캐릭터와 스토리에 집중하면서 '보이는 것만이 진실이 아님'을 대담하고도 스타일리시하게 웅변한다. 원숙함과 품격으로 영화를 풀어내고 마무리 짓는 핀처의 방식은 반전에 익숙한 관객이라면 울화통(?)을 터뜨릴 수도 있다.

 

재력과 미모, 비상한 두뇌와 명성을 모두 갖춘 완벽한 아내와 자유 기고가마저 잘린 뒤 고향에서 아내가 마련해준 돈으로 술집을 운영하는 남편. ‘현대판 평강공주와 바보온달’을 연기한 배우들의 몰입도 높은 연기는 매우 인상적이다. 특히 프랑스 여배우 카트린느 드뇌브를 연상케 하는 차갑고 우아한 매력의 영국 여배우 로자먼드 파이크는 청순함부터 광기에 이르기까지 변화무쌍함으로 스크린을 가득 채운다. 벤 아플렉은 욕망에 탐닉하는 권태로운 중년을 적절히 소화하며 로자먼드 파이크를 든든하게 뒷받침한다.

올해 뉴욕영화제 개막작인 ‘나를 찾아줘’는 지난 3일 미국서 개봉해 2주 연속 박스오피스 1위를 달리고 있다. 청소년 관람불가. 러닝 타임 2시간29분.

goolis@sportsq.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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