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D. 2024-04-26 22:11 (금)
[SQ포커스] 진지한 라틀리프, 귀화결심 뒤에 문태영-주희정 있다
상태바
[SQ포커스] 진지한 라틀리프, 귀화결심 뒤에 문태영-주희정 있다
  • 민기홍 기자
  • 승인 2017.01.04 22:33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한국에서 프로생활 시작…아시안게임 금메달과 올림픽 본선행-승리까지 이끌고파"

[인천=스포츠Q(큐) 민기홍 기자] “문태영, 주희정을 보고 귀화 생각을 하게 됐다.”

귀화 발언으로 화제를 모은 리카르도 라틀리프(28·서울 삼성)가 한국인이 되기로 마음먹은 이유를 자세히 털어놓았다. 귀화 혼혈 선수인 문태영과 1000경기 출장에 빛나는 주희정 등 삼성 썬더스 동료들이 큰 힘이 됐다는 설명이다.

4일 인천 전자랜드 원정서 22점 14리바운드로 맹활약, 서울 삼성의 6연승(94-83 승)을 견인한 라틀리프는 경기 직후 쏟아지는 질문에 자세히 답변했다. 그는 지난 1일 군산 원정 KCC전 직후 공식 인터뷰에서 “한국 여권(passport)을 갖고 싶다”고 말해 이목을 집중시켰다.

▲ 라틀리프가 귀화를 결심한 계기로 문태영같은 귀화 혼혈 선수의 활약, 주희정의 대기록 달성을 꼽았다. [사진=KBL 제공]

라틀리프는 “문태영, 문태종 등 혼혈 귀화 선수들이 좋은 영향을 끼쳤다. 그들과 나의 차이는 한국 피가 섞이지 않았다는 것 뿐”이라며 “주희정이 1000경기 대기록을 달성하는 걸 보고 한 군데서 뛰고 싶다는 생각도 했다. 많은 외국인이 매년 옮겨 다니는데 나는 오랫동안 한곳에서 좋은 기록을 쌓고 싶다”고 말했다.

2012~2013시즌 울산 모비스에 입단하며 KBL과 인연을 맺은 라틀리프는 통산 241경기 17.09점 9.5리바운드 1.8어시스트 1.4블록슛을 기록하고 있다. 이번 시즌에는 기량이 일취월장했다. 22.85점 12.3리바운드 2.3어시스트 1.3블록슛으로 리그 최고의 센터로 군림하고 있다. 신장은 199.2㎝.

라틀리프는 “한국에서 6년째다. 모든 게 만족스럽다. 한국이 프로생활을 시작한 첫 나라이고 뛰면 뛸수록 여기에서 은퇴하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며 “미국에서는 고작 4개월을 보낸다. 한국서 보내는 시간이 더 많다. 이 나라를 대표할 수 있는 선수가 된다면 자랑스러울 것”이라고 말을 이었다.

라틀리프의 귀화 발언에 KBL은 물론 소속 구단 삼성과 프로농구 팬들도 모두 화들짝 놀랐다. 라틀리프는 “이후 구단과 미팅을 가졌다. 깜짝 발언에 놀라더라”며 “구단에 진지하게 생각하고 있다는 걸 밝혔다. 많은 이들이 농담으로 받아들인 거 같은데 아니라고 입장을 전달했다”고 밝혔다.

문태영과 주희정 외에도 귀화를 결심하게 된 계기가 있다. 라틀리프는 모비스 소속이었던 2014 윌리엄 존스컵에서 대부분의 주전 선수들이 빠진 가운데 팀을 우승으로 이끌고 MVP까지 수상했던 경험을 떠올렸다. 그는 “내가 한국을 대표한다는 느낌을 받았고 이 나라에서 은퇴했으면 좋겠다는 동기부여가 됐다”고 덧붙였다.

이젠 한국인이나 다름없는 라틀리프다. 그는 “애런 헤인즈(고양 오리온) 같은 선수와 같이 뛰다 보면 내가 외국인이 아닌 한국 선수로 느껴진다”며 “여러 군데서 영입제의가 오지만 매년 한국으로 오는 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 음식, 한국사람의 정, 가족들이 살아가기에 안전한 환경 등을 고려했다”고 밝혔다.

이상민 삼성 감독은 “라틀리프가 귀화해 대표팀 가운데서 버텨주면 든든하다. 김종규, 이종현, 오세근과 견주어 봐도 없는 것보다 훨씬 낫지 않나”라고 반문하며 “워낙 체력이 좋고 몸 관리도 잘한다. 사생활도 문제가 없고 성실성, 참여도도 높다. 구단 차원에서 도울 수 있다면 도울 것”이라고 라틀리프의 귀화 의사를 적극 반겼다.

라틀리프는 “한국 국가대표가 된다면 아시안게임 금메달을 따고 싶다. 또 한국이 올림픽에 출전 한지 오래 됐다고 들었는데 올림픽에 출전할 기회를 얻고 본선에서 첫 승도 하는 기회를 얻는데 내가 도움이 됐으면 한다”는 구체적인 청사진까지 제시했다.

귀화 의지가 얼마나 강한지는 다음 발언에서도 나타났다.

라틀리프는 “귀화 절차가 간단치 않다는 걸 알고 있지만 나는 아직 젊다. 선수로 뛸 날이 많이 남았다”며 “조급한 마음은 없다. 길어지더라도 기다릴 준비가 돼 있다. 어떤 결정이 나도 받아들일 것이다. 국내선수로 대우받고 싶은 마음이 있다”고 힘주어 말했다.

라틀리프의 귀화 선언은 KBL과 대한민국농구협회는 물론이고 대한체육회와 체육계 전반까지 연관될 핫이슈가 아닐 수 없다. 대한민국을 사랑하는 검은 센터가 추후 태극마크를 품을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린다.

도전과 열정, 위로와 영감 그리고 스포츠큐(Q)

관련기사

주요기사
포토Q