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D. 2024-04-26 22:11 (금)
中 여배우 공리 탕웨이, '5일의 마중' '황금시대' 격돌
상태바
中 여배우 공리 탕웨이, '5일의 마중' '황금시대' 격돌
  • 용원중 기자
  • 승인 2014.10.19 20:4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스포츠Q 용원중기자] 중국을 대표하는 두 여배우가 국내 극장가에서 조우했다. 관록의 공리(49)와 물오른 탕웨이(35)는 중국 근현대사를 살아온 기구한 운명의 여인을 맡아 몰입도 높은 연기로 스크린을 장악한다.

중국 희극예술의 메카인 베이징 소재 중앙희극학원 선후배 출신인 두 여배우는 각각 1988년, 2004년 데뷔 이후 대륙의 배우를 넘어 세계무대에서 활약해오고 있다. 내면의 깊은 연기력은 공통됐지만 공리가 강렬한 카리스마와 풍부한 감성이 특징이라면 탕웨이는 단아하고 지적인 이미지가 도드라진다.

 

올해 부산국제영화제 갈라 프레젠테이션 부문 초청작으로 미리 공개됐던 신작에선 두 여우의 고유 이미지가 잘 드러난다. 10월8일 개봉한 장예모 감독의 ‘5일의 마중’에서 공리는 문화대혁명 당시 끌려간 남편을 하염없이 기다리는 여인으로 등장한다. 16일 개봉한 허안화 감독의 ‘황금시대’에서 탕웨이는 국공합작, 중일전쟁 등 정치적 격변기를 살다 요절한 천재 작가 샤오홍으로 분한다.

◆ 공리, 남편 기다리는 기억상실증 여인에 애절한 호흡 불어넣어

문화대혁명(1966~76년) 시절 지식인 루옌스(진도명)는 반혁명분자로 몰려 강제 노동수용소에 수감돼있다 탈출한다. 엄격한 감시를 피해 가까스로 아내 펑위안(공리)이 있는 집을 찾지만 열성 공산당 당원인 딸 단단(장혜문)의 신고로 체포된다. 혁명의 시기가 끝나고 루옌스는 다시 아내를 찾아오나 아내는 심인성 기억상실증에 걸려 자신을 알아보지 못한다.

루옌스는 아내가 자신을 기억할 수 있도록 과거 두 사람이 함께 찍었던 사진을 보여주고, 자신이 쳤던 피아노 연주를 들려준다. 결국엔 자신이 쓴 수많은 편지들을 읽어주지만 번번이 실패한다. 다만 5일에 돌아오겠다는 남편의 편지만은 잊지 않고 있던 아내는 매달 5일만 되면 기차역으로 남편을 마중 나간다.

▲ '5일의 마중'

중국 5세대 감독들의 뮤즈이자 ‘중국이 세계에 선사한 가장 아름다운 선물’이라는 찬사를 받았던 공리는 데뷔작 ‘붉은 수수밭’부터 함께해온 장예모 감독과 특별한 관계를 유지하다 결별했다. ‘황후화’로 재회한 뒤 7년 만에 호흡을 맞춘 이 영화에서 명불허전의 연기를 보여준다. 눈이 오나 비가 오나 기차역에서 돌아오지 않는 남편을 기다리는 애절함과 공허함이 교차하는 눈빛은 짙은 여운을 남긴다. 영화의 끝부분, 아픈 루옌스에게 만두를 가지고 가는 희끗희끗한 머리를 한 펑위안은 심금을 울린다.

‘5일의 마중’은 한 가정의 붕괴를 통해 기다림과 희망의 메시지를 전한다. 공리의 얼굴 가득 차오른 처연함은 쉬 잊히질 않는다.

◆ 탕웨이, 수수하고 솔직담백한 연기로 10~30대 샤오홍 재현

'황금시대'는 1930년대 공산주의 운동과 항일전쟁, 국공합작 등 격변이 몰아치던 시절을 배경으로 ‘중국 현대문학의 보물’로 일컬어지던 여류작가 샤오홍의 짧은 일생을 담아낸다.

1911년 만주에서 태어난 샤오홍은 어린 시절부터 집안의 가부장적 분위기에 반감을 가져오다가 집에서 정해준 혼인을 거부한 뒤 스무 살에 가출한다. 하얼빈으로 건너간 그는 가난한 작가 샤오쥔을 만나 사랑에 빠지고, 연인의 영향으로 글을 쓰게 된다. 이후 상하이로 건너간 두 사람은 당대 최고의 지성이었던 루쉰과 교류한다. 샤오홍의 재능을 단박에 알아본 루쉰은 그를 문단에 진출시킨다.

▲ '황금시대'

계속되는 전란 속에서 여러 지역을 전전하던 샤오홍은 10년 동안 '생사의 장' '호란하 이야기' 등 100편을 집필했다. 특히 농민들의 고통을 섬세한 필체로 담아내 호평을 받았다. 하지만 결핵에 걸려 31세의 나이로 삶을 마감한다.

탕웨이는 꾸미지 않은 수수한 모습과 솔직담백한 연기로 풋풋한 10대 소녀부터 성숙한 30대 여인에 이르기까지 샤오홍의 전사를 재현하는데 성공한다. 인터뷰에서 “개구쟁이로 지냈던 어린 시절이나 꿈을 향해 달려온 모습을 되돌아보면 샤오홍과 비슷한 점이 많다”는 말처럼 몸에 맞는 옷을 입은 듯 말투와 행동 등 디테일한 면을 살림으로써 샤오홍을 현대로 불러낸 느낌이다. 고독과 두려움에 빠진 샤오홍의 심리묘사 역시 빼어나다. 공허한 표정으로 담배를 피우며 창밖을 응시하는 이미지는 잔상이 강하다.

‘황금시대’는 다큐멘터리 형식을 빌려 이야기를 전개해 나간다. 주변 인물들의 인터뷰, 샤오쥔과 루신 등 당대 문인들이 실제 집필한 글들이 샤오홍이란 인물을 보다 입체적이고 사실적으로 조명한다.

goolis@sportsq.co.kr

 

도전과 열정, 위로와 영감 그리고 스포츠큐(Q)


주요기사
포토Q