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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Q] '재심' 강하늘 "살면서 욕심 부리는 건 단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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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Q] '재심' 강하늘 "살면서 욕심 부리는 건 단 하나"
  • 오소영 기자
  • 승인 2017.02.20 06:3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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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자 Tip!] '미생'의 까칠한 신입사원 장백기, '동주' 속 시를 사랑했던 청년 윤동주, 어긋난 사랑으로 변해 가는 '달의 연인'의 왕욱. 모두 한 사람에게 들어 있는 모습이란 점에 적잖은 이들이 놀랐을 듯싶다. 

매 작품에서 다양한 얼굴을 보여줬던 배우 강하늘이 15일 개봉한 영화 '재심'에선 살인 누명을 쓰고 14년간 살아온 현우 역을 연기했다. '재심'은 약촌오거리 살인사건 실화를 영화화한 작품이다. 

'재심'에 출연한 배우 강하늘과 인터뷰를 진행했다. [사진= 오퍼스픽쳐스 제공]

[스포츠Q(큐) 오소영 기자] 언제나 밝은 표정과 주변까지도 기분좋게 하는 에너지. 강하늘을 '미담자판기'란 별명을 지닌 순한 얼굴로만 기억하고 있었다면, '재심' 속 현우의 얼굴이 낯설지도 모른다. 강하늘은 검·경의 강압수사로 누명을 썼던 10대 소년의 얼굴부터, 10년을 감옥에서 보내고 악만 남은 청년까지 폭넓은 모습을 표현했다. 

◆ 이전부터 관심 많았던 약촌오거리 살인사건, 강하늘의 접근법 

강하늘에게 '재심'은 운명과도 같은 작품이었다. 앞서 SBS '그것이 알고 싶다' 약촌오거리 살인사건 편을 인상 깊게 본 덕분이다. 강하늘 역시 여느 시청자처럼 해당 사건에 함께 분노하고 아파했던 바 있다.

"그 사건을 모티프로 했단 얘기를 듣고는, 시나리오를 열어보기도 전에 '왠지 하게 될 것 같은데' 그런 느낌이 들었어요. 그리고 나서 읽게 된 대본도 재밌었고요."

'쎄시봉'에서 윤형주를, '동주'에서 윤동주를 연기한 강하늘이지만 실존인물을 연기하는 것은 늘 조심스러운 일이다. 이번 '재심'의 경우, 촬영 당시 실제 재심 청구상황이 진행 중이었고 촬영을 마칠 때까지도 확실한 판결이 내려지지 않았던 상황이었다. 강하늘은 실제 사건 속 인물을 따르기보단 오롯이 '재심'의 시나리오에 집중했고, 현우의 모델이 된 '최군'을 만나서도 연기에 도움이 되려 이것저것 묻기보다 한 걸음 물러나는 속깊은 태도를 택했다.

"촬영 현장에 오셨을 때 사건과 시나리오에 대해 말하지 않으려고 노력했어요. 그 대신 술 한잔 나누잔 말씀을 드리고, 함께 사진을 찍거나 일상적인 대화를 하려 했어요. 제가 무의식적으로 툭 건드리게 될 수도 있으니까요. 저는 그분의 10년 중 단 1초, 1분의 감정을 느껴본 적이 없으니 사건에 대해 말하는 게 주제넘는다고 생각했어요."

'재심' 강하늘 인터뷰 [사진=오퍼스픽쳐스 제공]

강하늘이 해석한 '재심' 속 현우는 어떤 사람일까. 강하늘은 억울하게 살인 누명을 쓰고 10년을 복역한 사람은 어떤 심정일까 상상했다.

"저 김하늘로서… 아, 본명이 자꾸 튀어나와요.(웃음) 저 강하늘로서, 하늘이로서. 제 10년 전을 생각해 보자면 기억이 잘 안 나요. 조현우는 어떨까 상상해 봤어요. 몇 달, 1년도 아니고 10년 동안 감옥에 있었다면 분노나 억울함이 바깥으로 표출되기보다 이미 그 기운에 잠식돼 버리지 않았을까 싶었어요. 뼛속같이 부정적인 기운을 가지고 있을 것 같았죠."

그래서 '재심'에서 현우는 자신을 돕겠다는 준영(정우 분)과의 첫만남에서도 적대적이다. 변하지 않을 듯이 마음의 문을 닫고 있었던 현우는, 준영과의 만남을 통해 서서히 변해간다. 늘 인상을 찌푸리고 있었던 얼굴엔 오랜만에 웃음기가 찾아들고, 매서웠던 눈빛은 다시금 맑아져 관객으로선 그를 믿어주고만 싶어진다. 

"영화 초반부에 오해나 편견을 가질 수 있는 모습을 표현할 수 있으면서도, 억울함이 풀린 후 자신의 본모습을 보여주는 후반부 또한 연기할 수 있는 배우를 찾았다"는 김태윤 감독의 캐스팅이 딱 맞아들어간 경우다. 

여기에 현우의 외관에는 강하늘의 세심한 캐릭터 해석이 들어갔다. 브릿지 염색과 문신을 더 추가하고, 본 영화에선 분량이 줄어들었지만 좀더 불량스런 느낌을 주고 싶어 좌우로 왔다갔다 하며 오토바이를 몰았다고도 했다. 

◆ '재심' 강하늘의 고집 "해야 한다고 생각되면 해야죠"

강하늘은 '재심'에서 꽁꽁 닫았던 마음을 여는 '무장 해제'의 모습도 보여주지만, 때로는 극악무도한 살인범의 섬뜩한 눈빛도 표현한다. '재심' 속 강하늘의 연기에서는 어떤 이미지 관리 없이 모두 다 내려놨다는 감상을 받게 돼 인상적이었다. 

강하늘의 생각은 간단하다. 연기자이기 때문에. 그는 앞서 한 인터뷰들에서 연기자는 어떻게 하면 화면에 잘 나올까, 멋있을까보다 맡은 역할이 될 줄 알아야 한다고 생각한다는 소신을 밝힌 바 있다. 이번 '재심' 역시 마찬가지였다. 

"감독님께서 '장면이 굉장히 세게 나왔는데, 나는 괜찮은데 너 괜찮아?' 하시기도 했어요. '뭐가요? 감독님이 괜찮으시면 괜찮은 거죠(웃음)' 말씀드렸죠. 연기자의 역할은, 대본대로 가장 열심히 표현해야 하는 것이라고 생각하니까…."

'재심' 강하늘 인터뷰 [사진=오퍼스픽쳐스 제공]

사실 강하늘은 늘 이런 길을 걸어왔다. '미생'에서 반무테 안경에 앞머리를 빗어넘긴 헤어스타일을 한 것도, 삭발하면 광고가 떨어질 거라며 주변에서 만류한 '동주'의 출연을 결정한 것도 강하늘 본인이었다. 

"제가 살면서 욕심을 부리는 건 작품에 대한 것밖엔 없어요. 해야한다고 생각되면 하는 게 맞는 것 같아요. 주변의 반대가 심하더라도 제 고집으로 감행했던 이유는 딱 하나예요. 나중에 작품을 봤을 때 부끄럽고 싶지 않다는 생각에서예요. 내가 멋있게 나오고 싶어서, 삭발을 하지 못해서 망설이는 건 말이 안 된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런 이유로 망설였다면 나중에 후회했을 것 같아요."

강하늘이 지금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현재를 살자'는 것. 이런 생각에서, 최근에는 관련 글귀를 적어넣은 팔찌도 직접 만들었다. 팔찌에는 '지금, 내가 부여하는 의미 말고 다른 의미는 존재하지 않는다'고 적혀 있다. 이 팔찌는 인터뷰에서도 강하늘의 손목에 채워져 있었다.

"예를 들어, 제가 만약 하루종일 잔다면 누군가는 게으르다고 할지 모르지만 저 스스로는 내일의 일을 잘 하기 위해 잔다는 의미가 있는 거예요. 남들이 뭐라고 하든 간에, 좀 더 자기자신을 사랑하고 스스로 의미를 부여하잔 의미를 새겼어요. 요즘 책에서 좋은 구절을 많이 읽었는데, 그 구절들도 다 새겨놓으려고 공방에 예약을 해 둔 상태예요."

강하늘이 꼽은 좋은 구절 중 하나는 '이 또한 지나가리라'다.

"'이 또한 지나가리라'라 말은 '나쁜 일이 곧 지나갈 거다'는 뜻에서 많이 쓰이는 것 같은데, 원래는 좋은 일 역시 곧 지나간다는 의미가 있다고 하더라고요. 저도 이렇게 생각하면서, 휘둘리지 않으려 해요."

'재심' 강하늘 인터뷰 [사진=오퍼스픽쳐스 제공]

[취재후기] 강하늘은 다른 사람들에 대한 칭찬은 듬뿍 하면서도, 정작 본인에 대한 호평에는 쑥스러워하거나 한마디 말에도 감사인사를 잊지 않는 배우다. 본인이 아닌 다른 사람들에 대한 질문에도 정성스럽게 답해 인상적이었다는 취재진의 말에, 강하늘은 "그게 더 편해서 그런다. 내가 내 얘기를 하는 건, 나를 어떠어떠한 식으로 바라봐 달라고 설명하는 것처럼 느껴질 때가 있다"며 겸손한 변명을 내놨다. 

그러나 다음 질문에서 강하늘의 절친한 대학 동기이자, '동주'에 이어 '재심'에도 함께 출연한 최정헌의 이름이 언급되자 강하늘은 방금의 말은 잊은 듯 "기억해주셔서 감사하다"며 자신의 일처럼 진심으로 기뻐했다. "다른 얘기가 더 편하기 때문"이라는 변명은 곧 무색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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