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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Q] 조진웅 "'해빙' 신나는 작업, '시그널' 이재한은 누가 연기했어도 좋았을걸요?"
  • 오소영 기자
  • 승인 2017.03.07 17:14 | 최종수정 2017.03.07 17:28: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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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자 Tip!] 조진웅이 달라졌다. '시그널'의 우직한 이재한 형사와도, '아가씨'의 기분 나쁜 코우즈키와도 다르다. 영화 '해빙'(감독 이수연) 속 조진웅에겐 그보다 예민함, 섬세함이란 표현이 어울린다. 

조진웅은 '해빙'에서 의문의 연쇄살인사건과 얽히게 되는 내과의사 변승훈 역을 맡아 연기했다. 의사 가운, 혹은 슈트 차림에 안경을 착용하고 불안에 잠식돼 가는 조진웅의 연기를 보면서는 색다른 재미를 느껴볼 수 있다. 

'해빙'의 배우 조진웅과 인터뷰를 진행했다. [사진=롯데엔터테인먼트 제공]

[스포츠Q(큐) 오소영 기자] 4월이 되면, 강엔 버려진 시체들이 떠오르곤 한다. '해빙'의 이수연 감독은 한강 수난구조대가 4월에 가장 많은 시체를 건져낸다는 기사를 읽고 이야기를 잡아갔다. 

4월, 연쇄살인사건이 일어난 지역으로 이사온 변승훈(조진웅 분)은 세든 집의 주인 부자를 범인으로 의심하기 시작한다. 섬세한 감정의 결을 표현해낸 조진웅은 이런 말로 '해빙'을 소개했다. 

"'해빙'은 '나와서 인사 드려봐' 하면 쭈뼛주뼛 나오는 예민한 아이예요. 소리를 크게 지르면 놀라고요. 그렇게 예민한데 내겐 너무나도 예쁜 자식인거죠." 

◆ "'해빙' 몰입, 힘들기보다 신나는 작업"

'해빙'은 소재와 분위기, 담아내는 방식 모두 가볍지 않다. 이른바 '호불호'가 극히 갈리는 영화. 그러나 조진웅의 연기력에 대한 평가는 이견이 없다. 높은 집중력과 난이도가 느껴지는 장면들을 소화해냈지만, 조진웅은 '힘들었다'는 표현 대신 "신났다"는 표현을 썼다.

"안 힘들고 괴롭지 않은 캐릭터는 없으니까요. '해빙'을 작업하면서는 서로간 공감이 이뤄졌고, 몰입해서 잘 해냈다는 점에서 신나고 재밌었어요. 연기할 땐 상대 배우와의 커뮤니케이션도 중요하지만, 무엇보다도 이를 담아내는 팀원들과 공감해야 한다고 생각하거든요. 이 공감의 시간이 무조건 필요하다고 생각하는데, 감독님께서도 이 부분에 있어서 시간을 아까워하지 않으셨어요."

이렇듯 온전히 몰입할 수 있고, 배우와 스태프가 다함께 공감했기에 더욱 풍성한 장면이 만들어질 수 있었다는 설명이다. 특히 '해빙'의 명장면으로 꼽힌 부분은 후반부, 모노드라마에 가까운 취조실 신이다.

"취조실 신이 힘들었겠다고요? 그보단, 엄청 재밌단 느낌이었어요. 다들 나만 보고 있는 거잖아요. 배우 입장에선 그런 연기를 할 수 있는 타이밍이 쉽게 오지 않는데, 좋은 경험이었죠."

이는 10여년간 부산 연극계에서 연기한 조진웅의 내공이 느껴지는 장면이기도 하다. 관련해, '해빙'에 함께 출연한 이청아 역시도 조진웅을 보고 연극에 대한 흥미를 갖게 됐다고 언급한 바 있다. 

"연극 무대가 연기의 자양분이라고 얘기할 수 있죠. 연극을 할 계획이 있냐고요? 그럼요. 전 연극배우인데요. 재밌는 작품과 계기가 있다면 하게 될 것 같아요. 물론 부산에서죠."

'해빙'의 배우 조진웅과 인터뷰를 진행했다. [사진=롯데엔터테인먼트 제공]

◆ "김대명 '미생' 때부터 팬, 신구 프로정신에 놀라" 

'해빙'의 또하나의 관전 포인트는 조진웅과 김대명의 심리전이다. 살인사건 진범으로 의심되는 김대명은 조진웅에게 심리적 압박을 가하고, 그를 불안하게 만드는 장본인이다. 조진웅은 "김대명은 '미생' 때부터 팬이었다. 착한 걸 넘어 선하다"며 상대 배우에 대한 애정을 드러냈다. 

신구와의 호흡에 대해 묻자, "신구 선생님의 연기는 말해봐야 뭐하겠나"라며 대선배에 대한 예의와 신뢰를 보여준 조진웅이지만 자세한 에피소드를 묻자 촬영장 얘기를 꺼냈다. 

"자연스럽게 많은 것을 배웠습니다. '해빙' 세트장이 너무 덥고 숨이 막힐 정도였어요. 친구 중 하나가 세트장에 놀러왔다가, 2분을 채 못 있었을 정도였으니까요. 선생님께서 연륜이 있으시니 혹시나 사고가 있을까 모두가 신경을 많이 썼는데 '따뜻하다. 뭘 그런 걸 신경써' 하셨어요. 일부러 저희에게 티를 안 내시는 것 같아요. 어른으로 군림하려는 게 아니라, 여유있게 작업할 수 있는 배려를 해 주신거죠. '내가 저 나이가 된다면 그럴 수 있을까' 생각이 들었어요. 이렇듯 다들 작업의 밀도를 높이는 데 베테랑이어서, '나만 잘 하면 된다'는 생각을 계속 했죠."

'해빙'의 배우 조진웅과 인터뷰를 진행했다. [사진=롯데엔터테인먼트 제공]

◆ "'시그널' 이재한, 닮고 싶지 않은 이유는…"

많은 사람들이 조진웅의 '인생 캐릭터'로 꼽는 역은 역시 tvN 드라마 '시그널'의 이재한 형사다. 조진웅은 '시그널'에서의 연기로 'tvN10 어워즈'에서 연기대상을 수상했고, 후속 '시그널2'에 대한 팬들의 관심도 뜨거운 상황이다. 

'시그널'에서의 실감나는 열연에, 많은 시청자들은 이재한 캐릭터의 성격이 실제 조진웅과 비슷할 것이라고도 생각한다. 그러나 조진웅은 이재한이 "짜증나고 피곤한 성격"이라고 했다. 표현 자체만 보자면 캐릭터에 대한 애정이 없는 것으로 볼 수도 있지만, 그만큼 이재한 캐릭터가 우직하고 정의롭기 때문이라고 해석할 수 있다.

"연기했던 캐릭터 중 닮고 싶은 인물도 있어요. '폭력써클'의 홍규 역은 굉장히 의리가 있는 캐릭터죠. 제가 의리가 없는 사람은 아니지만 멋있단 생각이 들었어요. 

'시그널'의 이재한 같은 경우 닮고 싶지 않죠. 아주 예민하고 피곤하고, 대들고. '적당히'란 게 없잖아요. 전 불의를 보면 돌아가거든요."

그러면서도 조진웅이 "저는 어디에 손을 대면 끝장을 봐야 하는 성격이라 웬만하면 그렇게 하지 않으려고 한다"고 덧붙이는 걸 보니 이재한다운 면이 아예 없는 건 아닌 듯싶다. 

◆ "'시그널' 이재한, 누가 했어도 좋았을걸요?"

조진웅은 '관객들이 조진웅에게 원하는 모습을 연기하고 싶진 않느냐'는 질문에 이렇게 답했다.

"관객들이 조진웅의 어떤 역할을 보고 싶다고 해서 따라가는 편은 아니예요. 그런데 관객분들이 원할까요? 제까짓것에게?"

많은 시청자들은 '시그널'과 '뿌리깊은 나무' 속 캐릭터 역시 조진웅이 연기했기에 멋진 작품을 탄생시킨 것이라고 생각하지만, 조진웅은 겸손한 답변을 내놨다. 

"단언컨대 그 캐릭터들은 누가 했어도 그렇게 나왔을 거예요. '조진웅표'란 표현은 하기 좀 그래요. 어떻게 보면 전 색깔이 없는 것 같아요. 어떤 배우를 떠올리면 캐릭터, 질감이 연상되는데, 전 그런 게 없는 것 같아서요. 지인들에게 '난 어떤 배우냐'고 물어보기도 했는데, 굉장히 어려운 질문이라고 하더라고요."

그렇다면 앞으로 조진웅의 모습은 어떤 작품에서 볼 수 있을까. 조진웅은 '해빙' 이후로는 '보안관' '대장 김창수'의 개봉을 앞두고 있다. '보안관'은 전직 형사가 성공한 사업가를 마약사범으로 의심하며 벌어지는 수사극이고, '대장 김창수'는 명성황후 시해범을 살해한 죄로 인천 감옥소에 수감된 청년이 미결 사형수에서 독립운동가로 거듭나기까지의 이야기다.

"대중을 만날 때 보다 신중해야겠다고 생각하는데도, 책(시나리오)을 보면 현혹돼서 이미 가고 있는거죠. 어쩔 수 없는 것 같아요. 제가 전후사정을 생각하지 않는 것 같긴 해요. 촬영장 가서 '이걸 어떻게 한다고 했지? 내가 미쳤구나' 할 때도 있어요. '해빙'도 마찬가지였고요."

'해빙'의 배우 조진웅과 인터뷰를 진행했다. [사진=롯데엔터테인먼트 제공]

[취재후기] 웃음기 없이 농담을 툭툭 던지는 스타일의 조진웅. 조진웅은 '영화 흥행에 대한 부담감이 있지 않느냐'는 취재진의 질문에 "시원하게 망해봤어서 두렵지 않다. 너무 아프면 울어버리면 되니까. 그리고 부담을 갖는다고 해서 잘 되는 것도 아니지 않나. 부담을 가지는만큼 영화가 잘 되는거라면 2만 퍼센트 가지겠다"며 담담한 목소리로 유쾌한 답변을 내놨다. 

그렇게 덤덤한 조진웅이지만, 한 질문에는 테이블에 갑작스럽게 엎드리는 귀여운 리액션을 취하는 '웅블리'다운 모습을 볼 수도 있었다. 체중 감량에 대한 얘기를 나누다, '지금 몸무게는 몇이냐'는 질문이 등장했을 때였다. "몰라요. 안 재봤어요. 이제 시즌오프할 때가 됐는데…"도전과 열정, 위로와 영감 그리고 스포츠큐(Q)

오소영 기자  ohsoy@sportsq.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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